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3권 1805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3권 7장 삽화

11월 12일, 올뮈츠 앞에 진을 친 쿠투조프의 야전군은 다음 날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두 황제의 사열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막 도착한 근위대는 올뮈츠에서 10마일 떨어진 곳에서 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 곧장 사열장으로 와서 열 시까지 올뮈츠 들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날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보리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이즈마일롭스키 연대가 올뮈츠에서 10마일 떨어진 곳에 숙영하고 있으며, 전해 줄 편지와 돈이 있으니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원정을 마친 부대가 올뮈츠 근처에 주둔하자 진영에는 식량을 넉넉히 갖춘 종군 상인과 온갖 탐나는 물건을 내놓은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이 들끓었으므로, 로스토프에게는 특히 돈이 필요했다. 파블로그라드 연대에서는 원정 중 받은 포상을 축하하며 연회를 거듭했고, 최근 여급들을 두고 음식점을 연 헝가리 여인 카롤리네를 찾아 올뮈츠로 놀러 가곤 했다. 막 코르네트 진급을 축하하고 데니소프의 말 베두인을 산 로스토프는 전우들과 종군 상인들에게 두루 빚을 지고 있었다. 보리스의 편지를 받은 그는 동료 장교 한 사람과 올뮈츠로 말을 타고 가서 식사하고 포도주 한 병을 마신 뒤, 옛 놀이 친구를 찾으려고 혼자 근위대 진영으로 떠났다. 로스토프는 아직 새 군복을 마련하지 못했다. 병사용 성 게오르기 십자훈장을 단 낡은 사관후보생 상의와 해진 가죽을 댄 똑같이 낡은 승마바지를 입고, 검수술이 달린 장교용 군도를 찼다. 타고 간 돈 지방산 말은 원정 중 카자크에게 산 것이었고, 구겨진 경기병 모자를 머리 한쪽 뒤로 멋스럽게 젖혀 쓰고 있었다. 진영에 다가가면서 그는 적의 사격을 받은 실전 경기병다운 자기 모습이 보리스와 모든 근위대 동료들에게 얼마나 강한 인상을 줄지 생각했다.

근위대는 청결함과 규율을 뽐내며 마치 유람 여행을 하듯 행군했다. 짧고 편안한 구간씩 이동했고 배낭은 수레에 실었으며, 오스트리아 당국은 머무는 곳마다 장교들에게 훌륭한 식사를 제공했다. 연대들은 군악을 울리며 도시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대공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전 구간을 보조를 맞춰 행진했다. 근위대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방식이었다. 장교들도 걸어서 정해진 자리를 지켰다. 보리스는 이미 중대를 지휘하는 베르크와 함께 숙영했고 줄곧 함께 행군했다. 원정 중 대위가 된 베르크는 민첩하고 정확한 일 처리로 상관들의 신임을 얻었고, 돈 문제도 아주 만족스럽게 정리해 두었다. 보리스는 원정 중 장차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사람과 알게 되었으며, 피에르가 써 준 소개장 덕분에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과도 친분을 맺었다. 그는 안드레이를 통해 총사령관 참모부의 자리를 얻기를 바랐다. 전날 행군 뒤 휴식을 취한 베르크와 보리스는 배정받은 깨끗한 숙소에서 말끔하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둥근 탁자에 앉아 체스를 두고 있었다. 베르크는 무릎 사이에 담뱃대를 끼고 있었다. 보리스는 특유의 정확한 솜씨로 섬세하고 흰 손가락을 놀려 체스 말을 작은 피라미드처럼 쌓으며 베르크가 둘 차례를 기다렸다. 언제나 현재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하듯 상대의 얼굴을 살피며 대국에 몰두했다.

“그래,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올 거지?” 그가 말했다.

“한번 해 보지.” 베르크는 졸 하나에 손을 댔다가 거두며 대답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마침내 여기 있었군!” 로스토프가 외쳤다. “베르크도 있네! 오, 너희 꼬마들아, 어서 가서 자거라!” 그는 옛날 자신과 보리스를 오랫동안 웃게 했던 러시아인 유모의 프랑스어를 흉내 내며 소리쳤다.

“세상에, 정말 많이 변했구나!”

보리스는 로스토프를 맞으려고 일어났지만, 넘어지려는 체스 말 몇 개를 바로잡아 제자리에 놓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친구를 껴안으려 했지만 니콜라이는 피했다. 젊은이들에게 특유한, 판에 박힌 행동을 두려워하고 어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흔히 진실하지 않은 욕구—때문에 니콜라이는 친구를 만날 때 특별한 행동을 하고 싶었다. 꼬집거나 밀치거나, 모두가 하는 입맞춤만 아니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러나 보리스는 그런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하고 다정하게 그를 끌어안아 세 번 입 맞추었다.

두 사람은 거의 반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젊은이들이 인생길에 첫발을 내딛는 나이였으므로, 각자는 상대에게서 엄청난 변화와 자신들이 첫발을 디딘 사회의 완전히 새로운 반영을 보았다. 둘 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크게 달라졌으며, 서로에게 그 변화를 서둘러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오, 빌어먹을 멋쟁이들! 축제에 다녀온 것처럼 깨끗하고 산뜻하군. 전선의 우리 죄인들과는 달라!” 로스토프는 보리스에게 낯선 바리톤 목소리로 군인다운 허세를 부리며 진흙투성이 바지를 가리켜 외쳤다. 독일인 여주인은 로스토프의 큰 목소리를 듣고 문 안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어때, 예쁜가?” 그가 눈을 찡긋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 사람들이 놀라잖아!” 보리스가 말했다. “오늘 올 줄은 몰랐어. 어제야 내 친구인 쿠투조프의 부관 볼콘스키를 통해 쪽지를 보냈거든. 이렇게 빨리 전해 줄 줄 몰랐지…… 그래, 어떻게 지냈어? 벌써 포화를 받아 본 거야?” 그가 물었다.

로스토프는 대답하지 않고 군복 끈에 단 병사용 성 게오르기 십자훈장을 흔들어 보였다. 붕대를 감은 팔을 가리키고는 미소 지으며 베르크를 바라보았다.

“보다시피.” 그가 말했다.

“정말이군? 그래, 그래!” 보리스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훌륭한 행군을 했어. 황태자 전하께서 줄곧 우리 연대와 함께 가셨으니 온갖 편의와 혜택을 누린 것은 물론 알고 있겠지. 폴란드에서 얼마나 환대를 받았는지! 만찬과 무도회는 또 얼마나 훌륭했는지 말로 다 할 수 없어. 황태자께서는 우리 장교 모두에게 몹시 자애로우셨지.”

두 친구는 각자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한 사람은 경기병들의 흥청거림과 전선 생활을, 다른 한 사람은 황실 사람들 휘하에서 복무하며 누린 즐거움과 혜택을 말했다.

“오, 근위대 녀석들 같으니!” 로스토프가 말했다. “그런데 포도주를 좀 가져오게 해.”

보리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말 원한다면.” 그가 말했다.

그는 침대로 가서 깨끗한 베개 밑에서 지갑을 꺼내 포도주를 주문했다.

“그래, 그리고 네게 줄 돈과 편지도 있어.” 그가 덧붙였다.

로스토프는 편지를 받아 들고 돈은 소파에 던진 뒤, 두 팔을 탁자 위에 올리고 읽기 시작했다. 몇 줄을 읽은 그는 화난 눈으로 베르크를 흘끗 보았다. 베르크와 눈이 마주치자 편지 뒤로 얼굴을 가렸다.

“상당한 돈을 보내 주었군.” 베르크는 소파에 깊이 파묻힌 묵직한 돈주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백작, 우리는 봉급으로 살아갑니다.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이봐, 베르크, 친구.” 로스토프가 말했다. “자네가 고향에서 편지를 받고,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은 자기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곁에 있다면, 나는 방해하지 않으려고 곧 나가 주겠네! 그러니 어디든 가게. 아무 데나…… 지옥으로라도!” 그는 외쳤다. 그러고는 즉시 베르크의 어깨를 붙잡고 다정한 눈으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친 말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기분 나빠 하지 말게, 친구. 오랜 지인에게 속마음을 말하듯 한 말이라는 것을 알잖나.”

“아, 괜찮습니다, 백작! 충분히 이해합니다.” 베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구멍에서 울리는 듯한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건너가서 주인 부부와 함께 있게. 자네를 초대했잖아.” 보리스가 덧붙였다.

베르크는 먼지 한 점 얼룩 하나 없는 가장 깨끗한 상의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알렉산드르 황제가 하듯 관자놀이의 머리카락을 위로 빗어 올리고, 로스토프의 눈길을 살펴 자기 옷이 눈에 띄었음을 확인한 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

“아, 나는 정말 짐승 같은 놈이야!” 로스토프는 편지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왜?”

“아, 편지도 쓰지 않고 가족들을 그렇게 놀라게 하다니, 나는 정말 돼지야! 정말 돼지야!” 그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되풀이했다. “가브릴라에게 포도주를 가져오라고 했어? 좋아, 마시자!”

부모의 편지에는 바그라티온에게 보내는 소개장이 들어 있었다. 늙은 백작부인이 안나 미하일로브나의 조언에 따라 지인을 통해 얻어 아들에게 보내면서, 목적지에 전하고 활용하라고 한 것이었다.

“무슨 쓸데없는 짓이야! 내게 이런 것이 왜 필요하다고!” 로스토프는 편지를 탁자 밑으로 던지며 말했다.

“왜 그것을 버려?” 보리스가 물었다.

“무슨 소개장이야…… 빌어먹을, 내게 무슨 필요가 있어!”

“왜 ‘빌어먹을’이야?” 보리스는 그것을 주워 주소를 읽으며 말했다. “이 편지는 네게 큰 도움이 될 텐데.”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누구의 부관도 되지 않을 거야.”

“왜?” 보리스가 물었다.

“그건 하인이나 하는 일이야!”

“너는 여전히 똑같은 몽상가로군.” 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도 여전히 똑같은 외교가고!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자, 어떻게 지냈어?” 로스토프가 물었다.

“보다시피 잘 지냈지. 지금까지는 모두 순조로워. 하지만 솔직히 나는 전선에 남기보다 부관이 되고 싶어.”

“왜?”

“일단 군 복무를 시작했으면 가능한 한 성공적인 경력을 쌓도록 애써야 하니까.”

“아, 그런가!” 로스토프는 분명 다른 생각을 하며 말했다.

그는 친구의 눈을 유심하고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떤 질문의 답을 찾으려 헛되이 애쓰는 것이 분명했다.

늙은 가브릴라가 포도주를 가져왔다.

“이제 베르크도 부를까?” 보리스가 물었다. “그는 너와 함께 마실 거야. 나는 못 마셔.”

“그래, 부르게…… 그런데 그 독일인과는 어떻게 지내?” 로스토프가 경멸하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주, 아주 착하고 정직하고 좋은 사람이야.” 보리스가 대답했다.

로스토프는 다시 보리스의 눈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베르크가 돌아왔고, 포도주 병을 사이에 둔 세 장교의 대화는 활기를 띠었다. 근위대 장교들은 자신들의 행군과 러시아와 폴란드와 외국에서 받은 환대를 로스토프에게 들려주었다. 지휘관인 대공의 말과 행동을 이야기하고, 그의 친절함과 불같은 성미에 관한 일화도 전했다. 베르크는 이야기가 자신과 관계없을 때면 늘 그렇듯 침묵했지만, 대공의 급한 성미 이야기가 나오자 갈리치아에서 대공을 상대했던 일을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대공이 연대들을 순시하다가 어떤 동작이 흐트러진 것에 화를 냈던 때였다. 베르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공이 격노하여 말을 타고 다가와 “아르나우트 놈들!”이라고 외치고—‘아르나우트’는 황태자가 화났을 때 즐겨 쓰는 말이었다—중대장을 부르라고 했던 일을 말했다.

“백작,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제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군 명령을 외우고 있고 주기도문만큼이나 규정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백작, 제 중대에는 태만이라는 것이 없고 양심에 거리낄 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나섰지요…….” 베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에 손을 붙이고 어떻게 보고했는지 보여 주었다. 참으로 그의 얼굴보다 더 큰 존경심과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분은 말 그대로 제게 호통을 치고 또 치고 계속 치셨습니다! 생사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자면 죽음의 문제였지요. ‘알바니아 놈들!’ ‘악마들!’ ‘시베리아로 보내 버리겠다!’라고 하셨습니다.” 베르크는 영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제가 옳다는 것을 알았으니 침묵했습니다.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겠습니까, 백작?…… ‘이봐, 벙어리냐?’ 그분이 외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침묵했지요.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백작? 다음 날 일일명령에는 그 일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이런 식입니다, 백작.” 베르크는 담뱃대에 불을 붙이고 연기로 고리를 만들며 말했다.

“그래, 훌륭했네.” 로스토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보리스는 로스토프가 베르크를 놀리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능숙하게 화제를 바꿨다. 어디서 어떻게 부상을 입었는지 들려 달라고 했다. 로스토프는 기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말할수록 더욱 흥분했다.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이 대개 전투를 묘사하듯 그는 쇤그라벤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일어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되었기를 바라는 모습,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모습, 듣기 좋은 모습으로 이야기했으며 실제와는 전혀 달랐다. 로스토프는 진실한 젊은이여서 일부러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일어난 그대로 말할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피할 수 없이 거짓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처럼 돌격 이야기를 자주 들어 돌격이란 무엇인지 뚜렷한 관념을 가진 채 바로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는 청자들에게 진실을 말했다면, 그들은 믿지 않거나 더 나쁘게는 기병 돌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으레 일어나는 일이 로스토프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이 그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모두가 속보로 달렸고 자기는 말에서 떨어져 팔을 삐었으며, 프랑스 병사를 피해 온 힘을 다해 숲속으로 달아났다고 간단히 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모든 일을 실제로 일어난 그대로 말하려면 일어난 일만 말하려는 의지의 노력이 필요했다. 진실을 말하는 일은 무척 어려우며 젊은이는 좀처럼 그렇게 하지 못한다. 청자들은 그가 흥분으로 정신을 잃고 온몸이 불타는 듯한 상태에서 폭풍처럼 방진에 돌진하고, 길을 베어 열며 좌우를 난도질하고, 군도가 살을 맛본 뒤 기진맥진하여 쓰러지는 따위의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바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도중 그가 “돌격할 때 느끼는 그 이상한 광란은 상상도 못 할 거야”라고 말할 때, 보리스가 기다리던 안드레이 공작이 방으로 들어왔다. 젊은이들을 돕기 좋아하는 안드레이 공작은 도움을 청받았다는 사실에 우쭐했고, 전날 자신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데 성공한 보리스를 호의적으로 생각하여 그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었다. 쿠투조프의 서류를 황태자에게 가져가던 길에 보리스를 혼자 만날 생각으로 들른 것이었다. 방에 들어와 전선 경기병이 자기 무공을 떠벌리는 것을 본 안드레이 공작은—그런 부류의 사람을 견디지 못했다—보리스에게는 상냥하게 미소 지었지만, 눈을 반쯤 감고 로스토프를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가볍고 지친 듯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나른하게 소파에 앉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행을 만난 것이 불쾌했다. 로스토프는 그 기색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붉어졌지만, 상대는 낯선 사람일 뿐이라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보리스를 바라보니 그도 전선 경기병을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안드레이 공작의 불쾌하고 냉소적인 어조에도 불구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도 분명 그중 하나인 참모부의 조그만 부관들을 전투 부대 사람의 관점에서 경멸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스토프는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고 입을 다물었다. 보리스는 참모부에 무슨 소식이 있는지,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작전에 관해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 질문했다.

“아마 전진하게 될 겁니다.” 볼콘스키는 낯선 사람 앞에서 더 말하기 싫은 듯 대답했다.

베르크는 이 기회를 붙잡아, 소문대로 중대장들에게 지급되는 사료 수당이 두 배로 늘어나는지 몹시 정중하게 물었다. 안드레이 공작은 그런 중대한 정부 명령에 관해서는 의견을 줄 수 없다며 미소 지었고, 베르크는 즐겁게 웃었다.

“당신의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지요.” 안드레이 공작은 보리스에게 말하면서 로스토프를 둘러보았다. “사열 뒤 나를 찾아오십시오. 가능한 일을 해 보겠습니다.”

안드레이 공작은 방 안을 둘러본 뒤 로스토프에게 몸을 돌렸다. 어린아이 같은 억누를 수 없는 당혹감이 분노로 변해 가는 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말했다. “쇤그라벤 전투에 관해 이야기하던 것 같은데요? 그곳에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로스토프는 부관을 모욕하려는 듯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볼콘스키는 경기병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렸고 그것이 재미있었다. 약간 경멸하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 “그렇군요. 지금 그 전투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아주 많더군요!”

“그래요, 이야기!” 로스토프는 갑자기 분노로 타오른 눈으로 보리스와 볼콘스키를 번갈아 보며 큰 소리로 되풀이했다. “그래요, 이야기가 많지요!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적의 포화를 직접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상만 받는 참모부 사람들의 이야기와 달리 우리의 이야기에는 무게가 있습니다!”

“내가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나 보군요?” 안드레이 공작이 조용하고 유난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순간 로스토프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격분과 이 사람의 침착함에 대한 존경이 뒤섞였다.

“공작님을 두고 한 말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공작님을 모르고,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참모부 전반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한마디 하지요.” 안드레이 공작이 조용하면서도 권위 있는 어조로 말을 끊었다. “당신은 나를 모욕하려 하지만, 스스로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를 모욕하기가 아주 쉬울 것이라는 데 기꺼이 동의하겠습니다. 다만 때와 장소를 몹시 잘못 골랐다는 것은 인정하십시오. 하루 이틀 뒤면 우리는 모두 훨씬 크고 심각한 결투에 참가해야 합니다. 게다가 당신의 오랜 친구라고 말하는 드루베츠코이는 내 얼굴이 불행히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데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일어나며 덧붙였다. “당신은 내 이름과 나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도 당신도 조금이라도 모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당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으로서 이 일은 그대로 끝내라고 조언합니다. 그럼 금요일 사열 뒤에 기다리겠습니다, 드루베츠코이. 안녕히!” 안드레이 공작은 외치고 두 사람에게 인사한 뒤 나갔다.

안드레이 공작이 나간 뒤에야 로스토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어야 했는지 생각났다.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에 더욱 화가 났다. 그는 곧바로 말을 준비시키라고 명령하고 보리스에게 차갑게 작별한 뒤 돌아갔다. 다음 날 본부로 가서 그 잘난 체하는 부관에게 결투를 신청해야 할까, 아니면 정말 이 일을 그대로 끝내야 할까? 그는 돌아오는 내내 그 문제로 괴로워했다. 작고 여리지만 오만한 그 남자가 자기 권총 앞에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화가 나서 상상하다가,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 가운데 바로 그토록 미워하는 그 부관보다 더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놀라며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