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2권 1805년 / 제8장
《전쟁과 평화》 · 제2권 1805년

제8장

《전쟁과 평화》 제2권 8장 삽화

마지막 보병들은 깔때기를 통과하듯 다리에 가까워질수록 서로 바싹 붙으며 서둘러 건넜다. 마침내 치중대 수레가 모두 다리를 건너 혼잡이 줄었고 마지막 대대가 다리 위로 들어섰다. 다리 건너편에서 적을 마주한 채 남은 병력은 데니소프의 경기병 중대뿐이었다. 맞은편 강기슭의 언덕에서는 적을 볼 수 있었지만 다리 위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강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바라보면 반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오르막 지대가 지평선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언덕 아래에는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고 아군 카자크 정찰병 몇 무리가 그 위를 움직였다. 갑자기 고지 꼭대기의 길에 대포와 푸른 군복 차림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프랑스군이었다. 카자크 정찰병 한 무리가 속보로 언덕을 내려와 물러났다. 데니소프 중대의 장교와 병사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쪽을 바라보려고 애썼지만 모두 언덕 위에 있는 것만 생각했고, 지평선에 나타나는 얼룩들이 적군임을 알기에 끊임없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정오 이후 날씨가 다시 개어 햇빛은 도나우강과 그 둘레의 어두운 언덕 위로 밝게 기울고 있었다. 사방은 고요했고 언덕에서는 이따금 적의 나팔 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 중대와 적군 사이에는 듬성듬성 흩어진 척후병 몇 명밖에 없었다. 두 진영을 가르는 것은 약 700야드의 빈 공간뿐이었다. 적이 사격을 멈추자 서로 적대하는 두 군대를 갈라놓는 엄혹하고 위협적이며 다가갈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경계선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선을 닮은 저 경계에서 한 발짝만 나아가면 불확실성과 고통과 죽음이 있다.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있을까? 저 들판과 저 나무와 햇빛을 받은 저 지붕 너머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알고 싶어진다. 그 선을 넘는 것이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넘고 싶다. 죽음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 언젠가는 반드시 알게 되듯, 조만간 저 선을 넘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강하고 건강하고 명랑하며 흥분해 있고, 똑같이 흥분하여 활기에 넘치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적을 눈앞에 둔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느낀다. 그 감정은 이런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특별한 매력과 기쁨 어린 예리한 인상을 부여한다.

적이 있는 고지에서 대포 연기가 솟았고 포탄 하나가 휘파람을 울리며 경기병 중대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한데 모여 있던 장교들은 각자 자리로 말을 몰았다. 경기병들은 말의 대열을 조심스럽게 맞추기 시작했다. 중대 전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 앞쪽의 적과 중대장을 바라보며 구령을 기다렸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포탄이 날아갔다. 적은 분명 경기병들을 향해 쏘고 있었지만 포탄은 빠르고 규칙적인 휘파람 소리를 내며 기병들의 머리 위를 지나 어딘가 뒤쪽에 떨어졌다. 경기병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포탄이 날아올 때마다 마치 구령이라도 들은 듯, 서로 닮았으면서도 제각기 다른 얼굴들이 줄지어 선 중대 전체가 숨을 죽인 채 등자 위로 일어났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병사들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곁눈질로 서로를 바라보며 동료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했다. 데니소프부터 나팔수까지 모든 얼굴의 턱과 입 주변에는 긴장과 짜증과 흥분이 뒤섞인 똑같은 표정이 나타났다. 보급관은 병사들을 벌주겠다고 위협이라도 하듯 눈살을 찌푸리고 바라보았다. 사관후보생 미로노프는 포탄이 날아갈 때마다 고개를 움츠렸다. 왼쪽 측면에서 다리를 저는 데도 잘생긴 말 그라초크를 탄 로스토프는 많은 사람 앞에서 시험을 치르라는 지명을 받고 자기가 뛰어난 모습을 보이리라고 확신하는 학생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는 포화를 받으면서도 얼마나 침착하게 앉아 있는지 봐 달라는 듯 맑고 밝은 표정으로 모두를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도 저도 모르게 똑같이 낯설고 엄숙한 무언가의 기색이 나타났다.

“거기서 절하는 사람은 누구야? 사관후보생 미로노프! 그러면 안 돼! 나를 봐!”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중대 앞에서 계속 말을 돌리던 데니소프가 외쳤다.

검고 털이 많으며 들창코인 바시카 데니소프의 얼굴과, 뽑아 든 군도의 손잡이를 쥔 힘줄 돋고 털이 많은 손과 뭉툭한 손가락을 지닌 작고 다부진 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특히 저녁 무렵 두 번째 술병까지 비운 때의 모습과 같았고, 평소보다 얼굴이 더 붉을 뿐이었다. 그는 물을 마시는 새처럼 덥수룩한 머리를 뒤로 젖히고, 훌륭한 말 베두인의 옆구리를 박차로 사정없이 찌르며 안장에서 뒤로 넘어갈 듯 앉아 중대 반대편 측면으로 달렸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권총을 점검하라고 쉰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키르스텐에게 다가갔다. 선임대위는 등이 넓고 침착한 암말을 타고 천천히 그를 맞으러 왔다. 긴 콧수염이 난 그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진지했지만 눈은 평소보다 밝게 빛났다.

“그래, 어떻게 될 것 같나?” 그가 데니소프에게 말했다. “전투까지 가지는 않을 거야. 두고 보게. 우리는 물러날 테니까.”

“저자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악마나 알겠지!” 데니소프가 중얼거렸다. “아, 로스토프.” 그는 사관후보생의 밝은 얼굴을 알아보고 외쳤다. “드디어 자네가 바라던 것을 얻었군.”

그는 사관후보생이 마음에 든 것이 분명한 듯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로스토프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바로 그때 지휘관이 다리 위에 나타났다. 데니소프가 그에게 말을 달려갔다.

“각하! 공격하게 해 주십시오! 제가 저들을 몰아내겠습니다.”

“공격이라니!” 대령은 성가신 파리를 쫓듯 얼굴을 찌푸리며 지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자네는 왜 여기에 멈춰 있나? 척후병들이 후퇴하는 것이 보이지 않아? 중대를 뒤로 이끌게.”

중대는 한 명도 잃지 않고 다리를 건너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났다. 전방에 있던 제2중대가 뒤따라 건넜고 마지막 카자크 병사들도 강 건너편에서 철수했다.

파블로그라드 연대의 두 중대는 다리를 건넌 뒤 차례로 언덕 위로 후퇴했다. 이들의 대령 카를 보그다니치 슈베르트는 데니소프 중대에 다가와 로스토프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말을 천천히 몰았다. 텔랴닌 사건으로 충돌한 뒤 처음 마주치는 것이었지만 그는 로스토프에게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전선에 있으며 스스로 잘못했다고 인정한 상대의 권한 아래 있음을 느낀 로스토프는 대령의 건장한 등과 옅은 색 머리털로 덮인 목덜미, 붉은 목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로스토프는 보그다니치가 자신을 못 본 척할 뿐 지금의 유일한 목적은 사관후보생의 용기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몸을 꼿꼿이 세우고 명랑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보그다니치가 자신의 용기를 보여 주려고 일부러 곁에서 말을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적인 대령이 자신을 벌주려고 중대를 무모한 공격에 내보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공격이 끝난 뒤 자신이 부상을 입고 누워 있으면 보그다니치가 다가와 관대하게 화해의 손을 내미는 장면을 상상했다.

파블로그라드 연대에서 얼마 전에 떠난 터라 연대원들에게 낯익은 제르코프의 솟은 어깨가 대령 쪽으로 다가왔다. 사령부에서 쫓겨난 제르코프는 전선에서 고생하느니 참모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더 많은 훈장을 받는 편이 낫다며 연대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바그라티온 공작의 연락장교로 배속되는 데 성공했고, 이제 후위대 지휘관의 명령을 가지고 옛 상관을 찾아온 참이었다.

“대령님.” 그는 침울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로스토프의 적에게 말을 건 뒤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멈춰서 다리에 불을 지르라는 명령입니다.”

“누구에게 내린 명령인가?” 대령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저도 ‘누구에게’ 내린 명령인지는 모릅니다.” 소위가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만 공작님께서 ‘가서 대령에게 경기병들은 빨리 돌아가 다리에 불을 질러야 한다고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르코프의 뒤를 이어 수행단 장교 한 명이 똑같은 명령을 가지고 경기병 대령에게 말을 달려왔다. 그 뒤에는 뚱뚱한 네스비츠키가 그의 몸무게를 간신히 버티는 카자크 말에 올라타고 질주해 왔다.

“어찌 된 일입니까, 대령?” 그는 가까이 오며 외쳤다. “내가 다리에 불을 지르라고 말했는데 누군가 일을 망쳐 놓았습니다. 저쪽 사람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대령은 일부러 천천히 연대를 멈추고 네스비츠키에게 몸을 돌렸다.

“참모장교님은 내게 인화물에 관해서는 말씀하셨지만,” 그가 말했다. “불을 붙이라는 말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네스비츠키는 말을 멈추고 모자를 벗은 뒤 통통한 손으로 땀에 젖은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인화물을 설치했다면서 내가 다리에 불을 지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참모장교님, 나는 ‘이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게 다리를 불태우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군무를 알고 있으며 명령을 엄격히 따르는 것이 습관입니다. 당신은 다리가 불탈 것이라고 했지만 누가 불을 지를지는 성령의 힘으로도 알 수 없었습니다!”

“아, 언제나 이런 식이라니까!” 네스비츠키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제르코프를 돌아보았다. “자네는 어떻게 이곳에 왔나?”

“같은 일로 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흠뻑 젖으셨군요! 물을 짜 드릴까요?”

“참모장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령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령님.” 수행단 장교가 말을 가로막았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적이 대포를 가까이 끌고 와 산탄을 쏠 것입니다.”

대령은 수행단 장교와 뚱뚱한 참모장교와 제르코프를 말없이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다리를 불태우겠소.” 그는 견뎌야 했던 온갖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옳은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듯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대령은 모든 일의 잘못이 말에게라도 있는 듯 길고 근육질인 두 다리로 말의 옆구리를 걷어차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로스토프가 데니소프 아래에서 복무하는 제2중대에 다리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그래, 생각했던 그대로야.’ 로스토프는 속으로 말했다. ‘나를 시험하려는 거야!’ 심장이 오그라들고 피가 얼굴로 솟구쳤다. ‘내가 겁쟁이인지 아닌지 보게 해 주지!’ 그는 생각했다.

포화를 받을 때 나타났던 진지한 표정이 중대의 밝은 얼굴들에 다시 떠올랐다. 로스토프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증거를 대령의 얼굴에서 찾으려고 적인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령은 로스토프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고 전선에서 늘 그러했듯 엄숙하고 근엄한 표정만 지었다. 이어 구령이 떨어졌다.

“빨리! 빨리!” 주위에서 여러 목소리가 되풀이했다.

군도가 고삐에 걸리고 박차가 짤랑거리는 가운데 경기병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황급히 말에서 내렸다. 병사들은 성호를 그었다. 로스토프는 더 이상 대령을 보지 않았다. 그럴 틈이 없었다. 그는 경기병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웠고 너무도 두려워 심장이 멎는 듯했다. 말을 당번병에게 넘기는 손이 떨렸고 피가 쿵 하고 심장으로 몰리는 것을 느꼈다. 데니소프는 뒤로 몸을 젖히고 무언가를 외치며 그의 곁을 지나갔다. 로스토프의 눈에는 사방에서 뛰는 경기병들과 서로 걸리는 박차, 부딪치며 소리를 내는 군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들것!” 뒤쪽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로스토프는 들것을 찾는 외침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려고 달렸다. 하지만 다리에 이르러 발밑을 보지 않은 채 끈적하고 짓밟힌 진흙을 밟고 비틀거리다가 두 손을 짚고 넘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앞질렀다.

“양쪽에서 하게, 대위.” 앞서 말을 달려와 다리 근처에 멈춰 선 대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령은 승리한 듯 명랑한 얼굴이었다.

로스토프는 진흙 묻은 손을 바지에 닦으며 적을 바라보고 계속 앞으로 달리려 했다. 전방으로 멀리 나아갈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그다니치는 로스토프를 보지도 알아보지도 않은 채 그에게 소리쳤다.

“다리 한가운데로 뛰는 자가 누구냐? 오른쪽으로! 돌아와, 사관후보생!” 그는 화를 내며 외치고, 용기를 뽐내려고 말을 탄 채 다리 널빤지 위까지 나아간 데니소프에게 몸을 돌렸다.

“왜 위험을 무릅쓰나, 대위? 말에서 내리게.” 그가 말했다.

“아, 총알에는 저마다 맞을 사람이 정해져 있는 법입니다.” 바시카 데니소프가 안장 위에서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사이 네스비츠키와 제르코프와 수행단 장교는 사정거리 밖에 함께 서서, 다리 근처에 몰려든 노란 샤코 모자와 장식끈을 단 짙은 녹색 상의, 푸른 승마 바지를 입은 작은 사람 무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맞은편 먼 곳에서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푸른 군복과 말들이 있는 무리는 포병대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다리에 불을 지를까, 못 지를까? 누가 먼저 그곳에 도착할까? 아군이 도착해 다리에 불을 지를까, 아니면 프랑스군이 산탄 사거리 안까지 다가와 그들을 모조리 쓸어버릴까?’ 다리 위쪽 고지에 있던 병사들은 누구나 가슴이 철렁한 채 저절로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밝은 저녁 햇빛 속의 다리와 경기병들, 그리고 총검과 대포를 갖추고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푸른 군복들을 바라보면서였다.

“으, 경기병들이 톡톡히 당하겠군!” 네스비츠키가 말했다. “이제 산탄 사거리 안에 들어갔어.”

“저렇게 많은 병사를 데려가지 말았어야 합니다.” 수행단 장교가 말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네스비츠키가 대답했다. “재빠른 병사 둘만으로도 똑같이 해낼 수 있었을 텐데.”

“아, 각하.” 경기병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제르코프가 끼어들었다. 그러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게 하는 천진한 표정은 여전했다. “아, 각하! 일을 보는 관점이 참으로 그러하시군요! 병사 둘을 보내라고요? 그러면 누가 우리에게 블라디미르 훈장과 리본을 주겠습니까? 하지만 이제 포화를 뒤집어쓰더라도 중대를 포상 대상자로 추천할 수 있고 대령님은 리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우리 보그다니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압니다.”

“저기!” 수행단 장교가 말했다. “저것이 산탄입니다.”

그는 포차를 떼어 황급히 뒤로 옮기는 프랑스군 대포들을 가리켰다.

프랑스군 쪽의 대포가 모인 곳에서 연기구름이 하나 솟았고 거의 동시에 두 번째와 세 번째 구름이 솟았다. 첫 포성이 들리는 순간에는 네 번째 연기가 보였다. 뒤이어 두 번의 포성이 잇따라 들리고 세 번째 포성이 울렸다.

“아! 아!” 네스비츠키는 극심한 고통이라도 느끼는 듯 신음하며 수행단 장교의 팔을 붙잡았다. “보시오! 한 사람이 쓰러졌어! 쓰러졌어, 쓰러졌다고!”

“두 명인 것 같습니다.”

“내가 황제라면 절대로 전쟁을 하지 않을 텐데.” 네스비츠키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프랑스군 포병들은 황급히 다시 장전했다. 푸른 군복의 보병들은 다리를 향해 달려왔다. 연기가 다시 피어올랐지만 이번에는 불규칙한 간격이었고, 산탄이 다리 위에 터지고 쏟아졌다. 하지만 이제 네스비츠키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수 없었다. 다리에서 짙은 연기구름이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경기병들은 다리에 불을 지르는 데 성공했다. 이제 프랑스 포대가 그들을 쏘는 것은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포가 이미 그쪽을 겨냥하고 있고 쏠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군은 경기병들이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전에 산탄을 세 번 쏠 수 있었다. 두 발은 조준이 잘못되어 산탄이 너무 높이 날아갔지만 마지막 한 발은 경기병 무리 한가운데 떨어져 세 명을 쓰러뜨렸다.

보그다니치와 자신의 관계에 정신이 팔려 있던 로스토프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다리 위에 멈춰 섰다. 그가 늘 상상한 전투와 달리 칼로 벨 사람도 없었고, 다른 병사들처럼 불붙일 짚을 가져오지 않았으므로 다리에 불을 놓는 일을 도울 수도 없었다. 그는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갑자기 다리 위에서 견과류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그에게 가장 가까이 있던 경기병이 신음하며 난간에 쓰러졌다. 로스토프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에게 달려갔다. 누군가가 다시 “들것!”이라고 외쳤다. 네 사람이 경기병을 붙잡고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나를 내버려 둬!” 부상병이 외쳤지만 사람들은 그대로 그를 들어 들것에 눕혔다.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몸을 돌리고 무언가를 찾듯 멀리 있는 도나우강 물과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푸르고 고요하고 깊은가! 저무는 해는 얼마나 밝고 찬란한가! 멀리 도나우강 물은 얼마나 부드럽게 반짝이는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강 너머 멀리 보이는 푸른 산들과 수녀원, 신비로운 협곡, 산꼭대기의 안개에 싸인 소나무 숲이었다…… 그곳에는 평화와 행복이 있었다…… ‘내가 저곳에 있기만 하다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텐데.’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나 자신과 저 햇빛 속에만도 이렇게 많은 행복이 있는데, 이곳에는…… 신음과 고통과 두려움, 이런 불확실함과 부산함이 있다…… 저기서 다시 외치고, 모두가 또 어딘가로 달려 돌아가고 있어. 나도 그들과 함께 달리겠지. 그리고 죽음, 그것이 내 위와 주위에 있어…… 한순간만 지나면 이 태양과 이 물과 저 협곡을 영영 다시 보지 못하겠지!…….’

바로 그 순간 해가 구름 뒤로 숨기 시작했고 다른 들것들이 로스토프 앞에 나타났다. 죽음과 들것에 대한 두려움, 태양과 삶에 대한 사랑이 하나로 합쳐져 구역질 나는 동요가 되었다.

“오, 주 하느님! 저 하늘에 계신 분이여, 저를 구원하시고 용서하시고 지켜 주소서!” 로스토프가 속삭였다.

경기병들은 말을 붙잡고 있는 병사들에게 달려 돌아왔다. 그들의 목소리는 더 크고 침착하게 들렸으며 들것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때, 친구? 이제 화약 냄새를 맡아 봤나!” 바시카 데니소프가 그의 귀 바로 위에서 외쳤다.

‘모두 끝났어. 하지만 나는 겁쟁이야. 그래, 겁쟁이야!’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그는 깊이 한숨을 쉬고 한쪽 발을 쉬고 서 있는 말 그라초크를 당번병에게서 넘겨받아 올라타기 시작했다.

“저것이 산탄이었나?” 그가 데니소프에게 물었다.

“그래, 틀림없는 산탄이지!” 데니소프가 외쳤다. “자네들은 정규병처럼 훌륭하게 해냈어. 하지만 고약한 일이야! 공격은 즐거운 일이지! 개자식들을 마구 베어 버리잖아! 하지만 이런 일은 악마나 할 짓이야. 과녁처럼 서 있는 우리를 쏘아 대니 말이야.”

데니소프는 로스토프 곁에 멈춰 선 대령과 네스비츠키, 제르코프, 수행단 장교의 무리로 말을 몰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모두가 첫 포화를 겪은 사관후보생이 느낀 감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아무도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보고할 거리가 생겼군요.” 제르코프가 말했다. “내가 소위로 진급하나 안 하나 두고 보십시오.”

“공작님께 내가 다리를 불태웠다고 보고하게!” 대령은 의기양양하고 유쾌하게 말했다.

“손실을 물으신다면요?”

“사소하네.” 대령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기병 두 명이 부상을 입고 한 명이 전투 불능이 됐어.” 그는 행복한 미소를 억누르지 못한 채 덧붙였고 ‘전투 불능’이라는 말을 쩌렁쩌렁하고 또렷하게 발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