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9권 7장 삽화

나폴레옹이 퍼부은 모든 말, 분노의 폭발과 마지막에 냉랭하게 한 “장군, 더는 붙잡지 않겠소. 황제에게 보내는 내 편지를 받게 될 것이오.”라는 말을 들은 발라셰프는 나폴레옹이 다시 만나기를 바라지 않고 오히려 피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신은 모욕당한 사절일 뿐 아니라 그의 볼썽사나운 분노까지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발라셰프는 뒤로크를 통해 그날 황제와 함께 식사하라는 초대를 받았다.

그 만찬에는 베시에르와 콜랭쿠르와 베르티에가 참석했다.

나폴레옹은 명랑하고 다정하게 발라셰프를 맞았다. 아침의 분노 때문에 불편하거나 자책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발라셰프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실수할 수 없다고 확신한 것이 분명했다. 옳고 그름에 관한 어떤 관념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한 일이기 때문에, 그가 보기에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은 옳았다.

황제는 빌나에서 말을 타고 돌아본 뒤 기분이 아주 좋았다. 군중이 황홀하게 그를 환영하며 뒤따랐다. 그가 말을 타고 지나간 거리의 창문마다 양탄자와 깃발과 그의 이름을 조합한 문양을 내걸었고, 폴란드 귀부인들은 손수건을 흔들어 환영했다.

만찬에서 발라셰프를 자기 곁에 앉힌 나폴레옹은 다정하게 대했을 뿐 아니라 그를 자기 궁정 신하의 한 사람, 자기 계획에 공감하고 자기 성공을 기뻐해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대했다. 대화 중에 모스크바를 언급하고 발라셰프에게 러시아 수도에 관해 물었다. 찾아갈 새로운 도시에 흥미를 느낀 여행자처럼 묻기만 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인인 발라셰프가 자신의 호기심을 영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모스크바에는 주민이 얼마나 있소? 집은 몇 채요? 모스크바를 ‘성스러운 모스크바’라고 부른다는 것이 사실이오? 모스크바에는 교회가 몇 개요?” 그가 물었다.

교회가 200개가 넘는다는 대답을 듣고 그는 말했다.

“왜 교회가 그렇게 많소?”

“러시아인들은 신앙심이 아주 깊습니다.” 발라셰프가 대답했다.

“하지만 수도원과 교회가 많다는 것은 언제나 그 민족이 뒤떨어졌다는 징표요.” 나폴레옹은 콜랭쿠르에게 이 말을 높이 평가해 달라는 듯 그쪽으로 돌아보며 말했다.

발라셰프는 감히 프랑스 황제의 말에 공손히 동의하지 않았다.

“나라마다 고유한 성격이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유럽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소.” 나폴레옹이 말했다.

“폐하, 용서해 주십시오.” 발라셰프가 대답했다. “러시아 말고도 스페인에는 교회와 수도원이 많습니다.”

프랑스군이 얼마 전 스페인에서 당한 패배를 암시하는 이 대답은 발라셰프가 알렉산드르의 궁정에서 전했을 때 큰 찬사를 받았지만 나폴레옹의 만찬에서는 별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갔다.

무관심하고 어리둥절한 원수들의 얼굴은 발라셰프의 어조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몰라 당황했음을 보여 주었다. 그들의 표정은 ‘무슨 뜻이 있다면 우리는 모르겠고, 아니면 전혀 재치가 없군.’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의 반박은 거의 평가받지 못했고 나폴레옹은 아예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순진하게 발라셰프에게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직행로가 어느 도시들을 지나느냐고 물었다. 만찬 내내 경계하고 있던 발라셰프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듯 모든 길은 모스크바로 통하며 길이 많다고 대답했다. “그 가운데는 카를 12세가 택한 폴타바를 지나는 길도 있습니다.” 이 대답이 절묘하다고 느낀 발라셰프는 저도 모르게 기쁨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가 ‘폴타바’라는 말을 마치자마자 콜랭쿠르가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길의 열악함과 페테르부르크의 추억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만찬 뒤 그들은 나흘 전까지만 해도 알렉산드르 황제의 서재였던 나폴레옹의 서재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나폴레옹은 세브르산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앉아 발라셰프에게 자기 곁의 의자를 가리켰다.

나폴레옹은 이성적인 어떤 이유보다도 사람을 자기 자신에게 만족시키고 모두를 친구로 여기게 만드는, 잘 알려진 식후의 기분에 젖어 있었다. 자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고 느꼈고, 만찬을 마친 발라셰프 역시 자기 친구이자 숭배자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나폴레옹은 유쾌하지만 약간 빈정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돌아섰다.

“알렉산드르 황제가 이 방을 썼다고 들었소. 이상하지 않소, 장군?” 그는 이 말이 알렉산드르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므로 듣는 이도 기뻐하리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 말했다.

발라셰프는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소. 나흘 전 이 방에서 빈칭게로데와 슈타인이 상의하고 있었지.” 나폴레옹은 조소와 자신감이 담긴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알렉산드르 황제가 내 개인적인 적들을 자기 주위에 두었다는 사실이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소. 내가 똑같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오?” 그는 묻는 듯 발라셰프에게 돌아섰다. 이 생각 때문에 아침의 분노가 아직도 생생한 길로 다시 들어선 것이 분명했다.

“내가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그에게 알려 주시오!” 나폴레옹은 일어서서 손으로 잔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의 뷔르템베르크, 바덴, 바이마르 친척들을 모두 독일에서 몰아낼 것이오…… 그렇소. 몰아내겠소. 러시아에 그들의 피난처를 마련하게 하시오!”

발라셰프는 인사하고 떠나고 싶다는 기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저 들려오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어 듣고 있을 뿐이었다. 나폴레옹은 그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발라셰프를 적국의 사절이 아니라 이제 자신에게 완전히 헌신하여 옛 주군의 굴욕을 기뻐해야 하는 사람처럼 대했다.

“알렉산드르 황제는 왜 군대의 지휘를 맡았소? 그것이 무슨 소용이오? 전쟁은 내 직업이지만 그의 일은 통치하는 것이지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아니오! 왜 그런 책임을 맡았단 말이오?”

나폴레옹은 다시 코담뱃갑을 꺼내 몇 차례 말없이 방을 오갔다. 그러다 갑작스럽고 뜻밖에 발라셰프에게 다가갔다. 중요할 뿐 아니라 발라셰프가 기뻐할 일을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볍게 미소 짓고 자신만만하고 빠르고 자연스럽게 손을 마흔 살인 러시아 장군의 얼굴로 들어 올렸다. 그의 귀를 잡고 입술로만 웃으며 살짝 잡아당겼다.

황제에게 귀를 잡아당기는 일을 당하는 것은 프랑스 궁정에서 최고의 영예와 총애의 표시로 여겨졌다.

“자, 알렉산드르 황제의 숭배자이며 궁정 신하인 장군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소?” 그는 자기 앞에서 나폴레옹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숭배하고 섬기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는 듯 말했다. “장군의 말은 준비됐나?” 발라셰프가 인사하자 고개를 살짝 기울여 답하며 덧붙였다. “내 말을 내주어라. 갈 길이 머니까!”

발라셰프가 가져간 편지는 나폴레옹이 알렉산드르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였다. 접견의 모든 세부 사항이 러시아 군주에게 전달되었고 전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