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 제14장
《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제14장

《전쟁과 평화》 제9권 14장 삽화

새벽 세 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아무도 잠들지 않았을 때 병참장교가 나타나 작은 도시 오스트로브나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전했다. 장교들은 여전히 웃고 이야기하며 서둘러 준비했고, 사모바르에 흐린 물을 다시 끓였다. 그러나 로스토프는 차를 기다리지 않고 기병대대로 갔다. 날이 밝아 오고 비는 그쳤으며 구름이 흩어지고 있었다. 아직 젖은 옷을 입고 있어 특히 축축하고 추웠다. 로스토프와 일린은 희미한 새벽빛 속에서 주막을 나서며 젖어 번들거리는 군의관 포장마차의 가죽 덮개 밑을 들여다보았다. 앞가리개 밑으로 군의관의 두 발이 튀어나와 있었고 가운데에는 아내의 잠옷 모자가 보였으며 잠에 취한 숨소리가 들렸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야.” 로스토프가 뒤따라오는 일린에게 말했다.

“매력적인 여성이지요!” 일린은 열여섯 살 소년다운 진지함을 모두 담아 말했다.

30분 뒤 기병대대가 길에 대열을 갖추었다. “말에 올라!”라는 명령이 들리자 병사들은 성호를 긋고 말에 올랐다. 선두에서 말을 탄 로스토프가 “앞으로!”라고 명령했다. 경기병들은 군도를 달그락거리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말발굽으로 진흙을 튀기면서 네 명씩 행군 대열을 이루었다. 앞서간 보병과 포대를 따라 양쪽에 자작나무를 심은 넓은 길을 나아갔다.

누더기처럼 찢어진 청자색 구름은 동쪽에서 붉게 물들며 바람에 쫓겨 빠르게 흘렀다. 점점 밝아졌다. 시골길 가장자리에서 언제나 자라는 곱슬곱슬한 풀이 밤비에 젖은 채 선명하게 보였다. 역시 젖은 자작나무의 축 늘어진 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밝은 물방울을 한쪽으로 뿌렸다. 병사들의 얼굴도 갈수록 뚜렷이 보였다. 언제나 일린이 바싹 뒤따르는 로스토프는 두 줄의 자작나무 사이, 길 한쪽을 따라 말을 몰았다.

원정 중 로스토프는 연대 말이 아니라 카자크 말을 타는 사치를 누렸다. 말 감정에 밝은 사냥꾼인 그는 얼마 전 몸집이 크고 훌륭하며 활기찬 도네츠 말을 구했다. 연한 갈색 몸에 밝은 갈기와 꼬리를 지닌 말로, 그가 타면 아무도 질주로 앞설 수 없었다. 이 말을 타는 것은 즐거웠다. 그는 말과 아침과 군의관의 아내를 생각했지만 다가오는 위험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는 전투에 들어갈 때 로스토프도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제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포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위험에는 익숙해질 수 없다. 위험 속에서 자기 생각을 다루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전투에 들어갈 때면 가장 관심을 끌 법한 것, 곧 다가오는 위험 말고 다른 무엇이든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복무 초기에는 아무리 노력하고 겁쟁이라고 자신을 책망해도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저절로 가능해졌다. 이제 그는 일린 곁에서 자작나무 아래를 달리며 손에 닿는 가지에서 이따금 잎을 따고, 발로 말의 옆구리를 건드리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다 피운 파이프를 뒤따르는 경기병에게 건네며 그저 산책하러 나온 사람처럼 침착하고 태평했다. 말이 많아지고 몹시 흥분한 일린의 얼굴을 가엾게 흘겨보았다. 그는 소위가 겪는 공포와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시간만이 그를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구름 아래 맑게 트인 하늘에 해가 나타나자 폭풍 뒤 여름 아침의 아름다움을 감히 망치지 않으려는 듯 바람이 잦아들었다. 물방울은 계속 떨어졌지만 이제 수직으로 내렸고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해 전체가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그 위에 걸린 길고 좁은 구름 뒤로 사라졌다. 몇 분 뒤에는 구름 위쪽에서 더욱 밝게 다시 나타나 가장자리를 찢었다. 모든 것이 밝아지고 반짝였다. 그 빛과 함께, 마치 빛에 대답하듯 앞쪽에서 포성이 들려왔다.

로스토프가 포격 거리를 생각해 알아내기도 전에 오스테르만톨스토이 백작의 부관이 비테프스크에서 말을 달려와 길을 따라 속보로 전진하라는 명령을 전했다.

기병대대는 속도를 높인 보병과 포대를 따라잡아 앞질렀다. 언덕을 내려가 텅 비고 버려진 마을을 지난 뒤 다시 언덕을 올라갔다. 말들은 땀거품을 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은 붉어졌다.

“정지! 대열을 정돈하라!” 앞에서 연대장의 명령이 들렸다. “좌측 앞으로. 평보로, 전진!” 앞쪽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경기병들은 아군 진지 왼쪽 측면의 병력 대열을 따라 지나가 최전선에 있는 아군 창기병 뒤에서 멈췄다. 오른쪽에는 아군 보병이 밀집대형으로 서 있었는데 예비대였다. 더 높은 언덕 위 지평선에는 놀랍도록 맑은 공기를 통해 비스듬한 아침 햇살을 밝게 받는 아군 대포가 보였다. 앞쪽의 움푹 팬 골짜기 너머에는 적군의 대열과 대포가 보였다. 이미 교전 중인 아군 전열이 골짜기에서 적과 활발하게 총격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오랫동안 듣지 못한 이 소리에 로스토프의 기분은 가장 흥겨운 음악을 들을 때처럼 고조되었다. 타라타타탕! 총성이 한꺼번에 터졌다가 몇 발씩 빠르게 잇따라 터졌다. 다시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가 누군가 뇌관 위를 걸으며 하나씩 폭발시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경기병들은 약 한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포격이 시작되었다. 오스테르만 백작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기병대대 뒤로 와서 멈추고 연대장과 이야기한 뒤 대포가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오스테르만이 떠난 뒤 창기병들에게 명령이 울려 퍼졌다.

“종대로 집결! 돌격 준비!”

앞쪽 보병들은 기병대가 지나가도록 소대별로 갈라졌다. 창기병들은 창에 달린 깃발을 나부끼며 움직이기 시작해, 왼쪽 아래에 보이는 프랑스 기병을 향해 속보로 언덕을 내려갔다.

창기병들이 언덕을 내려가자마자 경기병들에게 언덕으로 올라가 포대를 지원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창기병들이 비운 자리를 차지할 때 앞에서 총알이 날아와 낑낑거리고 휘파람 소리를 냈지만 힘이 빠져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채 떨어졌다.

오랫동안 듣지 못한 그 소리들은 앞서 들은 총성보다 로스토프를 더욱 기쁘고 고무되게 했다. 그는 몸을 곧게 세우고 언덕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전장을 바라보며 온 마음으로 창기병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창기병들은 프랑스 용기병 가까이 급강하했고 그곳 연기 속에서 무언가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5분 뒤 아군 창기병들은 원래 있던 곳이 아니라 더 왼쪽으로 질주해 돌아왔다. 밤색 말을 탄 주황색 군복의 창기병들 사이와 그 뒤로, 회색 말을 탄 푸른 군복의 프랑스 용기병들이 큰 무리를 지어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