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 제13장
《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제13장

《전쟁과 평화》 제4권 13장 삽화

그 뒤 이틀 동안 로스토프는 자기 집에서도 돌로호프의 집에서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사흘째 되는 날 돌로호프에게서 쪽지가 왔다.

자네도 아는 이유로 이제 자네 집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고 곧 연대로 돌아갈 예정이네. 오늘 밤 친구들에게 작별 만찬을 베푸니 영국 호텔로 오게.

열 시쯤 로스토프는 가족과 데니소프와 함께 갔던 극장에서 곧장 영국 호텔로 향했다. 그는 돌로호프가 그날 저녁을 위해 빌린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스무 명쯤 되는 남자들이 탁자 둘레에 모여 있었고, 돌로호프는 촛불 두 자루 사이에 앉아 판을 잡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금화와 지폐가 쌓여 있었다. 로스토프는 돌로호프가 소냐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뒤로 그를 만나지 못했으므로, 두 사람이 어떻게 마주할지 생각하자 불편했다.

로스토프가 문에 들어서자 돌로호프의 맑고 차가운 눈길이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그와 마주쳤다.

“오랜만이군.” 그가 말했다. “와 줘서 고맙네. 이 판만 끝내면 일류시카가 합창단과 함께 올 거야.”

“자네 집에 한두 번 들렀었어.” 로스토프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돌로호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패를 걸어도 돼.” 그가 말했다.

그 순간 로스토프는 전에 돌로호프와 나눈 이상한 대화를 떠올렸다. “도박에서 운을 믿는 자는 바보뿐이야.” 돌로호프는 그때 그렇게 말했다.

“아니면 나와 겨루기가 두려운가?” 돌로호프는 로스토프의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물었다.

그 미소 아래에서 로스토프는 클럽 만찬 때와 다른 때에 보았던 돌로호프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일상생활에 싫증이 난 듯 기이하고 대개 잔인한 행동으로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 할 때 나타나는 기분이었다.

로스토프는 마음이 불편했다. 돌로호프의 말에 농담으로 응수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돌로호프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가 카드 이야기를 나눈 것을 기억하나? ‘운을 믿는 자는 바보이며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보고 싶군.”

‘자기 운을 시험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확실한 수단을 시험하겠다는 것인가?’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자네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군.” 돌로호프는 덧붙이고 새 카드 한 벌을 휘어 튀기며 말했다. “판을 열겠습니다, 여러분!”

그는 돈을 앞으로 밀어 놓고 패를 돌릴 준비를 했다. 로스토프는 그의 옆에 앉았지만 처음에는 판에 끼지 않았다. 돌로호프는 자꾸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왜 하지 않나?” 그가 물었다.

이상하게도 니콜라이는 카드를 집어 들고 작은 돈을 걸어 도박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꼈다.

“지금 돈이 없어.” 그가 말했다.

“외상으로 받아 주지.”

로스토프는 카드 한 장에 5루블을 걸었다가 잃었고, 다시 걸었다가 또 잃었다. 돌로호프는 로스토프의 카드를 열 장 연달아 ‘죽였다’, 곧 이겼다.

“여러분.” 한동안 패를 돌린 뒤 돌로호프가 말했다. “돈을 카드 위에 놓아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계산이 뒤섞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자기도 외상으로 믿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믿을 수 있지요. 다만 계산이 뒤섞일까 걱정되어 카드 위에 돈을 놓아 달라는 겁니다.” 돌로호프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로스토프를 향해 덧붙였다. “아끼지 말게. 나중에 결산하면 되니까.”

도박은 계속되었다. 시종은 끊임없이 샴페인을 돌렸다.

로스토프의 카드는 모두 졌고 빚은 800루블로 불어났다. 그는 카드에 ‘800루블’이라고 썼지만, 시종이 잔을 채우는 동안 마음을 바꾸어 평소대로 20루블로 고쳐 쓰려 했다.

“그대로 두게.” 돌로호프는 로스토프를 보지도 않는 듯하면서 말했다. “그편이 더 빨리 되찾을 테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잃고 자네에게만 이기는군. 아니면 나를 두려워하나?” 그가 다시 물었다.

로스토프는 따랐다. 800루블을 그대로 두고, 바닥에서 주운 모서리가 찢어진 하트 7을 내려놓았다. 그는 나중에도 그 하트 7을 또렷이 기억했다. 부러진 분필 조각으로 그 카드 위에 ‘800루블’이라고 반듯하고 선명하게 썼다. 건네받은 미지근한 샴페인 잔을 비우고 돌로호프의 말에 미소를 지은 뒤, 7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가슴이 내려앉는 심정으로 카드 한 벌을 든 돌로호프의 손을 바라보았다. 하트 7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었다. 지난 일요일 늙은 백작은 아들에게 2천 루블을 주면서, 돈 이야기를 꺼내기 싫어하는 사람이었지만 이것이 5월까지 줄 수 있는 전부이니 이번에는 좀 절약하라고 당부했다. 니콜라이는 그 돈이면 충분하고 봄까지 더 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명예를 걸고 약속했다. 이제 그 돈 가운데 1,200루블만 남았으므로 하트 7에서 지면 1,600루블을 잃을 뿐 아니라 약속까지 어기게 되었다. 그는 가슴을 졸이며 돌로호프의 손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자, 어서 그 카드를 내게 주기만 해. 그러면 모자를 쓰고 집으로 돌아가 데니소프와 나타샤와 소냐와 저녁을 먹고, 다시는 카드에 손대지 않겠어.’ 바로 그 순간 페탸와 나눈 장난, 소냐와의 대화, 나타샤와의 이중창, 아버지와 둔 피케 게임, 포바르스카야 거리 집의 편안한 침대까지 가정생활의 모든 것이 너무도 생생하고 또렷하고 매력적으로 떠올라, 오래전에 사라졌으나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행복처럼 느껴졌다. 하트 7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나오는 어리석은 우연 하나 때문에 새롭게 깨닫고 새롭게 빛난 이 모든 행복을 빼앗기고, 알 수도 규정할 수도 없는 불행의 심연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럴 리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가슴을 졸이며 돌로호프의 손놀림을 기다렸다. 셔츠 소맷부리 아래로 털이 난 손목이 드러난 그 넓고 불그스름한 손은 카드 한 벌을 내려놓고 건네받은 잔과 담뱃대를 집었다.

“그러니까 나와 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말이지?” 돌로호프가 되풀이했다. 그러고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듯 카드를 내려놓고 의자에 기대어 일부러 미소 지으며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내가 타짜라는 소문이 모스크바에 돈다더군요. 그러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자, 어서 돌려!” 로스토프가 외쳤다.

“아, 모스크바의 그 소문쟁이들!” 돌로호프는 웃으며 카드를 집어 들었다.

“아!” 로스토프는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며 거의 비명을 질렀다. 그에게 필요했던 7이 카드 한 벌의 맨 위, 첫 장에 놓여 있었다. 그는 감당할 수 있는 액수보다 더 많이 잃었다.

“그래도 자네 자신을 파멸시키지는 말게!” 돌로호프는 계속 패를 돌리며 로스토프를 곁눈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