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 제2장
《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제2장

《전쟁과 평화》 제9권 2장 삽화

5월 29일, 나폴레옹은 공작들과 대공들, 왕들, 심지어 황제 한 명까지 포함된 궁정에 둘러싸여 3주를 보낸 드레스덴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나폴레옹은 총애받을 만한 황제와 왕과 공작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마음에 들지 않는 왕들과 공작들을 꾸짖었으며, 자기 소유의 진주와 다이아몬드, 다시 말해 다른 왕들에게서 빼앗은 보석을 오스트리아 황후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그의 역사가가 들려주는 바에 따르면, 파리에 다른 아내를 남겨 두었는데도 자신을 남편으로 여기는 마리 루이즈 황후를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그는 이별을 거의 견디지 못하는 듯 슬퍼하는 황후를 남겨 두고 떠났다. 외교관들은 여전히 평화가 가능하다고 굳게 믿으며 그 목적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나폴레옹 황제 자신도 알렉산드르에게 편지를 써 존경하는 나의 형제(Monsieur mon frère)라고 부르며 전쟁을 원하지 않고 언제나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겠다고 진심으로 장담했다. 그런데도 그는 군대로 떠났고, 역참에 설 때마다 병력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속도를 높이라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그는 시동과 부관과 호위대에 둘러싸여 여섯 마리가 끄는 여행 마차를 타고 포젠, 토른, 단치히, 쾨니히스베르크로 이어지는 길을 갔다. 도시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흥분과 열광 속에서 그를 맞았다.

군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고, 여섯 마리씩 교대하는 말들이 그를 같은 방향으로 실어 갔다. 6월 10일에 군대를 따라잡은 그는 빌카비스키 숲에 있는 어느 폴란드 백작의 영지에서 자신을 위해 마련한 거처에 묵었다.

\* 구력.

다음 날 그는 군대를 앞질러 마차를 타고 네만강으로 갔다. 폴란드 군복으로 갈아입고 도하 지점을 고르려고 강기슭으로 갔다.

건너편에서 카자크들(les Cosaques)과,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진군했던 스키타이와 같은 왕국의 수도인 성스러운 도시 모스크바(Moscou, la ville sainte)가 놓인 광활한 초원을 바라본 나폴레옹은 전략적 고려에도 외교적 고려에도 어긋나게 갑자기 진격을 명령했다. 다음 날 그의 군대는 네만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6월 12일 이른 아침, 나폴레옹은 그날 네만강 왼쪽의 가파른 둑에 친 천막에서 나와 망원경으로 빌카비스키 숲에서 쏟아져 나와 강 위에 놓인 세 개의 다리로 흘러드는 병력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병사들은 황제가 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찾고 있었다. 언덕 위 천막 앞에서 수행원들과 떨어져 외투와 이각모를 쓴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자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고 “황제 만세!(Vive l’Empereur!)”라고 외쳤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리고 있던 거대한 숲에서 끊임없는 물결처럼 잇따라 쏟아져 나왔고, 세 갈래로 갈라져 세 개의 다리를 통해 건너편으로 끝없이 흘러갔다.

“이제 전투에 들어가는군. 아, 황제께서 직접 나서시면 일이 뜨거워지지…… 맹세코!…… 저기 계신다!…… 황제 만세! 이곳이 아시아의 초원이구나! 그래도 고약한 나라야. 잘 있게(au revoir), 보셰. 모스크바에서 가장 좋은 궁전을 자네 몫으로 남겨 두겠네! 잘 있어. 행운을 빌어!…… 황제 폐하를 보았나? 황제 만세!…… 제…… 내가 인도 총독이 되면, 제라르, 자네를 카슈미르 장관으로 삼겠네. 결정했어. 황제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저 악당 카자크들이 달아나는 꼴을 봐! 황제 만세! 저기 계셔, 보이나? 나는 지금 자네를 보는 것처럼 폐하를 두 번이나 보았어. 꼬마 하사님…… 어느 노병에게 십자훈장을 달아 주시는 것도 봤지…… 황제 만세!” 성격과 사회적 지위가 아주 다양한 젊고 늙은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얼굴에는 오래 기다린 원정이 시작된 기쁨과, 언덕에 서 있는 회색 외투의 남자에게 느끼는 황홀과 헌신이라는 공통된 표정이 떠올랐다.

6월 13일, 몸집은 다소 작지만 순종인 아라비아말 한 마리가 나폴레옹에게 왔다. 그는 말에 올라 네만강의 다리 하나를 향해 질주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황홀한 환호에 계속 귀가 먹먹했다. 병사들이 그런 고함으로 자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어서 참는 것이 분명했지만, 어디서나 따라붙는 환호는 그를 방해했고 군대에 합류한 뒤 몰두해 있던 군사 문제에서 주의를 흩뜨렸다. 그는 흔들리는 부교 가운데 하나를 건너 맞은편으로 간 뒤 급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코브노 쪽으로 질주했다. 환희에 찬 근위 엽기병들이 기쁨에 숨을 헐떡이며 병력 사이로 길을 열려고 말 위에서 앞서 달렸다. 그는 넓은 빌리야강에 이르러 강가에 주둔한 폴란드 창기병 연대 곁에 멈췄다.

“만세!(Vivat!)” 폴란드 병사들은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그를 보려고 서로 밀치며 황홀하게 외쳤다.

나폴레옹은 강의 위아래를 살펴보다 말에서 내려 강기슭의 통나무에 앉았다. 그가 말없이 신호하자 망원경이 건네졌다. 그는 기뻐하며 달려온 시동의 등에 망원경을 받치고 맞은편 강기슭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통나무 위에 펼친 지도에 몰두했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무언가를 말하자 부관 두 명이 폴란드 창기병들에게 말을 달려갔다.

“뭐지? 뭐라고 하셨나?” 부관 한 명이 다가오자 폴란드 창기병 대열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여울을 찾아 강을 건너라는 명령이었다. 잘생긴 노인인 폴란드 창기병 연대장은 얼굴을 붉히고 흥분하여 말을 더듬으며, 여울을 찾는 대신 창기병들과 헤엄쳐 강을 건너도 되는지 부관에게 물었다. 말을 타도 좋다는 허락을 청하는 소년처럼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채, 황제가 보는 앞에서 헤엄쳐 건너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부관은 아마도 황제가 이 지나친 열성을 불쾌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부관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콧수염을 기른 늙은 장교는 행복한 얼굴과 반짝이는 눈으로 군도를 들어 올리고 “만세!”라고 외쳤다. 창기병들에게 자신을 따르라고 명령한 뒤 말의 옆구리에 박차를 가해 강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는 타고 있던 말이 불안하게 날뛰자 성난 듯 세차게 찌르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살이 빠른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수백 명의 창기병이 뒤따라 달려 들어갔다. 강 한가운데의 빠른 물살은 차갑고 으스스했다. 창기병들은 말에서 떨어져 서로를 붙잡았다. 말 몇 마리와 병사 몇 명이 물에 빠져 죽었고, 나머지는 계속 헤엄치려 했다. 어떤 이는 안장에 앉은 채였고 어떤 이는 말의 갈기를 붙잡았다. 그들은 맞은편 강기슭을 향해 나아가려 했다. 3분의 1마일 떨어진 곳에 여울이 있었는데도 통나무에 앉아 자신들이 하는 일을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의 눈앞에서 이 강을 헤엄치다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돌아온 부관은 적당한 때를 골라 황제에게 폴란드 병사들이 폐하께 바치는 헌신을 감히 알렸다. 그러자 회색 외투를 입은 작은 남자는 일어서서 베르티에를 부르고, 그와 함께 강기슭을 오가며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이따금 자신의 주의를 흩뜨리는 물에 빠진 창기병들을 못마땅하게 흘겨보았다.

아프리카에서 모스크바 대공국의 초원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곳이든 자신이 나타나기만 하면 사람들이 넋을 잃고 미친 듯 자신을 망각한다는 것은 그에게 새로운 확신이 아니었다. 그는 말을 가져오라고 하여 숙소로 돌아갔다.

구조하려고 배를 보냈지만 창기병 약 마흔 명이 강에서 익사했다. 대부분은 출발했던 강기슭으로 간신히 되돌아왔다. 연대장과 병사 몇 명은 강을 건너 어렵사리 맞은편 둑으로 기어올랐다. 물에 흠뻑 젖어 물줄기가 흐르는 옷차림으로 올라오자마자 그들은 “만세!”라고 외치며, 나폴레옹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곳을 황홀하게 바라보았고 그 순간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여겼다.

그날 저녁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사용하려고 준비한 러시아 위조지폐를 가능한 한 빨리 보내라는 명령과, 프랑스군에 내려진 명령에 관한 정보가 담긴 편지를 지닌 채 발견된 작센인 한 명을 총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사이에 아무 목적 없이 강에 뛰어든 폴란드 연대장을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단(Légion d’honneur)에 넣으라는 지시도 내렸다.

신이 멸망시키려는 자는 먼저 미치게 한다(Quos vult perdere dementat).*

\* 하느님께서 멸망시키려는 자는 먼저 미치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