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 제14장
《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제14장

《전쟁과 평화》 제3권 14장 삽화

새벽 다섯 시에도 아직 캄캄했다. 중앙과 예비대, 바그라티온의 우익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계획에 따라 가장 먼저 고지에서 내려가 프랑스군 우익을 공격해 보헤미아 산맥으로 몰아넣을 좌익의 보병·기병·포병 종대들은 이미 일어나 부산히 움직였다. 불필요한 물건을 모두 던져 넣은 모닥불 연기에 눈이 따가웠다. 춥고 어두웠다. 장교들은 서둘러 차를 마시고 아침을 먹었다. 병사들은 비스킷을 씹고 추위를 쫓으려 발을 구르며 모닥불에 모여, 가져가고 싶지 않거나 가져갈 수 없는 오두막 잔해와 의자, 탁자, 바퀴와 통 등을 불길에 던졌다. 오스트리아인 종대 안내자들이 러시아군 사이를 오가며 전진을 알렸다. 지휘관 숙소 근처에 오스트리아 장교가 나타나기만 하면 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불가에서 달려와 담뱃대를 장화에, 자루를 수레에 넣고 총을 준비해 대열을 이루었다. 장교들은 외투 단추를 채우고 군도와 탄약낭을 맨 뒤 고함치며 대열 사이를 다녔다. 수송대 마부와 전령들은 수레에 마구를 채우고 짐을 꾸려 묶었다. 부관과 대대장과 연대장은 말에 올라 성호를 긋고, 뒤에 남는 수송대원들에게 마지막 지시와 명령과 심부름을 내렸다. 수천 개의 발이 단조롭게 땅을 밟았다. 종대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주위의 인파와 연기와 짙어지는 안개 때문에 떠나는 곳도 목적지도 보지 못한 채 전진했다.

행군하는 병사는 선원이 배에 둘러싸여 실려 가듯 연대에 둘러싸여 함께 간다. 아무리 멀리 걷고 아무리 낯설고 위험한 곳에 가도, 선원 곁에는 늘 같은 갑판과 돛대와 삭구가 있듯 병사 곁에는 같은 전우와 같은 대열, 같은 선임하사 이반 미트리치, 같은 중대 개 잭과 같은 지휘관이 있다. 선원은 배가 어느 위도를 항해하는지 좀처럼 알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투 날에는—어떻게 어디서 오는지는 하늘만 알지만—군대의 정신적 분위기 속에 모두가 느끼는 엄숙한 음조가 울려, 결정적이고 장엄한 일이 다가옴을 알리고 병사들의 평소와 다른 호기심을 깨운다. 병사들은 연대의 관심 밖으로 나가려 흥분하며 귀를 기울이고 주위를 살피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열심히 묻는다.

안개가 너무 짙어 날이 밝는데도 열 걸음 앞이 보이지 않았다. 덤불은 거대한 나무처럼, 평지는 벼랑과 비탈처럼 보였다. 어느 방향에서든 열 걸음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러나 종대들은 오랫동안 같은 안개 속을 전진했다. 언덕을 내려갔다 올라가고, 정원과 울타리를 피해 새롭고 낯선 땅을 지나면서도 어디에서도 적을 만나지 않았다. 오히려 앞뒤와 사방에서 다른 러시아군 종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병사는 자신이 가는 미지의 장소로 우리 병사들이 훨씬 더 많이 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저기, 쿠르스크 연대도 지나갔군.” 대열에서 말이 나왔다.

“우리 군대가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놀랍군, 친구들! 어젯밤 모닥불을 보니 끝도 없더라고. 꼭 모스크바 같았어!”

종대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지 않았다. 작전회의에서 보았듯 모두 기분이 나쁘고 이 일에 불만을 품어 병사들을 격려하려 애쓰지 않고 명령만 수행했다. 그래도 부대는 전투, 특히 공격에 나갈 때 으레 그렇듯 즐겁게 행군했다. 하지만 짙은 안개 속을 한 시간쯤 간 뒤 대부분이 멈춰야 했고, 무언가 어긋나고 잘못되었다는 불쾌한 의식이 대열에 퍼졌다. 그런 의식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시냇물처럼 빠르고 눈에 띄지 않으며 거침없이 확실하게 퍼진다. 러시아군만 있었다면 지휘가 잘못되었다는 의식이 모두의 확신이 되기까지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맹군이 있었으므로 혼란은 자연스럽게 어리석은 독일인들 탓이 되었고, 위험한 난맥상은 소시지를 먹는 자들이 일으켰다고 모두가 확신했다.

“왜 멈췄지? 길이 막혔나? 아니면 벌써 프랑스군과 맞닥뜨렸나?”

“아니야, 소리가 안 들려. 맞닥뜨렸다면 총을 쏠 텐데.”

“출발시킬 때는 그렇게 서두르더니 이제 까닭도 없이 벌판 한가운데 세워 두는군. 모두 빌어먹을 독일인들이 일을 망친 거야! 멍청한 악마들!”

“그래, 독일인들을 맨 앞으로 보냈으면 좋겠는데 뒤에 몰려 있겠지. 우리는 배고픈 채 여기 서 있고.”

“이봐, 곧 길이 트일까? 기병대가 길을 막고 있다더군.” 한 장교가 말했다.

“아, 빌어먹을 독일인들! 자기 나라 지리도 몰라!” 다른 장교가 말했다.

“어느 사단인가?” 한 부관이 말을 타고 다가와 외쳤다.

“제18사단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 있나? 진작 지나갔어야지. 이제 저녁까지도 도착하지 못하겠군.”

“무슨 멍청한 명령이야! 자기들도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군!” 장교는 말하고 떠났다.

그러자 장군 하나가 말을 타고 지나가며 러시아어가 아닌 말로 화를 내며 외쳤다.

“타파라파!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아무도 모르겠군.” 한 병사가 떠난 장군을 흉내 냈다. “저런 악당들은 쏴 버려야 해!”

“아홉 시 전까지 도착하라더니 아직 반도 못 왔어. 훌륭한 명령이군!” 사방에서 되풀이했다.

부대가 출발할 때의 활력은 어리석은 배치와 독일인들을 향한 짜증과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혼란의 원인은 오스트리아 기병대가 아군 좌익으로 이동하는 동안 최고 지휘부가 중앙과 우익의 간격이 너무 멀다고 판단하여 기병대 전체에 오른쪽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의 기병이 보병 앞을 가로질렀고 보병은 기다려야 했다.

선두에서는 오스트리아인 안내자와 러시아 장군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장군은 기병대를 세우라고 외쳤고, 오스트리아인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상부 지휘부 탓이라고 항변했다. 부대는 서 있는 동안 무기력하고 낙담했다. 한 시간 지연된 뒤 마침내 움직여 언덕을 내려갔다. 언덕 위에서는 흩어지던 안개가 아래에는 더 짙게 깔려 있었다. 안개 속 전방에서 총성이 한 번, 다시 한 번 들렸다. 처음에는 불규칙하게 ‘타라…… 탓……’ 하고 간격을 달리하다가 갈수록 규칙적이고 빨라졌고, 골드바흐 개울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러시아군은 개울 아래에서 적을 만나리라 예상하지 못한 채 안개 속에서 맞닥뜨렸다. 지휘관의 격려는 들리지 않았고, 이미 늦었다는 의식이 대열에 퍼졌으며, 무엇보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앞도 주위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적과 무기력하게 총을 주고받고 전진하다 다시 멈췄다. 장교와 부관들도 안개 낀 낯선 지역을 헤매며 자기 연대를 찾지 못해 제때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이렇게 골짜기로 내려온 제1·제2·제3종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쿠투조프가 있는 제4종대는 프라첸 고지에 서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아래쪽에는 여전히 짙은 안개가 끼었고, 고지에서는 걷히고 있었지만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적의 전 병력이 우리가 생각한 대로 6마일 밖에 있는지, 이 안개의 바다 속 가까운 곳에 있는지는 여덟 시가 지나도록 아무도 몰랐다.

아침 아홉 시였다. 아래쪽에는 안개가 바다처럼 끊기지 않고 깔렸지만, 나폴레옹이 원수들에게 둘러싸여 선 슐라파니츠 마을의 고지에는 햇빛이 환했다. 머리 위에는 맑고 푸른 하늘이 펼쳐졌고, 거대한 태양은 우윳빛 안개 바다 표면에서 속이 빈 거대한 진홍색 부표처럼 떨렸다. 프랑스군 전체와 나폴레옹 및 참모부는 우리가 진지를 잡고 전투를 시작하려던 소콜니츠와 슐라파니츠의 개울과 골짜기 건너편이 아니라 이쪽에 있었다. 아군과 너무도 가까워 나폴레옹은 맨눈으로 기병과 보병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는 이탈리아 원정 때 입었던 푸른 외투를 걸치고 작은 회색 아라비아말에 앉아 원수들보다 조금 앞에 있었다. 안개 바다 위로 솟은 듯한 언덕에서 멀리 움직이는 러시아군을 말없이 바라보고, 골짜기의 총소리를 들었다. 당시 아직 야윈 그의 얼굴에서는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반짝이는 눈은 한곳에 고정되었다. 그의 예측은 들어맞고 있었다. 러시아군 일부는 연못과 호수 쪽 골짜기로 내려갔고, 다른 일부는 그가 공격하려 하며 진지의 열쇠라고 여긴 프라첸 고지를 떠나고 있었다. 그는 안개 너머 프라첸 마을 가까운 두 언덕 사이 골짜기에서 총검을 빛낸 러시아 종대가 끊임없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 골짜기로 가라앉아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전날 저녁 받은 정보와 밤새 전초에서 들은 바퀴와 발소리, 러시아 종대의 무질서한 움직임과 모든 징후로 보아, 동맹군은 자기가 훨씬 앞에 있다고 믿으며 프라첸 근처 종대가 러시아군 중앙을 이루고, 그 중앙이 이미 공격에 성공할 만큼 약해졌음을 분명히 알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전투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날은 대관식 기념일이라는 중요한 날이었다. 새벽 전에 몇 시간 자고 상쾌하고 활기차며 기분 좋게, 모든 일이 가능하고 성공할 듯한 행복한 기분으로 말에 올라 들판으로 나왔다. 안개 위 고지를 바라보며 꼼짝 않고 앉은 차가운 얼굴에는 사랑에 빠져 행복한 소년의 얼굴에서 볼 법한 자신감과 자족적인 행복의 특별한 표정이 떠올랐다. 원수들은 주의를 흐트러뜨리지 못하고 뒤에 서 있었다. 그는 프라첸 고지와 안개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태양이 안개에서 완전히 벗어나 들판과 안개가 눈부신 빛으로 타올랐을 때—마치 그 순간만 기다렸다는 듯—그는 균형 잡힌 흰 손에서 장갑을 벗어 원수들에게 신호하고 전투 개시를 명령했다. 원수들은 부관들을 데리고 여러 방향으로 질주했다. 몇 분 뒤 프랑스군 주력은 골짜기 왼쪽으로 내려가는 러시아군이 점점 더 비워 놓은 프라첸 고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