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 제2장
《전쟁과 평화》 · 제4권 1806년

제2장

《전쟁과 평화》 제4권 2장 삽화

군대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온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가족들에게는 최고의 아들이자 영웅이며 사랑스러운 니콜렌카로, 친척들에게는 매력적이고 호감 가며 예의 바른 젊은이로, 지인들에게는 잘생긴 경기병 중위이자 훌륭한 춤꾼이며 도시에서 손꼽히는 신랑감으로 환영받았다.

로스토프 집안은 모스크바의 모든 사람을 알았다. 그해에는 모든 영지에 다시 저당을 잡혀 늙은 백작에게 돈이 충분했다. 그래서 자기 소유의 속보마와 모스크바의 어느 누구도 아직 갖지 못한 최신 재단의 아주 세련된 승마바지, 끝이 몹시 뾰족하고 작은 은박차가 달린 최신 유행 장화를 마련한 니콜라이는 무척 즐겁게 지냈다. 예전 생활에 잠시 적응하고 나자 집에 다시 있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자신이 크게 성장하고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다. 성서 시험에 떨어져 절망한 일, 썰매 마부에게 돈을 주려고 가브릴에게 빌린 일, 소냐에게 몰래 입 맞춘 일을 이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멀리 벗어난 어린아이의 짓으로 떠올렸다. 지금 그는 은색 끈 장식 상의를 입고, 전투에서 용맹을 보인 병사에게 수여하는 성 게오르기 십자훈장을 단 경기병 중위였다. 이름난 나이 많고 존경받는 경마인들과 어울려 자기 속보마를 경주용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어느 대로에는 저녁마다 찾아가는 여인도 알았다. 아르하로프 집안의 무도회에서 마주르카를 이끌고, 카멘스키 원수와 전쟁을 이야기하며, 영국 클럽에 다녔고, 데니소프가 소개해 준 마흔 살 대령과 친하게 지냈다.

모스크바에서 황제를 향한 열정은 조금 식었다. 그래도 황제를 볼 수도 볼 기회도 없었으므로 자주 황제와 자기 사랑을 이야기했다.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았으며 황제를 향한 감정에는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했다. 당시 모스크바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라고 불린 황제를 숭배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온 영혼으로 함께했다.

군대로 돌아가기 전 모스크바에 잠시 머무는 동안 로스토프는 소냐와 가까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멀어졌다. 소냐는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웠으며 그를 깊이 사랑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그런 일을 생각할 시간이 없고, 자신을 묶는 것이 두려워 수많은 다른 일에 필요한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청춘의 시기에 있었다. 모스크바에 머물며 소냐를 생각할 때면 자신에게 말했다. ‘아, 그런 여자들은 어딘가에 더 많이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생길 거야. 나는 아직 그들을 알지 못할 뿐이야. 사랑은 원할 때 생각해도 충분하고 지금은 시간이 없어.’ 게다가 여자들과 어울리는 일은 남자다움을 조금 깎아내리는 듯했다. 무도회와 숙녀들의 모임에는 마지못해 가는 척하며 참석했다. 경마와 영국 클럽, 데니소프와의 흥청거림과 어느 집 방문은 씩씩한 젊은 경기병에게 어울리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3월 초, 늙은 일리야 로스토프 백작은 영국 클럽에서 바그라티온 공작을 기리는 만찬을 마련하느라 몹시 바빴다.

백작은 실내복 차림으로 홀을 오가며 클럽 관리인과 유명한 주방장 표크티스트에게 만찬에 쓸 아스파라거스와 신선한 오이, 딸기, 송아지고기와 생선을 지시했다. 백작은 클럽이 창립된 날부터 회원이자 운영위원이었다. 클럽은 바그라티온을 기리는 축제 준비를 그에게 맡겼다. 후하고 손 큰 방식으로 연회를 차릴 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축제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것을 자기 돈으로 기꺼이 채울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욱 적었기 때문이다. 클럽 주방장과 관리인은 기쁜 얼굴로 명령을 들었다. 다른 사람의 지휘 아래서는 수천 루블짜리 만찬에서 자기들 몫의 두둑한 이익을 이처럼 쉽게 빼낼 수 없음을 알았다.

“좋아, 거북 수프에는 꼭 닭 볏을 넣게. 알겠나!”

“차가운 요리는 세 가지로 할까요?” 주방장이 물었다.

백작은 생각했다.

“그보다 적을 수는 없지. 그래, 세 가지…… 마요네즈가 하나.” 그는 손가락 하나를 구부리며 말했다.

“그러면 그 큰 스테를렛 철갑상어들을 주문할까요?” 관리인이 물었다.

“그래, 더 적은 값에는 팔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지. 아, 세상에! 잊고 있었군. 앙트레가 하나 더 있어야 해. 아, 하느님 맙소사!” 그는 머리를 움켜잡았다. “누가 꽃을 구해 주지? 드미트리! 이봐, 드미트리! 모스크바 영지로 달려가게.” 부르자 나타난 만능 집사에게 말했다. “서둘러 정원사 막심에게 농노들을 모두 일시키라고 전해. 온실에 있는 것은 모조리 펠트로 잘 싸서 이리 가져오라고 해. 금요일까지 화분 이백 개가 있어야 하네.”

명령을 몇 가지 더 내린 그는 ‘사랑스러운 백작부인’에게 가서 쉬려 했으나 다른 중요한 일이 떠올라 돌아왔다. 주방장과 관리인을 다시 불러 또 명령하기 시작했다. 문에서 가벼운 발걸음과 박차 소리가 들렸다. 잘생기고 발그레하며 검은색의 작은 콧수염을 기른 젊은 백작이 방으로 들어왔다. 모스크바의 편안한 생활로 충분히 쉬고 몸이 좋아진 것이 분명했다.

“아, 얘야, 머리가 빙빙 돈다!” 늙은이는 아들 앞에서 조금 당황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가수들도 필요해. 내 관현악단을 부를 테지만 집시 가수들도 불러야 하지 않겠니? 너희 군인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잖아.”

“정말이지 아버지, 쇤그라베른 전투를 앞둔 바그라티온 공작도 지금 아버지만큼 걱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들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늙은 백작은 화난 척했다.

“말은 잘하지. 네가 한번 해 봐라!”

백작은 영리하고 공손한 표정으로 아버지와 아들을 세심하고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주방장에게 몸을 돌렸다.

“요즘 젊은이들을 좀 보게, 표크티스트. 응? 우리 늙은이들을 비웃잖나!”

“그렇습니다, 백작님. 젊은 분들은 훌륭한 만찬을 드시기만 하면 되지만 마련하고 차려 내는 일은 젊은 분들 몫이 아니지요!”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 백작은 외치고 명랑하게 아들의 두 손을 잡았다. “이제 너를 붙잡았으니 당장 쌍두마 썰매를 타고 베주호프의 집으로 가라. ‘일리야 백작이 딸기와 신선한 파인애플을 부탁하러 보냈습니다’라고 말해. 다른 사람에게서는 구할 수 없으니까. 피에르는 없으니 들어가 공작 영애들에게 부탁해야 한다. 거기서 라즈굴랴이로 가거라. 마부 이파트카가 아니까 오를로프 백작의 집에서 춤춘 집시 일류시카를 찾아라. 흰 카자크 상의를 입었던 사람, 기억하지? 그를 데려오너라.”

“집시 여자들도 함께 데려올까요?” 니콜라이는 웃으며 물었다. “세상에, 정말!…….”

그때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얼굴에서 사라지는 법이 없는 실무적이고 근심스러우면서도 온순한 기독교인의 표정을 한 안나 미하일로브나가 홀에 들어왔다. 날마다 실내복 차림의 백작을 마주쳤지만 그는 매번 당황하며 옷차림을 용서해 달라고 했다.

“전혀 상관없습니다, 사랑하는 백작님.” 그녀는 온순하게 눈을 감으며 말했다. “베주호프의 집에는 제가 가겠습니다. 피에르가 돌아왔으니 그의 온실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만나야 합니다. 보리스의 편지를 제게 보내왔거든요.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보리스는 이제 참모부에 있습니다.”

백작은 안나 미하일로브나가 심부름 하나를 맡아 주자 기뻐하며 작은 사륜 폐쇄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베주호프에게 오라고 말해 주시오. 이름을 명단에 적겠소. 아내도 함께 왔소?” 그가 물었다.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눈을 치켜떴고 얼굴에 깊은 슬픔이 나타났다.

“아, 사랑하는 친구, 그분은 몹시 불행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에게 들린 말이 사실이라면 끔찍해요. 그분의 행복을 함께 기뻐할 때는 이런 일을 얼마나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처럼 고귀하고 천사 같은 영혼을 지닌 젊은 베주호프가! 그래요, 진심으로 가엾게 여기며 제가 할 수 있는 위로를 드리려고 합니다.”

“무, 무슨 일이오?” 젊은 로스토프와 늙은 로스토프가 함께 물었다.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마리야 이바노브나의 아들 돌로호프가,” 그녀는 신비스럽게 속삭였다. “그 부인의 평판을 완전히 망쳤다고들 합니다. 피에르가 그를 거두어 페테르부르크 자기 집에 초대했는데, 이제…… 그 부인이 이곳에 왔고 그 무모한 사람도 뒤따라왔답니다!” 안나 미하일로브나는 피에르에게 동정을 보이려 했지만, 자기도 모르는 말투와 반쯤 지은 미소로 자신이 ‘무모한 사람’이라고 부른 돌로호프에게 동조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피에르는 불행 때문에 완전히 무너졌다고 합니다.”

“세상에, 정말! 그래도 클럽에 오라고 전해 주시오. 모두 지나갈 테니까. 굉장한 연회가 될 거요.”

다음 날인 3월 3일 한 시가 조금 지나자 영국 클럽 회원 250명과 손님 50명이 오스트리아 원정의 영웅인 귀빈 바그라티온 공작을 저녁 만찬에 맞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모스크바는 어리둥절했다. 당시 러시아인들은 승리에 너무 익숙하여 패전 소식을 듣고도 믿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이상한 사건을 설명할 특별한 이유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이름나고 중요하며 소식에 밝은 사람들이 모이는 영국 클럽에서는 12월에 소식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모두 침묵을 공모하기라도 한 듯 전쟁과 마지막 전투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의 방향을 정하던 로스토프친 백작, 유리 돌고루코프 공작, 발루예프, 마르코프 백작, 뱌젬스키 공작은 클럽에 나타나지 않고 개인 저택의 친밀한 모임에서 만났다. 일리야 로스토프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모스크바 사람들은 한동안 전쟁에 대한 명확한 의견도 지도자도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으며 나쁜 소식을 논하기 어렵다고 느껴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그러나 배심원들이 회의실에서 나오듯 클럽의 여론을 이끄는 거물들이 다시 나타났고, 모두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고 전례 없으며 불가능한 러시아의 패배에 이유가 발견되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고 모스크바 곳곳에서 같은 말을 했다. 오스트리아군의 배신, 부실한 병참, 폴란드인 프셰비셰프스키와 프랑스인 랑주롱의 배신, 쿠투조프의 무능, 그리고 쓸모없고 하찮은 자들을 믿은 군주의 젊음과 경험 부족이 그 이유라고들 속삭였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비범했고 기적적인 용맹을 보였다고 모두가 말했다. 병사와 장교와 장군은 모두 영웅이었다. 그중에서도 영웅은 바그라티온 공작이었다. 쇤그라베른에서 세운 공과, 자기 종대를 온전하게 후퇴시키고 하루 종일 두 배나 많은 적을 물리친 아우스터리츠의 후퇴로 이름을 떨쳤다. 바그라티온이 모스크바의 영웅으로 뽑힌 데에는 이 도시에 연고가 없는 이방인이라는 사실도 도움이 되었다. 그의 인물 속에서 연줄과 음모에 관계없는 소박한 러시아 전투 병사가 영예를 받았고, 이탈리아 원정의 추억과 수보로프의 이름이 결합되었다. 바그라티온에게 이토록 경의를 표하는 것은 쿠투조프에 대한 불만과 반감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했다.

“바그라티온이 없었다면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재치 있는 신신은 볼테르의 말을 흉내 내며 말했다. 쿠투조프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를 궁정의 풍향계이자 늙은 사티로스라고 낮게 욕했다.

모스크바 전역에서는 “계속 형상을 빚다 보면 진흙이 묻기 마련이다”라는 돌고루코프 공작의 말을 되풀이하며 과거의 승리를 떠올려 패배를 위로했다. 또 로스토프친의 말도 퍼졌다. 프랑스 병사를 전투로 이끌려면 허황한 말을 해야 하고, 독일 병사에게는 도망치는 것이 전진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논리적 논증이 필요하지만, 러시아 병사는 붙잡아 말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사방에서 아우스터리츠의 아군 장병이 보인 개인적 영웅담이 새롭게 들려왔다. 누군가는 군기를 구했고, 누군가는 프랑스 병사 다섯 명을 죽였으며, 또 다른 이는 혼자 대포 다섯 문을 장전했다. 베르크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오른손을 다치자 왼손에 군도를 들고 전진했다고 이야기했다. 볼콘스키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가까이 알던 사람들만 그가 괴팍한 아버지 곁에 임신한 아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애석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