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2권 1805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2권 1805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2권 7장 삽화

적이 쏜 포탄 두 발이 이미 혼잡한 다리 위를 날아갔다. 다리 한가운데에는 말에서 내린 네스비츠키 공작이 서 있었고, 그의 커다란 몸은 난간에 바싹 끼어 있었다. 그는 몇 걸음 뒤에서 말 두 필의 고삐를 잡고 서 있는 카자크 병사를 돌아보며 웃었다. 네스비츠키 공작이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마다 병사들과 수레가 그를 다시 뒤로 밀어 난간에 눌러 붙였으므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미소 짓는 것뿐이었다.

“이보게, 정말 훌륭한 친구로군!” 카자크 병사가 수레를 몰고 보병들을 밀어붙이는 치중병에게 말했다. 보병들은 그의 수레바퀴와 말 가까이에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참 훌륭해! 잠깐도 기다리지 못하나! 장군님께서 지나가시려는 것이 보이지 않아?”

하지만 치중병은 ‘장군’이라는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막는 병사들에게 외쳤다. “이봐, 친구들! 왼쪽으로 붙어! 잠깐 기다려.” 그러나 병사들은 어깨를 맞대고 총검을 서로 엇갈리게 한 채 빽빽한 덩어리가 되어 다리 위를 움직였다. 네스비츠키 공작이 난간 너머 아래를 내려다보자 빠르고 시끄러운 엔스강의 잔물결이 보였다. 물결은 다리 말뚝 둘레에서 일렁이고 소용돌이치며 서로를 뒤쫓았다. 다리 위를 바라보니 어깨끈과 덮개를 씌운 샤코 모자와 배낭, 총검과 긴 머스킷총이 이루는 똑같이 한결같은 살아 있는 물결이 보였다. 샤코 모자 아래에는 광대뼈가 넓고 볼이 움푹 꺼졌으며 무기력하고 지친 얼굴들이 있었고, 발들은 다리 널빤지를 덮은 끈적한 진흙 속을 지나 움직였다. 때로는 엔스강 물결 위의 흰 거품 조각처럼 병사들과는 다른 얼굴을 한 망토 차림의 장교가 단조로운 사람의 물결 사이를 비집고 나아갔다. 때로는 강물에서 빙빙 도는 나뭇조각처럼 말에서 내린 경기병이나 당번병, 도시 주민이 보병의 물결에 떠밀려 지나갔다. 또 때로는 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통나무처럼 장교나 중대의 짐을 높이 쌓아 가죽 덮개를 씌우고 사방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수레가 다리를 건너갔다.

“마치 둑이 무너진 것 같군.” 카자크 병사가 절망스럽게 말했다.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오는 거야?”

“백만에서 한 명 모자라!” 찢어진 외투를 입은 익살스러운 병사가 눈을 찡긋하며 대답하고 지나갔다. 그 뒤로 늙은 병사 하나가 따라왔다.

“지금 저놈이,” 늙은 병사는 ‘저놈’이라는 말로 적을 가리키며 동료에게 음울하게 말했다. “이 다리를 향해 포탄을 쏘기 시작하면 몸 긁을 생각도 잊을 거야.”

그 병사가 지나간 뒤에는 수레에 앉은 다른 병사가 왔다.

“도대체 행전은 어디 처박아 둔 거야?” 당번병 하나가 수레 뒤를 따라 달리며 안을 더듬어 찾다가 말했다.

그도 수레와 함께 지나갔다. 뒤이어 술을 마신 것이 분명한 명랑한 병사들이 왔다.

“그러더니 말이야, 친구, 그자가 총 개머리판으로 놈의 이빨을 한 대 치는 거야…….” 외투 자락을 단정히 걷어 올린 병사가 팔을 크게 휘두르며 유쾌하게 말했다.

“그래, 그 햄은 정말 맛있었어…….” 다른 병사가 큰 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도 지나가 버려 네스비츠키는 누가 이빨을 맞았는지, 햄이 그 일과 무슨 상관인지 알지 못했다.

“쯧! 저렇게 허둥거리다니. 포탄 한 발 날아오니 모두 죽기라도 할 줄 아는군.” 하사 한 명이 화를 내며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아버지, 그게 내 곁을 날아가는데 말입니다, 포탄 말입니다.” 엄청나게 큰 입을 가진 젊은 병사가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어찌나 겁이 나던지!” 그는 겁먹었던 일을 자랑이라도 하듯 말했다.

그도 지나갔다. 이어 앞서 지나간 어느 수레와도 다른 수레가 나타났다. 독일인 한 명이 두 필의 말을 끄는 독일식 수레였는데, 집 한 채의 세간을 전부 실은 듯 보였다. 수레 뒤에는 커다란 젖통을 가진 보기 좋은 얼룩소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깃털 침구 위에는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아기를 안은 여자와 노파, 혈색 좋고 발그레한 볼을 지닌 건강한 독일인 처녀가 앉아 있었다. 이 피난민들은 특별 허가를 받아 지나가는 것이 분명했다. 모든 병사의 눈이 여자들에게 쏠렸고, 수레가 느릿느릿 지나가는 동안 병사들의 말은 온통 젊은 여자 둘에 관한 것이었다. 모든 얼굴에 여자들을 향한 음탕한 생각을 나타내는 거의 똑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저것 봐, 독일 소시지도 줄행랑을 놓는군!”

“그 여자를 내게 파시오.” 다른 병사가 독일인에게 말했다. 화가 나고 겁먹은 독일인은 눈을 내리깔고 힘차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차려입은 꼴 좀 봐! 아, 이 악마들!”

“이봐, 페도토프, 자네가 저 사람들 집에 숙영해야겠군!”

“친구, 나는 전에도 볼 만큼 봤어!”

“어디로 가는 거요?” 사과를 먹고 있던 보병장교가 물었다. 그도 예쁜 처녀를 바라보며 반쯤 미소 짓고 있었다.

독일인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표시로 눈을 감았다.

“원한다면 받으시오.” 장교는 처녀에게 사과를 건네며 말했다.

처녀는 미소 짓고 사과를 받았다. 네스비츠키도 다리 위의 다른 남자들처럼 여자들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들이 지나가자 똑같은 말을 주고받는 병사들의 똑같은 흐름이 뒤따랐고 마침내 모두가 멈춰 섰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다리 끝에서 치중대 수레를 끄는 말들이 말을 듣지 않았고, 군중 전체가 기다려야 했다.

“왜 멈추는 거야? 제대로 된 질서가 없군!” 병사들이 말했다. “어딜 밀어붙이는 거야? 악마가 데려갈 놈! 기다리지 못하나? 놈이 다리에 포격하면 더 곤란해질 거야. 여기 장교도 끼어 있잖아.” 군중 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 다리 출구 쪽으로 밀고 나갔다.

네스비츠키는 다리 아래 엔스강 물을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처음 듣는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 크고 무거운 것이 물속에 풍덩 빠지는 소리였다.

“어디까지 날아가는지 좀 보게!” 곁에 있던 병사가 그 소리를 듣고 주위를 돌아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더 빨리 가라고 격려하는군.” 다른 병사가 불안하게 말했다.

군중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스비츠키는 그것이 포탄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봐, 카자크! 내 말!” 그가 말했다. “자, 거기 사람들! 비켜! 길을 내!”

그는 몹시 애를 쓴 끝에 말이 있는 곳에 다다랐고 계속 소리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병사들은 몸을 움츠려 그에게 길을 내주었으나 다시 몰려들어 그의 다리를 꽉 끼게 했다. 가장 가까운 병사들에게도 잘못은 없었다. 그들 역시 뒤에서 훨씬 더 세게 떠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스비츠키, 네스비츠키! 이 멍청아!” 등 뒤에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네스비츠키는 주위를 둘러보고 15보쯤 떨어진 곳에 붉은 얼굴과 헝클어진 모습의 바시카 데니소프가 있는 것을 보았다. 움직이는 보병의 살아 있는 덩어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데니소프는 검은 머리 뒤쪽에 모자를 얹고 망토를 멋스럽게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이 악마들, 이 마귀들에게 나를 지나가게 하라고 말해!” 데니소프가 외쳤다. 잔뜩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핏발 선 흰자위 사이로 새까만 두 눈을 번뜩이며 굴렸고, 얼굴만큼 붉고 작고 맨손에 칼집째 든 군도를 쥐고 휘둘렀다.

“아, 바시카!” 네스비츠키가 기쁘게 대답했다. “무슨 일인가?”

“중대가 지나갈 수 없잖아.” 바시카 데니소프는 흰 이를 사납게 드러내고 검은색 순종 아라비아 말에 박차를 가하며 외쳤다. 말은 총검이 몸에 닿을 때마다 귀를 움찔했고, 재갈에서 흰 거품을 뿜으며 콧김을 내뿜었으며, 발굽으로 다리 널빤지를 짓밟았다. 기수가 허락하기만 하면 난간을 뛰어넘을 듯했다. “이게 뭐야? 양 떼 같잖아! 정말 양 떼 같다고! 비켜!…… 지나가게 해!…… 거기 수레 끄는 악마, 멈춰! 군도로 베어 버리겠어!” 그는 실제로 칼집에서 군도를 뽑아 휘두르며 외쳤다.

병사들은 겁먹은 얼굴로 서로에게 바싹 붙었고 데니소프는 네스비츠키 곁에 이르렀다.

“오늘은 어째서 술에 취하지 않았나?” 데니소프가 가까이 오자 네스비츠키가 말했다.

“술 마실 시간조차 주지 않잖아!” 바시카 데니소프가 대답했다. “온종일 연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고. 싸울 거면 싸우면 되지.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악마나 알 거야.”

“오늘은 아주 멋쟁이로군!” 네스비츠키는 데니소프의 새 망토와 안장 깔개를 바라보며 말했다.

데니소프는 미소 짓고 기병용 가방에서 향수 냄새가 풍기는 손수건을 꺼내 네스비츠키의 코에 대었다.

“당연하지. 전투에 나가잖아! 면도하고 이 닦고 향수도 뿌렸어.”

카자크 병사를 뒤에 거느린 네스비츠키의 당당한 풍채와 칼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소리치는 데니소프의 결연한 태도에 눌린 사람들은 길을 내주었다. 두 사람은 다리 반대편까지 간신히 비집고 나아가 보병의 행렬을 멈추게 했다. 네스비츠키는 다리 곁에서 명령을 전달해야 할 대령을 찾아 임무를 마친 뒤 말을 타고 돌아갔다.

길을 비운 데니소프는 다리 끝에 멈춰 섰다. 동료들에게 돌아가고 싶어 울며 앞발로 땅을 긁는 종마를 아무렇게나 붙잡고 중대가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곧 여러 필의 말이 질주하는 듯한 발굽 소리가 다리 널빤지 위에서 울려 퍼졌다. 장교들이 앞장서고 병사들이 네 명씩 횡대로 선 중대가 다리를 가득 메우며 건너와 데니소프 쪽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행군을 멈춘 보병들은 다리 근처의 짓밟힌 진흙 속에 몰려 서서 질서 정연하게 지나가는 깨끗하고 말끔한 경기병들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병과의 병사들이 마주칠 때 흔히 품는 특유의 악의와 거리감과 조롱이 섞인 감정이 그들의 눈에 담겨 있었다.

“멋쟁이들이군! 장터 구경에나 어울리겠어!” 한 사람이 말했다.

“저들이 무슨 쓸모가 있어? 그저 구경거리로 끌고 다니는 거지!” 다른 사람이 말했다.

“보병들한테 먼지 일으키지 마!” 뛰는 말이 보병 몇 명에게 진흙을 튀긴 경기병이 농담했다.

“자네에게 배낭을 지우고 이틀 동안 행군시켜 보고 싶군! 그 멋진 장식끈도 금세 닳아 버릴 텐데.” 보병 하나가 소매로 얼굴의 진흙을 닦으며 말했다. “그 위에 올라앉은 꼴이 사람보다 새에 가깝군.”

“이봐, 지킨, 자네를 말에 태워야겠어. 꽤 볼 만할 거야.” 상병 하나가 배낭 무게에 짓눌려 몸을 숙인 야위고 작은 병사를 놀리며 말했다.

“막대기 하나를 두 다리 사이에 끼워. 자네에게는 그게 말로 알맞겠어!” 경기병이 맞받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