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 제11장
《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제11장

《전쟁과 평화》 제4권 11장 삽화

성탄절이 지난 지 사흘째 되는 날, 니콜라이는 요즘 드물게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주현절 뒤 그와 데니소프가 연대로 떠날 예정이어서 성대한 송별 만찬을 마련한 것이었다. 돌로호프와 데니소프를 포함해 스무 명쯤 참석했다.

이 명절 무렵처럼 사랑이 공기 속에 충만한 때도, 로스토프가에서 사랑의 분위기가 이토록 강하게 느껴진 때도 없었다. ‘행복의 순간을 붙잡아라. 사랑하고 사랑받아라! 그것만이 세상의 유일한 현실이고 나머지는 모두 어리석은 일이다. 이 집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집 안의 분위기는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니콜라이는 여느 때처럼 두 쌍의 말을 지치게 하면서도 찾아가려 했거나 초대받은 곳을 다 돌지 못한 채 저녁 식사 직전에 집에 돌아왔다. 들어서자마자 집 안에 감도는 사랑의 긴장된 기운과, 몇몇 참석자 사이의 이상한 당혹감을 알아차렸다. 특히 소냐와 돌로호프와 늙은 백작부인이 불안해했고, 나타샤도 조금은 그러했다. 니콜라이는 저녁 식사 전에 소냐와 돌로호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알아차렸다. 타고난 다정한 감수성으로 식사하는 동안 두 사람에게 매우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날 저녁에는 무용 교사 이오겔이 명절 동안 제자들을 위해 여는 무도회 가운데 하나가 예정되어 있었다.

“니콜라이, 이오겔의 무도회에 갈 거야? 제발 가!” 나타샤가 말했다. “오빠를 초대했고, 바실리 드미트리치*도 간대.”

* 데니소프.

“백작 영애님의 명령이라면 어디인들 가지 않겠습니까!” 로스토프가에서 장난스럽게 나타샤의 기사 노릇을 맡은 데니소프가 말했다. “파 드 샬도 출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니콜라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르하로프 집안의 모임에 가기로 약속했어.”

“자네는?” 그가 돌로호프에게 물었다. 그러나 묻는 순간 그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돌로호프는 소냐를 흘끗 바라보며 차갑고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굴을 찌푸린 채 클럽 만찬 때 피에르에게 보냈던 것과 똑같은 눈길을 니콜라이에게 던졌다.

‘무슨 일이 있었군.’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돌로호프가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떠나는 것을 보고 더욱 확신했다. 그는 나타샤를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도 오빠를 찾고 있었어.” 나타샤가 달려 나오며 말했다. “내가 말했는데도 믿지 않았잖아.”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사람이 소냐에게 청혼했어!”

요즘 니콜라이는 소냐에게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지만, 이 소식을 듣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했다. 돌로호프는 지참금도 없고 부모도 없는 소녀에게 알맞고 어떤 면에서는 훌륭한 혼처였다. 늙은 백작부인과 사교계의 관점에서는 소냐가 그를 거절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식을 들은 니콜라이의 첫 감정은 소냐를 향한 분노였다…… ‘아주 잘됐군. 당연히 어린 시절의 약속은 잊고 청혼을 받아들이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나타샤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소냐는 딱 잘라 거절했어!” 잠시 뒤 그녀는 덧붙였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대.”

‘그래, 내 소냐라면 달리 할 수 없었을 거야!’ 니콜라이는 생각했다.

“엄마가 아무리 권해도 거절했어. 소냐는 한번 말하면 절대로 뜻을 바꾸지 않을 거야……”

“엄마가 소냐에게 강요하셨다고?” 니콜라이가 나무라듯 말했다.

“응.” 나타샤가 말했다. “그런데 니콜라이, 화내지 마. 나는 오빠가 소냐와 결혼하지 않을 것을 알아. 하늘만이 내가 어떻게 아는지 알겠지만, 오빠가 소냐와 결혼하지 않을 것만은 틀림없이 알아.”

“너는 그런 것을 전혀 몰라!” 니콜라이가 말했다. “하지만 소냐와 이야기해야겠어. 소냐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는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아, 정말 사랑스럽지! 소냐를 오빠에게 보내 줄게.”

나타샤는 오빠에게 입 맞추고 달려갔다.

일 분쯤 뒤 소냐가 겁먹고 죄지은 듯하며 불안한 얼굴로 들어왔다. 니콜라이는 다가가 그녀의 손에 입 맞추었다. 그가 돌아온 뒤 두 사람이 단둘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소피.” 그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차츰 대담하게 말했다. “훌륭하고 유리한 혼처일 뿐 아니라 고결하고 뛰어난 사람을 거절하려는 것이라면…… 그는 내 친구이기도 하고……”

소냐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미 거절했어요.” 그녀가 서둘러 말했다.

“나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라면 나는 혹시……”

소냐가 다시 말을 가로막았다. 애원하면서도 두려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니콜라이,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 하지만 해야 해. 내 자만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하는 편이 낫겠어. 나 때문에 그를 거절한다면 너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야 하니까. 나는 너를 사랑해. 아마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것으로 충분해요.” 소냐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니, 나는 수없이 사랑에 빠졌고 앞으로도 다시 사랑에 빠질 거야. 하지만 너에게 느끼는 것 같은 우정과 신뢰와 사랑을 다른 누구에게도 느낀 적은 없어. 게다가 나는 아직 젊고 어머니도 이 일을 원하지 않으셔. 한마디로 나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겠어. 그러니 돌로호프의 청혼을 다시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그는 친구의 이름을 힘겹게 발음하며 말했다.

“제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오라버니를 오빠처럼 사랑하고 앞으로도 언제나 사랑할 거예요. 그 밖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너는 천사야. 나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다만 너를 잘못 기대하게 할까 봐 두려운 거야.”

니콜라이는 다시 소냐의 손에 입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