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 제7장
《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제7장

《전쟁과 평화》 제4권 7장 삽화

아우스터리츠 전투와 안드레이 공작의 실종 소식이 민둥산에 전해진 지 두 달이 지났다. 대사관을 통해 편지를 보내고 온갖 수소문을 했지만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포로 명단에도 없었다. 가족에게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그가 전장에서 현지인들에게 발견되어, 지금 낯선 사람들 사이에 홀로 누운 채 회복하거나 죽어 가면서도 자기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늙은 공작이 아우스터리츠 패전 소식을 처음 접한 관보에는 여느 때처럼 아주 짧고 모호하게, 눈부신 교전 끝에 러시아군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으며 질서정연하게 철수했다고 적혀 있었다. 늙은 공작은 이 공식 발표만으로도 아군이 패배했음을 알아차렸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에 관한 관보가 나온 지 일주일 뒤, 쿠투조프가 아들에게 닥친 운명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왔다.

“공작님의 아들은 제 눈앞에서 군기를 손에 들고 연대의 선두에 서 있다가 쓰러졌습니다. 아버지와 조국에 합당한 영웅으로 쓰러졌습니다. 저와 전군의 크나큰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아 있는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공작님의 아들이 살아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저 자신과 공작님을 위로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휴전기를 통해 제게 전달된 전장 수습 장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늦은 저녁 혼자 서재에 있을 때 이 소식을 받은 늙은 공작은 이튿날 아침 여느 때처럼 산책을 나갔다. 그러나 청지기와 정원사와 건축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몹시 침울한 표정이었지만 누구에게도 아무 말이 없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가 평소 시각에 아버지에게 갔을 때, 그는 선반 작업을 하면서 여느 때처럼 돌아보지 않았다.

“아, 마리야 공작 영애!” 그는 갑자기 끌을 내던지며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바퀴는 관성으로 계속 돌아갔고, 마리야 공작 영애는 그 바퀴가 잦아들며 내던 삐걱거림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그 소리는 뒤이어 일어난 일과 기억 속에서 하나로 뒤섞였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얼굴을 보았고,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슬프거나 짓눌린 표정이 아니라 화가 난 채 부자연스럽게 일에 몰두하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그녀는 끔찍한 불행이 자기 위에 드리워져 곧 짓눌러 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직 겪어 본 적 없는 생애 최악의 불행, 돌이킬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었다.

“아버지! 안드레이 오라버니!” 볼품없고 서투른 공작 영애가 슬픔과 자기망각에서 우러난 형언할 수 없는 매력을 띠고 외쳤다. 아버지는 그 눈길을 견디지 못하고 흐느끼며 돌아섰다.

“나쁜 소식이다! 포로 명단에도, 전사자 명단에도 없어! 쿠투조프가 썼다……” 그는 그 외침으로 딸을 몰아내려는 듯 날카롭게 소리쳤다. “죽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쓰러지지도 기절하지도 않았다. 본래 창백했던 얼굴은 그 말을 듣자 달라졌고, 아름답고 빛나는 눈에는 무언가 환한 것이 떠올랐다. 이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초월한 지고의 기쁨이 마음속의 커다란 슬픔을 넘쳐 채운 듯했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모두 잊고 다가가 손을 잡았다. 아버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가늘고 울퉁불퉁한 목을 두 팔로 감쌌다.

“아버지, 저를 외면하지 마세요. 함께 울어요.”

“악당들! 못된 놈들!” 노인은 딸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비명을 질렀다. “군대를 망치고 사람들을 죽였어! 대체 무엇 때문에? 가거라. 가서 리자에게 말해라.”

마리야 공작 영애는 아버지 곁의 안락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아 울었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오빠가 자신과 리자에게 작별하던 순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정하면서도 자랑스러운 눈길이었다. 그녀가 건넨 작은 성상을 목에 걸며 온화하고 즐거워하던 모습도 보였다. ‘오라버니는 믿었을까? 자신의 불신을 뉘우쳤을까? 지금은 그곳에 있을까? 영원한 평화와 복락의 나라에?’ 그녀는 생각했다.

“아버지, 어떻게 된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가거라! 가! 러시아 최고의 사람들과 러시아의 영광이 파멸로 내몰린 전투에서 죽었다. 가거라, 마리야 공작 영애. 가서 리자에게 말해라. 나도 곧 가겠다.”

마리야 공작 영애가 아버지에게서 돌아왔을 때, 작은 공작부인은 수를 놓다가 임신한 여자에게 특유한 내면의 행복하고 고요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마리야 공작 영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기쁘고 신비로운 일을 바라보고 있음이 분명했다.

“마리야,” 작은 공작부인은 수틀에서 몸을 떼고 뒤로 기대며 말했다. “손을 줘 봐요.” 그녀는 시누이의 손을 잡아 자기 허리 아래에 댔다.

눈은 기대에 차 웃고 있었고, 솜털 난 윗입술은 올라간 채 어린아이 같은 행복에 젖어 있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시누이의 드레스 주름에 얼굴을 묻었다.

“여기, 여기! 느껴져요? 참 이상해요. 그리고 마리야, 내가 이 아이를 아주 많이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 알아요?” 리자는 밝고 행복한 눈으로 시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울었다.

“왜 그래요, 마리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저 안드레이 오라버니가 가엾어서요.” 그녀는 시누이의 무릎에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날 아침 마리야 공작 영애는 몇 번이나 시누이에게 소식을 전할 마음의 준비를 시키려 했지만, 그때마다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작은 공작부인은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까닭을 알 수 없는 눈물에 불안해졌다.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찾는 듯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녁 식사 전에는 늘 두려워하던 늙은 공작이 유난히 불안하고 사나운 얼굴로 방에 들어왔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나갔다. 그녀는 마리야 공작 영애를 바라보고, 임신한 여자에게서만 보이는 자기 내면에 귀 기울이는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안드레이에게서 무슨 소식이 왔나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에요. 아직 소식이 오기에는 이르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다만 아버지가 불안해하시고 저도 두려워요.”

“그러면 아무 일도 없는 거죠?”

“아무 일도 없어요.” 마리야 공작 영애는 빛나는 눈으로 형수를 굳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녀는 소식을 알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며칠 뒤로 예상된 출산이 끝날 때까지 끔찍한 일을 숨기자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마리야 공작 영애와 늙은 공작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고 감추었다. 늙은 공작은 어떤 희망도 품으려 하지 않았다. 안드레이 공작이 죽었다고 단정했다. 아들의 흔적을 찾으려고 관리를 오스트리아에 보내면서도, 모스크바에는 아들을 추모하여 정원에 세울 기념비를 주문했고 모두에게 아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예전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려 했지만 기력이 쇠했다. 덜 걷고 덜 먹고 덜 자면서 날마다 약해졌다. 마리야 공작 영애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오빠가 살아 있다고 믿으며 기도했고, 언제나 귀환 소식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