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 제3장
《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제3장

《전쟁과 평화》 제4권 3장 삽화

3월 3일 그날, 영국 클럽의 모든 방은 봄날 떼 지어 나는 벌의 윙윙거림처럼 대화 소리로 가득했다. 군복이나 야회복을 입은 클럽 회원과 손님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앉거나 서고, 만나고 헤어졌다. 군데군데 머리에 분을 바르고 러시아식 카프탄을 입은 사람도 몇 명 있었다. 분을 바르고 제복과 버클 달린 구두와 멋진 양말을 갖춘 하인들은 봉사할 기회를 찾으려고 방문객의 모든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문마다 서 있었다. 참석자 대부분은 넓고 자신감 있는 얼굴과 굵은 손가락, 단호한 몸짓과 목소리를 지닌 나이 많고 존경받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손님과 회원들은 정해진 익숙한 자리에 앉고 익숙한 무리로 만났다. 소수는 우연히 초대받은 손님으로 주로 젊은이들이었다. 그중에는 데니소프와 로스토프, 이제 다시 세묘노프스키 연대 장교가 된 돌로호프도 있었다. 이 젊은이들, 특히 군인의 얼굴에는 윗세대를 향한 관대한 존경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우리는 여러분을 존경하고 우러를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미래는 우리 것임을 기억하십시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스비츠키는 오랜 회원으로 참석했다. 아내의 명령으로 머리를 기르고 안경을 쓰지 않게 된 피에르는 유행에 맞게 옷을 입고 방들을 돌아다녔지만 슬프고 침울해 보였다. 이곳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의 재산에 굽실거리는 분위기가 그를 둘러쌌고, 그 사람들을 지배하는 데 익숙한 그는 무심한 경멸로 대했다.

나이로는 젊은이들에게 속해야 했지만 재산과 연줄로는 나이 많고 존경받는 손님들의 무리에 속했으므로 이 무리에서 저 무리로 다녔다. 가장 중요한 노인 몇몇은 무리의 중심이 되어, 낯선 사람들조차 유명인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공손히 다가갔다. 가장 큰 무리는 로스토프친 백작과 발루예프와 나리시킨을 둘러쌌다. 로스토프친은 러시아군이 달아나는 오스트리아군에게 휩쓸려 총검으로 길을 뚫어야 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발루예프는 모스크바가 아우스터리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우바로프가 페테르부르크에서 파견되었다고 은밀히 이야기했다.

세 번째 무리에서는 나리시킨이 오스트리아 작전회의 이야기를 했다. 오스트리아 장군들의 쓸데없는 소리에 답해 수보로프가 수탉처럼 울었다는 이야기였다. 가까이 서 있던 신신은 쿠투조프가 수탉처럼 우는 단순한 기술조차 수보로프에게 배우지 못한 모양이라고 농담하려 했다. 그러나 연장자들은 재치꾼을 엄하게 바라보며 그곳에서 그날 쿠투조프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끼게 했다.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서두르고 마음을 쓰며 부드러운 장화를 신고 식당과 응접실 사이를 오갔다.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모두 아는 사람이어서 똑같이 황급하게 인사했다. 이따금 눈으로 늠름한 젊은 아들을 찾아 기쁜 눈길을 머물게 하고 눈을 찡긋했다. 젊은 로스토프는 최근 알게 되어 몹시 소중히 여기는 돌로호프와 창가에 서 있었다. 늙은 백작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돌로호프의 손을 힘껏 잡았다.

“우리 집에 꼭 오게…… 내 용감한 아들을 알지…… 전장에서도 함께 있었고…… 둘 다 영웅 노릇을 했잖나…… 아, 바실리 이그나토비치…… 잘 지냈나, 이 친구!” 그는 지나가는 노인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그러나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모두가 부산해졌고, 뛰어 들어온 하인이 겁먹은 얼굴로 알렸다. “도착하셨습니다!”

종이 울리고 관리인들이 앞으로 달려갔다. 여러 방에 흩어져 있던 손님들은 삽 안에서 흔들려 한데 모이는 호밀처럼 모여, 무도실 문가의 큰 응접실로 몰렸다.

바그라티온은 클럽 관례에 따라 현관지기에게 모자와 군도를 맡긴 채 대기실 문에 나타났다. 로스토프가 아우스터리츠 전투 전날 보았을 때처럼 머리에 양가죽 모자를 쓰거나 어깨에 탄환을 넣은 채찍을 걸치지 않았다. 몸에 꽉 끼는 새 군복을 입고 러시아와 외국 훈장을 달았으며, 왼쪽 가슴에는 성 게오르기 훈장을 달았다. 만찬에 오기 직전 머리카락과 구레나룻을 다듬은 것이 분명했고, 그 때문에 외모가 더 나빠졌다. 어딘가 순진하게 축제에 나온 듯한 기색이 굳세고 남자다운 얼굴과 어울려 조금 우스운 표정을 만들었다. 함께 온 베클레셰프와 표도르 우바로프는 귀빈인 그를 먼저 들여보내려고 문 앞에서 멈췄다. 바그라티온은 그들의 호의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 당황했고 그 때문에 문에서 조금 지체했지만 결국 먼저 들어갔다. 어떻게 손을 두어야 할지도 모른 채 수줍고 어색하게 응접실의 마룻바닥을 걸었다. 쇤그라베른에서 쿠르스크 연대의 선두에 섰을 때처럼 포화 아래 쟁기질한 밭을 걷는 데 더 익숙했고, 그쪽이 더 쉬웠을 것이다. 운영위원들은 첫 번째 문에서 그를 맞아 이처럼 귀한 손님을 만나 기쁘다고 말한 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를 차지하듯 둘러싸 응접실로 이끌었다. 회원과 손님들이 서로 밀치고 희귀한 동물이라도 되는 듯 어깨 너머로 바그라티온을 보려 했으므로 처음에는 응접실 문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길을 비켜요, 친구! 비키시오, 길을 비켜요!”라고 웃으며 누구보다 힘차게 군중을 헤치고 귀빈들을 응접실로 데려가 중앙 소파에 앉혔다. 거물과 가장 존경받는 회원들이 새로 온 사람들을 에워쌌다. 일리야 백작은 다시 군중을 헤치고 나갔다가 다른 운영위원과 함께 큰 은쟁반을 들고 일 분 뒤 돌아와 바그라티온 공작에게 내밀었다. 쟁반에는 영웅을 기려 짓고 인쇄한 시가 놓여 있었다. 바그라티온은 쟁반을 보자 도움을 구하듯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모든 눈이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그들의 수중에 있음을 느낀 그는 단호하게 두 손으로 쟁반을 받아 자신에게 건넨 백작을 엄하고 나무라듯 바라보았다. 누군가 친절하게 쟁반을 받아 주고 시를 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녁까지 들고 식당에 들어갔을 듯했다.

‘좋아, 그러면 읽어야겠군!’ 바그라티온은 말하는 듯했다. 지친 눈을 종이에 고정하고 굳고 진지한 표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자가 직접 시를 받아 소리 내어 낭독했다. 바그라티온은 고개를 숙이고 들었다.

알렉산드르의 치세에 영광을 더하고 왕좌 위 우리의 티투스를 지키소서. 적으로서는 두려우나 인간으로서는 인자하고, 조국에서는 리페우스, 전장에서는 카이사르! 행운의 나폴레옹마저 이제 바그라티온을 경험으로 알고 헤라클레스 같은 러시아인들을 감히 괴롭히지 못하리……

그러나 낭독이 끝나기 전에 우렁찬 목소리의 집사가 만찬이 준비되었다고 알렸다. 문이 열리고 식당에서는 폴로네즈의 우렁찬 선율이 들려왔다.

승리의 기쁜 천둥이여, 울려라. 용감한 러시아인들이여, 이제 승리하라!……

로스토프 백작은 계속 시를 읽는 작자를 화난 눈으로 보며 바그라티온에게 고개 숙였다. 모두가 시보다 만찬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 일어났고, 바그라티온은 다시 모두보다 앞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는 두 명의 알렉산드르, 베클레셰프와 나리시킨 사이 상석에 앉았다. 군주의 이름을 뜻깊게 암시한 것이었다. 삼백 명이 지위와 중요도에 따라 식당에 앉았다. 중요한 사람일수록 귀빈 가까이에 있었으며, 땅이 낮을수록 물이 깊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만찬 직전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아들을 바그라티온에게 소개했다. 바그라티온은 그를 알아보고 그날의 다른 모든 말처럼 끊기고 어색한 몇 마디를 했다. 일리야 백작은 그가 아들에게 말하는 동안 기쁘고 자랑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데니소프와 새 지인 돌로호프와 함께 탁자 거의 한가운데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네스비츠키 공작 곁에 피에르가 앉았다.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다른 운영위원들과 함께 바그라티온 맞은편에 앉아 모스크바식 환대의 화신처럼 공작을 대접했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사순절 음식과 다른 음식 모두 훌륭했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 집사에게 눈을 찡긋하고 하인들에게 지시를 속삭이며, 예정된 요리가 나올 때마다 조금 불안하게 기다렸다. 모든 것이 훌륭했다. 두 번째 코스로 거대한 스테를렛 철갑상어가 나오자—일리야 로스토프는 자부심 어린 기쁨으로 얼굴이 붉어졌다—하인들은 코르크 마개를 터뜨리고 샴페인 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큰 반향을 일으킨 생선 요리 뒤 백작은 다른 운영위원들과 눈길을 주고받았다. “건배가 많을 테니 이제 시작할 때요.” 그는 속삭이고 잔을 들어 일어났다. 모두 조용히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우리 군주 황제 폐하의 건강을 위하여!” 그가 외쳤고, 다정한 눈에 곧 기쁨과 열광의 눈물이 고였다. 악단은 즉시 ‘승리의 기쁜 천둥이여, 울려라’를 연주했다. 모두 일어나 “만세!”를 외쳤다. 바그라티온도 일어나 쇤그라베른 전장에서 외친 것과 똑같은 목소리로 “만세!”라고 외쳤다. 젊은 로스토프의 황홀한 목소리가 삼백 명의 목소리 위로 들렸다. 그는 거의 울었다. “우리 군주 황제 폐하의 건강을 위하여!” 그가 포효했다. “만세!” 잔을 단숨에 비우고 바닥에 내던졌다. 많은 사람이 뒤따랐고 큰 함성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목소리가 잦아들자 하인들은 깨진 유리를 치웠고, 모두 자신들이 낸 소리에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다시 앉았다. 늙은 백작은 다시 일어나 접시 옆 쪽지를 보고 “최근 원정의 영웅 표트르 이바노비치 바그라티온 공작의 건강을 위하여!”라고 건배했다. 푸른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삼백 명의 목소리가 다시 “만세!”를 외쳤다. 이번에는 악단 대신 합창단이 파벨 이바노비치 쿠투조프가 지은 칸타타를 불렀다.

러시아인들이여! 모든 장벽을 넘어 전진하라! 용기가 승리를 보장하리니, 우리에게 바그라티온이 있지 않은가? 그가 적을 무릎 꿇리네…… 등.

노래가 끝나자 건배가 잇달아 이어졌다.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갈수록 감격했고, 더 많은 잔이 깨지고 함성은 커졌다. 베클레셰프와 나리시킨, 우바로프, 돌고루코프, 아프락신, 발루예프, 운영위원회, 클럽 회원 전원과 손님 전원을 위해 마셨다. 마지막으로 연회 주최자인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만을 위한 건배를 했다. 그 건배에 백작은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가리고 소리 내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