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2권 1805년 / 제2장
《전쟁과 평화》 · 제2권 1805년

제2장

《전쟁과 평화》 제2권 2장 삽화

“오십니다!” 바로 그때 감시병이 외쳤다.

연대장은 얼굴을 붉히며 말에게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등자를 붙잡고 몸을 안장 위로 던진 다음 자세를 바로잡고 군도를 뽑았다. 그리고 입을 한쪽으로 비뚤게 벌린 채 행복하면서도 결연한 표정으로 구령을 외칠 준비를 했다. 연대는 깃털을 다듬는 새처럼 한바탕 술렁이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차―렷!” 연대장이 영혼을 뒤흔드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자신의 기쁨과 연대를 향한 엄격함, 다가오는 상관을 환영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양옆으로 나무가 늘어선 넓은 시골길을 따라, 여섯 필의 말이 경쾌하게 달리며 끄는 높고 옅은 하늘색의 빈식 사륜마차가 용수철을 살짝 삐걱거리며 다가왔다. 마차 뒤로 수행원들과 크로아티아인 호위대가 말을 달렸다. 쿠투조프 옆에는 러시아군의 검은 군복 사이에서 낯설어 보이는 흰 군복 차림의 오스트리아 장군이 앉아 있었다. 마차는 연대 앞에 멈췄다. 쿠투조프와 오스트리아 장군은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쿠투조프는 살짝 미소를 띤 채 무거운 걸음으로 마차에서 내려왔다. 숨을 죽이고 그를 바라보는 이천 명의 병사들과 연대장은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구령이 울려 퍼지자 연대는 다시 한번 몸을 떨듯 움직이며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받들어총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죽은 듯한 정적 속에서 총사령관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연대가 우렁차게 외쳤다. “각…… 하…… 만…… 세!” 다시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처음에는 연대가 움직이는 동안 쿠투조프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뒤이어 그와 흰옷의 장군이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대열 사이를 걸었다.

연대장은 총사령관에게 경례하면서 아첨하듯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그를 눈으로 집어삼킬 듯 바라보았다. 장군들의 뒤를 따라 대열 사이를 걸을 때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몸을 홱홱 움직이려는 버릇을 간신히 억눌렀으며, 총사령관의 말이나 몸짓 하나하나에 매번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 모든 모습에서 그가 지휘관의 임무보다 부하의 임무를 훨씬 더 열성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대장의 엄격함과 근면함 덕분에 이 연대는 같은 시기에 브라우나우에 도착한 다른 연대들에 비해 훌륭한 상태였다. 병자와 낙오병은 217명뿐이었다. 군화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쿠투조프는 대열 사이를 걸으며 때때로 멈춰 서서 튀르키예 전쟁 때 알게 된 장교들에게, 때로는 병사들에게도 친절한 말을 몇 마디씩 건넸다. 병사들의 군화를 살펴보면서는 몇 차례 슬프게 고개를 저었고, 누구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정이 너무 나쁘다는 사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오스트리아 장군에게 군화를 가리켜 보였다. 그럴 때마다 연대장은 총사령관이 연대에 관해 하는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까 두려워 앞으로 달려갔다. 쿠투조프의 뒤로는 그가 나직이 하는 말까지 들을 수 있는 거리를 두고 약 스무 명의 수행원이 따라갔다.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따금 웃었다. 총사령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는 잘생긴 부관이 걸었다. 볼콘스키 공작이었다. 그 곁에는 그의 동료인 네스비츠키가 있었다. 네스비츠키는 키가 크고 몹시 뚱뚱한 참모장교로, 선량하고 미소 띤 잘생긴 얼굴과 촉촉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옆에서 걷는 거무스름한 얼굴의 경기병 장교 때문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그 경기병은 웃지도 않고 응시하는 눈의 표정도 바꾸지 않은 채 진지한 얼굴로 연대장의 등을 바라보면서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흉내 냈다. 연대장이 움찔하며 몸을 앞으로 숙일 때마다 그 역시 똑같은 모습으로 움찔하며 몸을 숙였다. 네스비츠키는 웃으면서 익살꾼을 보라고 다른 사람들의 옆구리를 찔렀다.

쿠투조프는 자기들의 총사령관을 보려는 수천 쌍의 눈이 튀어나올 듯 응시하는 앞을 느리고 나른하게 지나갔다. 제3중대에 이르자 갑자기 멈춰 섰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수행원들은 저도 모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 티모힌!” 그는 푸른 외투 때문에 질책을 받았던 코가 붉은 대위를 알아보고 말했다.

연대장에게 질책받을 때의 티모힌보다 몸을 더 꼿꼿이 세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총사령관이 말을 건네자 티모힌은 총사령관이 계속 바라보기라도 하면 더는 버티지 못할 듯한 지경까지 몸을 팽팽히 세웠다. 그의 처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오직 잘되기만을 바라는 쿠투조프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흉터가 있고 부은 얼굴에 거의 알아보기 힘든 미소가 스쳐 갔다.

“이스마일의 전우를 또 만났군.” 그가 말했다. “용감한 장교지! 자네는 이 사람에게 만족하나?” 그는 연대장에게 물었다.

경기병 장교라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연대장은 움찔하고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대단히 만족합니다, 각하!”

“우리에게는 누구나 약점이 있지.” 쿠투조프는 미소 지으며 티모힌에게서 걸음을 옮겼다. “이 친구는 바쿠스를 몹시 좋아하곤 했어.”

연대장은 그 일로 자신이 질책받을까 두려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경기병 장교는 코가 붉은 대위의 얼굴과 움츠려 넣은 배를 알아차리고는 그의 표정과 자세를 너무도 똑같이 흉내 내어 네스비츠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쿠투조프가 뒤를 돌아보았다. 장교는 자기 얼굴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쿠투조프가 몸을 돌리는 동안 잠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지극히 진지하고 공손하며 순진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제3중대가 마지막이었고 쿠투조프는 무엇인가를 떠올리려는 듯 생각에 잠겼다. 안드레이 공작이 수행원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와 프랑스어로 말했다.

“이 연대에서 병졸로 강등된 돌로호프라는 장교를 상기시켜 달라고 하셨습니다.”

“돌로호프는 어디 있나?” 쿠투조프가 물었다.

이미 병사용 회색 외투로 갈아입은 돌로호프는 불려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맑고 푸른 눈을 지닌 금발 병사의 균형 잡힌 몸이 대열에서 앞으로 나와 총사령관 앞에 이르러 받들어총 자세를 취했다.

“고충이라도 있나?” 쿠투조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이 사람이 돌로호프입니다.”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아!” 쿠투조프가 말했다. “이번 일이 자네에게 교훈이 되기를 바라네. 맡은 임무를 다하게. 황제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시니, 자네가 공을 세운다면 나도 잊지 않겠네.”

맑고 푸른 두 눈은 연대장을 바라보았을 때와 똑같이 대담하게 총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총사령관과 일개 병졸을 그토록 멀리 갈라놓는 관습의 장막을 찢어 버리는 듯했다.

“각하께 한 가지만 청하겠습니다.” 돌로호프가 단호하고 쩌렁쩌렁하며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잘못을 씻고 황제 폐하와 러시아에 대한 충성을 증명할 기회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쿠투조프는 몸을 돌렸다. 티모힌 대위에게서 돌아섰을 때와 똑같은 눈의 미소가 다시 얼굴을 스쳐 갔다. 그는 마치 돌로호프가 한 말과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으며, 그런 말에 지쳤을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은 전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섰다. 그리고 마차로 향했다.

연대는 여러 중대로 나뉘어 브라우나우 근처에 배정된 숙영지로 갔다. 병사들은 그곳에서 군화와 옷을 지급받고 고된 행군 뒤에 쉴 수 있기를 바랐다.

“나를 원망하지는 않겠지, 프로호르 이그나티치?” 연대장은 숙영지로 가는 제3중대를 따라잡아 앞에서 걷고 있던 티모힌 대위 곁으로 말을 몰며 말했다. 사열이 무사히 끝난 지금 연대장의 얼굴은 억누를 수 없는 기쁨으로 환하게 빛났다. “황제 폐하를 섬기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열병 때는 가끔 조금 성급해질 수도 있는 법이고…… 내가 먼저 사과하겠네. 자네도 나를 알잖나!…… 총사령관께서 아주 만족하셨어!” 그러고는 대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장군님. 제가 어찌 감히 원망하겠습니까!” 대위는 코가 더욱 붉어지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 사이로 이스마일에서 총 개머리판에 맞아 빠진 앞니 두 개의 빈자리가 드러났다.

“그리고 돌로호프 군에게 내가 그를 잊지 않을 테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전하게. 그런데 말해 보게나.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그는 어떻게 행동하나, 전반적으로 말이야…….”

“군 복무에 관한 한 나무랄 데 없이 철저합니다, 각하. 하지만 성격이…….” 티모힌이 말했다.

“성격이 어떤데?” 연대장이 물었다.

“날마다 다릅니다.” 대위가 대답했다. “어떤 날은 분별 있고 교양도 있으며 마음씨도 좋지만, 다음 날이면 사나운 짐승입니다…… 폴란드에서는,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대인 하나를 거의 죽일 뻔했습니다.”

“아, 그래, 그래!” 연대장이 말했다. “그래도 불행을 당한 젊은이는 가엾게 여겨야 하네. 알다시피 든든한 연줄도 있고…… 그러니 자네가 좀…….”

“그렇게 하겠습니다, 각하.” 티모힌은 연대장의 뜻을 알아들었다는 것을 미소로 나타내며 말했다.

“그래, 물론이지, 물론!”

연대장은 대열 속에서 돌로호프를 찾아내 말을 멈춰 세우고 그에게 말했다.

“다음 전투가 끝나면…… 견장을 달게 될 걸세.”

돌로호프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입가의 조롱하는 미소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됐네.” 연대장이 말을 이었다. “내가 병사들에게 보드카 한 잔씩 내겠네.” 그는 병사들이 들을 수 있게 덧붙였다. “모두에게 고맙다! 하느님을 찬양하라!” 그러고는 그 중대를 지나 말을 달려 다음 중대를 따라잡았다.

“정말 좋은 분이야. 저분 밑에서는 복무할 만하지.” 티모힌이 곁에 있는 소위에게 말했다.

“한마디로 하트의 왕이지…….” 소위가 웃으며 말했다. 연대장의 별명이 ‘하트의 왕’이었다.

사열이 끝난 뒤 장교들의 유쾌한 기분은 병사들에게도 옮겨 갔다. 중대는 활기차게 행군했다. 사방에서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투조프가 한쪽 눈이 멀었다고 했지?”

“그래, 맞아! 완전히 멀었어!”

“아니야, 친구. 자네보다 눈이 더 밝던데. 군화하고 행전까지…… 전부 알아봤다고…….”

“그분이 내 발을 보는데 말이야, 친구…… 그래서 나는 속으로…….”

“그분과 함께 있던 오스트리아인은 분칠이라도 한 것 같더군. 밀가루처럼 새하얘! 대포를 닦듯 그 사람도 닦아 놓는 모양이야.”

“이봐, 페데숀!…… 전투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말씀하시던가? 자네가 가까이 있었잖아. 모두 보나파르트가 직접 브라우나우에 와 있다고 하더군.”

“보나파르트가 직접 왔다고!…… 이 바보 말 좀 들어 봐. 아는 것도 없으면서! 지금 프로이센군이 들고일어났어. 오스트리아군이 그들을 진압하고 있잖아. 진압이 끝나면 보나파르트와 전쟁이 시작되는 거야. 그런데 보나파르트가 브라우나우에 있다고! 자네가 바보라는 증거지. 남의 말을 좀 더 귀담아들어!”

“숙영 담당자들은 정말 빌어먹을 놈들이야! 저기 봐, 제5중대는 벌써 마을로 들어가고 있어…… 우리가 숙영지에 닿기 전에 메밀죽을 다 끓이겠군.”

“비스킷 좀 줘, 이 자식아!”

“어제 나한테 담배를 줬던가? 바로 그거야, 친구! 에라, 됐어. 여기 받아.”

“이쯤에서 쉬어 가라고 하면 좋을 텐데. 아니면 먹지도 못하고 4마일을 더 가야 해.”

“저 독일인들이 마차를 태워 줬을 때는 좋지 않았나! 가만히 앉아 있으면 태워다 주잖아.”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아주 거지 같아, 친구. 거기 사람들은 모두 러시아 황제 아래 있는 폴란드인 같았는데, 이곳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락없는 독일인이야.”

“노래꾼들은 앞으로!” 대위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여러 대열에서 스무 명가량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그들을 이끄는 북수가 노래꾼들을 향해 몸을 돌리고 팔을 휘두르며 길게 늘어지는 병사들의 노래를 시작했다. “아침이 밝고 해가 떠오르네”라는 말로 시작하여 “자, 형제들이여, 카멘스키 아버지를 따라 영광을 향해 나아가자”로 끝나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튀르키예 원정 때 만들어졌는데 이제 오스트리아에서 부르면서 ‘카멘스키 아버지’만 ‘쿠투조프 아버지’로 바꾸었다.

병사들이 하듯 마지막 가사를 툭 내뱉고 무언가를 땅에 내던지듯 팔을 휘두른 북수는 마흔 살쯤 된 야위고 잘생긴 병사였다. 그는 노래꾼들을 엄하게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것을 확인하자, 보이지 않지만 귀중한 물건을 조심스레 머리 위로 들어 올리듯 두 팔을 들고 몇 초 동안 그대로 있다가 갑자기 아래로 내던지며 노래를 시작했다.

“오, 나의 정자여, 오, 나의 정자여……!”

“오, 나의 새 정자여……!” 스무 명의 목소리가 뒤따라 화음을 넣었다. 캐스터네츠를 든 병사는 무거운 장비를 짊어졌는데도 앞으로 뛰어나가 중대 앞에서 뒷걸음질하며 누군가를 위협하듯 어깨를 들썩이고 캐스터네츠를 휘둘렀다. 병사들은 팔을 흔들고 저절로 박자를 맞추며 큰 걸음으로 행군했다. 중대 뒤에서는 바퀴 구르는 소리와 용수철이 삐걱거리는 소리,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쿠투조프와 수행원들이 도시로 돌아가고 있었다. 총사령관은 병사들에게 편한 걸음으로 계속 행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와 수행원들은 모두 노랫소리와 춤추는 병사, 즐겁고 씩씩하게 행군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기뻐했다. 마차가 중대 옆을 지나갈 때 오른쪽 측면에서 두 번째 열에 있던 푸른 눈의 병사 하나가 저절로 눈길을 끌었다. 노래에 맞춰 유난히 우아하고 대담하게 행군하며,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을 마치 지금 중대와 함께 행군하지 못하는 것이 가엾다는 듯 바라보는 돌로호프였다. 연대장을 흉내 냈던 쿠투조프 수행단의 경기병 소위가 마차 뒤쪽으로 처졌다가 돌로호프에게 말을 몰아 다가갔다.

경기병 소위 제르코프는 한때 페테르부르크에서 돌로호프가 이끌던 방탕한 무리에 속해 있었다. 제르코프는 외국에서 병졸이 된 돌로호프를 만났지만 아는 체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쿠투조프가 이 신사 출신 병졸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을 붙였다.

“친구, 어떻게 지내나?” 노랫소리 사이로 그는 말을 중대의 보조에 맞춰 몰며 물었다.

“어떻게 지내냐고?” 돌로호프가 차갑게 대답했다. “보이는 그대로지.”

흥겨운 노래는 제르코프가 말하는 허물없는 유쾌함과 돌로호프가 의도적으로 보이는 냉담함에 특별한 맛을 더했다.

“장교들과는 잘 지내나?” 제르코프가 물었다.

“괜찮아. 좋은 사람들이야.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용케 참모부로 기어들어 갔나?”

“배속됐지. 당직 근무 중이야.”

두 사람은 침묵했다.

“넓은 오른 소매에서 매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네.” 노래가 이어지며 저도 모르게 용기와 명랑함을 불러일으켰다. 그 노래의 영향이 없었다면 두 사람의 대화는 아마 달랐을 것이다.

“오스트리아군이 패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돌로호프가 물었다.

“악마나 알겠지! 그렇다고들 하더군.”

“기쁘군.” 돌로호프는 노래의 박자에 맞추듯 짧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이봐, 어느 날 저녁에 들러. 파로 한 판 하자고!” 제르코프가 말했다.

“왜, 돈이 너무 많은가?”

“꼭 와.”

“못 가. 맹세했어. 복권될 때까지는 술도 마시지 않고 도박도 하지 않을 거야.”

“그거야 첫 전투가 벌어질 때까지만 그렇겠지.”

“두고 보면 알겠지.”

두 사람은 다시 침묵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찾아와. 참모부에 있으면 적어도 쓸모는 있으니까…….”

돌로호프가 미소 지었다. “신경 쓰지 마. 필요한 것이 있더라도 부탁하지는 않을 거야. 내가 가져오지!”

“뭐, 됐어. 나는 그저…….”

“나도 그저…….”

“잘 가.”

“건강하게 지내…….”

“멀고도 먼 길을 따라, 고향 땅을 향하여…….”

제르코프는 박차로 말의 옆구리를 찔렀다. 말은 어느 발부터 내디뎌야 할지 모르는 듯 흥분하여 제자리에서 발을 바꾸어 디디다가 이내 보조를 잡고 노래의 박자에 맞춘 채 중대를 지나 질주하여 마차를 따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