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 제4장
《전쟁과 평화》 · 제9권 1812년

제4장

《전쟁과 평화》 제9권 4장 삽화

6월 14일 새벽 두 시, 황제는 발라셰프를 불러 나폴레옹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 주고 그것을 가져가 프랑스 황제에게 직접 전달하라고 명했다. 발라셰프를 보내면서 황제는 무장한 적군 한 명이라도 러시아 땅에 남아 있는 한 강화하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그 말을 나폴레옹에게 전하라고 했다. 알렉산드르는 특유의 세심한 판단으로 마지막 화해의 시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그 표현을 편지에 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느껴 나폴레옹에게 보내는 편지에 넣지는 않았다. 하지만 발라셰프에게 나폴레옹 앞에서 직접 반드시 되풀이하라고 명했다.

14일 새벽 나팔수 한 명과 카자크 두 명을 데리고 출발한 발라셰프는 동틀 무렵 네만강 러시아 쪽의 리콘티 마을에 있는 프랑스군 전초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프랑스 기병 초병들이 그를 멈춰 세웠다.

진홍색 군복과 털이 북슬북슬한 모자를 쓴 프랑스 경기병 하사관이 다가오는 발라셰프에게 멈추라고 소리쳤다. 발라셰프는 즉시 멈추지 않고 길을 따라 평보로 계속 나아갔다.

하사관은 얼굴을 찌푸리고 욕설을 중얼거리며 말의 가슴으로 발라셰프의 말을 막아섰다. 군도에 손을 얹고 러시아 장군에게 귀가 먹어서 명령을 따르지 않느냐고 거칠게 소리쳤다. 발라셰프는 자기 신분을 밝혔다. 하사관은 러시아 장군을 쳐다보지도 않고 동료들과 연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최고의 권위와 권력이 있는 곳에서 살고 세 시간도 되기 전에 황제와 대화를 나눴으며, 평소에도 관직에 걸맞은 존경을 받는 데 익숙했던 발라셰프는 이곳 러시아 땅에서 적대적인 폭력, 더구나 자신을 이처럼 무례하게 대하는 물리적 폭력을 마주한 것이 아주 이상하게 느껴졌다.

해는 구름 뒤에서 막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공기는 신선하고 이슬에 젖어 있었다. 마을에서는 소 떼를 길을 따라 몰고 나왔고, 들판에서는 종달새들이 물속에서 떠오르는 물거품처럼 잇따라 날아올라 지저귀었다.

발라셰프는 마을에서 장교가 오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러시아 카자크들과 나팔수, 프랑스 경기병들은 이따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분명 막 잠자리에서 나온 프랑스 경기병 대령이 경기병 두 명을 거느리고 윤기가 흐르는 멋진 회색 말을 타고 마을에서 왔다. 장교도 병사도 그들의 말도 모두 말쑥하고 잘 관리되어 보였다.

원정 초기는 군대가 아직 평시 기동훈련 때와 거의 다름없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옷차림에는 전쟁에 나선 허세가 조금 배고 원정이 시작될 때면 언제나 생기는 명랑함과 모험심이 더해지는 시기였다.

프랑스 대령은 하품을 가까스로 참았지만 예의가 있었고 발라셰프의 중요성을 분명히 알아보았다. 그는 발라셰프를 자기 병사들과 전초선 뒤로 데리고 간 뒤, 황제의 숙소가 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 황제를 알현하려는 소망은 아마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리콘티 마을을 지나갔다. 말뚝에 매인 프랑스 경기병들의 말과 초병, 대령에게 경례하며 러시아 군복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병사들을 지나 마을 반대편으로 나왔다. 대령은 사단장이 1과 4분의 1마일 떨어진 곳에 있으며 발라셰프를 맞아 목적지까지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사이 해가 떠올라 싱그럽고 푸른 초목 위에서 명랑하게 빛났다.

그들이 주막을 지나 언덕에 막 올라서자 맞은편에서 기병 무리가 오는 것이 보였다. 그 선두에는 햇빛 속에서 마구가 번쩍이는 검은 말을 타고, 모자에 깃털을 꽂고 어깨까지 늘어진 검은 곱슬머리를 한 키 큰 남자가 있었다. 그는 붉은 망토를 걸쳤고 프랑스식으로 긴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그 남자는 밝은 6월의 햇빛 속에서 깃털을 나부끼고 보석과 금실 장식을 번쩍이며 발라셰프를 향해 질주했다.

팔찌와 깃털과 목걸이와 금실 장식으로 치장하고 연극처럼 근엄한 얼굴로 달려오는 기병과 발라셰프 사이가 말 두 마리 길이밖에 남지 않았을 때, 프랑스 대령 쥘네르가 “나폴리 왕이십니다!”라고 공손히 속삭였다. 실제로 그 사람은 이제 ‘나폴리 왕’이라 불리는 뮈라였다. 그가 왜 나폴리 왕이어야 하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고, 그 자신도 자신이 왕이라고 확신했으므로 전보다 더 근엄하고 중대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자기가 정말 나폴리 왕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 도시를 떠나기 전날 아내와 거리를 걷다가 몇몇 이탈리아인이 “국왕 만세!(Viva il re!)”라고 외치자, 생각에 잠긴 미소를 지으며 아내에게 “가엾은 사람들이오. 내가 내일 자기들을 떠난다는 것을 모르고 있구려!”라고 말할 정도였다.

\* “국왕 만세.”

그러나 자신이 나폴리 왕이라고 굳게 믿고 떠나야 할 신민들이 느끼는 슬픔을 가엾게 여겼음에도, 얼마 전 군 복무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뒤, 특히 단치히에서 나폴레옹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지엄한 매부에게 “내가 자네를 왕으로 만든 것은 내 방식대로 통치하게 하려는 것이지 자네 방식대로 하게 하려는 게 아닐세!”라는 말을 들은 뒤에는 익숙한 일에 기꺼이 다시 뛰어들었다. 잘 먹었지만 너무 살찌지는 않은 말이 마구를 느끼고 끌채 사이에서 뛰놀듯이, 뮈라는 가능한 한 화려하고 값비싼 옷을 차려입고 자신도 왜,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명랑하고 만족스럽게 폴란드의 길을 질주했다.

러시아 장군을 보자 그는 어깨까지 늘어진 긴 곱슬머리의 머리를 왕답고 위엄 있게 뒤로 젖히고 묻는 듯 프랑스 대령을 바라보았다. 대령은 발음할 수 없는 발라셰프의 이름과 임무를 폐하에게 공손히 알렸다.

“드 발마셰브!” 대령이 곤란해하던 발음을 확신으로 극복하며 왕이 말했다. “장군, 만나서 반갑소!” 그는 왕답게 너그러운 몸짓을 하며 덧붙였다.

왕이 크고 빠른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하자마자 왕의 위엄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천성인 선량하고 친근한 어조로 바뀌었다. 그는 발라셰프의 안장 뒤쪽에 손을 얹고 말했다.

“자, 장군, 모든 것이 전쟁으로 가는 모양이오.” 그는 자신으로서는 판단할 수 없는 사정을 안타까워하는 듯 말했다.

“폐하.” 발라셰프가 대답했다. “저의 주군이신 황제께서는 전쟁을 바라지 않으시며, 폐하께서 보시는 바와 같이……” 그는 왕이라는 칭호가 아직 낯선 사람을 자주 그렇게 불러야 할 때 피할 수 없는 과장을 담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폐하’라는 말을 사용했다.

‘드 발마셰브 씨’가 하는 ‘폐하’라는 말을 들으며 뮈라의 얼굴은 어리석은 만족감으로 환해졌다. 그러나 왕위에는 의무가 따르는 법(royauté oblige)이었다. 그는 왕이자 동맹자로서 알렉산드르의 사절과 국사를 논의할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 말에서 내려 발라셰프의 팔을 잡고, 공손히 기다리는 수행원들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함께 오가며 의미심장하게 말하려 애썼다. 나폴레옹 황제는 프로이센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요구에 분개했으며, 특히 그 요구가 널리 알려져 프랑스의 위엄이 손상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 “왕위에는 의무가 따른다.”

발라셰프는 “그 요구에는 모욕적인 것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이라고 대답했지만 뮈라가 말을 가로막았다.

“그럼 알렉산드르 황제가 침략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오?” 그는 선량하고 어리석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물었다.

발라셰프는 나폴레옹이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유를 말했다.

“오, 친애하는 장군!” 뮈라는 다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두 황제께서 서로 이 일을 잘 해결하시고, 내 뜻과 상관없이 시작된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라오!” 그는 주인들끼리 다투더라도 다른 집 하인과 계속 좋은 사이로 지내고 싶은 하인의 어조로 말했다.

그는 대공과 그의 건강을 묻고 나폴리에서 함께 보낸 명랑하고 즐거운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왕의 위엄이 떠오른 듯 근엄하게 몸을 세우고 대관식 때 취했던 자세를 한 뒤 오른팔을 흔들며 말했다.

“장군, 더는 붙잡지 않겠소. 임무가 성공하기를 바라오.” 그는 금실로 수놓은 붉은 망토와 나부끼는 깃털, 번쩍이는 장신구를 두르고 공손히 기다리는 수행원들에게 돌아갔다.

발라셰프는 뮈라의 말을 듣고 곧 나폴레옹을 직접 만나게 되리라 생각하며 계속 말을 타고 갔다. 그러나 다음 마을에서는 전위대 초병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부 군단의 초병들이 그를 붙잡았다. 불려 온 군단장 부관이 그를 마을 안의 다부 원수에게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