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제1에필로그 1813-1820년 / 제9장
《전쟁과 평화》 · 제1에필로그 1813-1820년

제9장

《전쟁과 평화》 제1에필로그 9장 삽화

1820년 12월 5일, 성 니콜라이 축일 전날이었다. 나타샤는 초가을부터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오라버니 집에 머물고 있었다. 피에르는 자기 말로는 3주 동안 개인적인 일을 보러 페테르부르크에 갔지만 거의 7주째 그곳에 머물렀고 이제 언제라도 돌아올 예정이었다.

12월 5일에는 베주호프 가족 외에도 니콜라이의 오랜 친구인 퇴역 장군 바실리 드미트리치 데니소프가 로스토프가에 머물고 있었다.

니콜라이는 자기 명명일인 6일이면 집이 방문객으로 가득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타타르식 웃옷 대신 연미복을 입고 앞코가 뾰족한 좁은 장화를 신은 뒤 자기가 새로 지은 교회로 마차를 타고 가야 했다. 이어 축하하러 온 손님들을 맞아 음식을 대접하고 귀족 선거에 관해 이야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 전날은 평소 방식대로 보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조카가 소유한 랴잔의 마을에 관한 관리인의 회계 장부를 살피고 업무 편지 두 통을 썼으며, 저녁 식사 전에 곡물 창고와 가축 우리와 마구간을 돌아보았다. 큰 성인의 축일인 이튿날 모두가 술에 취할 것에 대비하고 돌아오니, 아내와 따로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집안 사람 전체가 모인 스무 명짜리 긴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늙은 여자 동무 벨로바, 아내와 가정교사와 교사가 딸린 세 아이, 교사와 함께 온 아내의 조카, 소냐, 데니소프, 나타샤와 가정교사가 딸린 세 아이, 그리고 늙은 공작의 건축가였으며 퇴직한 뒤에도 민둥산에서 살고 있는 늙은 미하일 이바노비치가 있었다.

마리야 백작부인은 식탁 반대편 끝에 앉았다. 남편은 자리에 앉아 냅킨을 집자 앞에 놓인 물잔과 포도주잔을 빠르게 밀어냈다. 마리야는 그가 때때로 농장에서 바로 저녁 식사를 하러 들어올 때, 특히 수프가 나오기 전에 그러듯 기분이 좋지 않다고 알아차렸다. 마리야 백작부인은 남편의 그런 기분을 잘 알았다. 자신이 기분 좋을 때면 그가 수프를 다 먹기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말을 걸어 언짢을 이유가 없음을 인정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사실을 완전히 잊고 남편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에게 화가 났다는 데 상처받아 불행하다고 느꼈다. 어디에 있었는지 물었고 남편은 대답했다. 농장의 모든 일이 잘되어 가는지 다시 물었다. 부자연스러운 어조에 남편은 불쾌하게 얼굴을 찡그리고 다급히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마리야 백작부인은 생각했다. ‘왜 나에게 화가 난 거지?’ 그의 어조에서 자기에게 짜증이 났고 대화를 끝내려 한다고 판단했다. 자기 말이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을 알았지만 몇 가지 질문을 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니소프 덕분에 식탁의 대화는 곧 모두가 참여하는 활기찬 대화가 되었고 마리야는 남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식탁에서 일어나 여느 때처럼 늙은 백작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마리야 백작부인은 남편에게 손을 내밀고 입 맞춘 뒤 왜 자기에게 화가 났는지 물었다.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이상한 생각을 한다니까! 나는 화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소.” 그가 대답했다.

그러나 ‘언제나’라는 말은 마리야에게 ‘그래, 나는 화가 났지만 왜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라는 뜻으로 들렸다.

니콜라이와 아내는 너무나 행복하게 함께 살아서 질투하고 두 사람이 불화하기를 바랐던 소냐와 늙은 백작부인조차 나무랄 것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서로 대립하는 순간이 있었다. 가끔, 언제나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하게 지낸 바로 뒤에 갑자기 낯섦과 적대감을 느꼈다. 이는 마리야 백작부인이 임신했을 때 가장 자주 일어났고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자, 신사 숙녀 여러분.” 니콜라이는 크고 일부러 명랑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야 백작부인에게는 일부러 자기를 화나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오늘 아침 여섯 시부터 줄곧 돌아다녔소. 내일은 고생해야 하니 오늘은 가서 쉬겠소.”

그는 아내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작은 응접실로 가 긴 의자에 누웠다.

‘언제나 저런 식이야.’ 마리야 백작부인은 생각했다. ‘모두와 이야기하면서 나하고만 말하지 않아. 알겠어…… 내가 그분에게 역겨운 거야. 특히 이런 상태일 때는.’ 그는 불러온 배를 내려다보고 거울 속의 창백하고 누르스름하고 야윈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서는 두 눈이 어느 때보다 크게 보였다.

데니소프의 고함과 웃음, 나타샤의 이야기, 특히 소냐가 재빨리 보내는 눈길까지 모든 것이 그를 짜증 나게 했다.

마리야 백작부인은 짜증이 날 때 언제나 가장 먼저 소냐를 구실로 삼았다.

그는 손님들과 잠시 앉아 그들의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다가 조용히 방을 나와 아이들 방으로 갔다.

아이들은 의자로 만든 마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가는’ 놀이를 하며 그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다. 그는 앉아 잠시 함께 놀았지만 남편과 까닭 없는 짜증에 대한 생각이 마음을 괴롭혔다. 일어나 힘겹게 발끝으로 걸으며 작은 응접실로 갔다.

‘어쩌면 잠들지 않았을 거야. 이야기를 분명히 해야겠어.’ 그는 혼잣말을 했다. 맏아들 어린 안드레이가 어머니를 따라 발끝으로 걸었다. 그는 아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랑하는 마리야, 그분은 잠든 것 같아요. 몹시 피곤하셨잖아요.” 큰 응접실에서 마주친 소냐가 말했다. 마리야 백작부인에게는 그가 어디에서나 자기 길을 가로지르는 듯했다. “안드레이가 깨울지도 몰라요.”

마리야 백작부인은 주위를 돌아보고 어린 안드레이가 따라오는 것을 보았다. 소냐의 말이 옳음을 느꼈고, 바로 그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분명하게 거친 말을 가까스로 참았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소냐의 말을 따르지는 않으려고 안드레이에게 조용히 따라오라고 손짓하고 문으로 갔다. 소냐는 다른 문으로 떠났다. 니콜라이가 자는 방에서는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가장 작은 음 하나까지 아내에게 익숙한 소리였다. 그는 숨소리를 들으며, 밤의 고요 속에서 잠든 모습을 그토록 자주 보았던 남편의 매끄럽고 잘생긴 이마와 콧수염과 얼굴 전체를 눈앞에 그렸다. 니콜라이가 갑자기 움직이고 헛기침했다. 바로 그 순간 문밖에서 어린 안드레이가 외쳤다. “아버지! 어머니가 여기 서 계세요!” 마리야 백작부인은 겁에 질려 창백해지고 아이에게 손짓했다. 아이가 입을 다물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에게는 끔찍한 정적이었다. 니콜라이가 잠을 깨우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더니 문 너머에서 니콜라이가 다시 헛기침하고 움직이는 소리와 짜증 난 목소리가 들렸다.

“한순간도 조용할 수가 없군…… 마리야, 당신이오? 아이를 왜 여기 데려왔소?”

“나는 그저 들여다보러 왔고 아이가 따라오는 것을 몰랐어요…… 용서해주세요…….”

니콜라이는 기침을 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 마리야 백작부인은 문에서 물러나 아이를 데리고 아이들 방으로 돌아갔다. 5분 뒤 아버지가 가장 귀여워하는 검은 눈의 세 살배기 어린 나타샤는 오빠에게 아버지가 잠들었고 어머니가 응접실에 있다는 말을 오빠에게 듣고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은 채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검은 눈의 어린 소녀는 삐걱이는 문을 대담하게 열고 튼튼하고 작은 다리로 힘차게 긴 의자에 다가갔다. 등을 보인 채 자는 아버지의 자세를 살피고 발끝으로 일어서 머리 밑에 놓인 손에 입 맞췄다. 니콜라이는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나타샤, 나타샤!” 문에서 마리야 백작부인의 겁먹은 속삭임이 들렸다. “아버지는 주무시고 싶어 하셔.”

“아니에요, 어머니. 아버지는 주무시고 싶지 않아요.” 어린 나타샤는 확신에 차 말했다. “웃고 계시잖아요.”

니콜라이는 다리를 내리고 일어나 딸을 두 팔에 안았다.

“들어오시오, 마리야.”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마리야는 들어가 남편 곁에 앉았다.

“아이가 나를 따라오는 것을 몰랐어요.” 그는 수줍게 말했다. “그저 들여다보았을 뿐이에요.”

니콜라이는 한 팔로 어린 딸을 안고 죄지은 듯한 표정의 아내를 흘끗 보았다. 다른 팔로 아내를 감싸고 머리카락에 입 맞췄다.

“어머니에게 입 맞춰도 될까?” 그가 나타샤에게 물었다.

나타샤는 수줍게 미소 지었다.

“또!” 아이는 니콜라이가 입 맞춘 곳을 단호한 몸짓으로 가리키며 명령했다.

“왜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소.” 니콜라이는 아내의 마음속에 있다고 아는 질문에 대답했다.

“당신이 그렇게 계실 때 내가 얼마나 불행하고 외로운지 모르실 거예요. 언제나 내게는…….”

“마리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니콜라이는 명랑하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너무 평범하게 생겼고…… 언제나…… 지금은…… 이런 상태이고…….”

“아, 당신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지! 사람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오.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받는 것은 말비나 같은 여자들뿐이오. 그런데 내가 아내를 사랑하느냐고? 사랑하지 않소.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당신이 없거나 이런 식으로 우리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들면 길을 잃은 것 같고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자, 내가 내 손가락을 사랑하오? 사랑하지 않지만 한번 잘라내 보시오!”

“나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이해해요. 그러면 나에게 화나지 않은 거예요?”

“몹시 화가 났소!” 그는 미소 지으며 일어났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방 안을 걷기 시작했다.

“마리야,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오?” 그는 이제 화해했으므로 아내 앞에서 곧바로 소리 내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자기에게 떠오른 생각은 아내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피에르를 봄까지 함께 머물도록 설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리야 백작부인은 남편이 말을 마칠 때까지 듣고 몇 마디 했다. 그러고는 이번에는 자신이 소리 내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 관한 생각이었다.

“이 아이에게서 벌써 여자가 보이지요.” 그는 어린 나타샤를 가리키며 프랑스어로 말했다. “당신은 우리 여자들이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나무라잖아요. 여기 우리 논리가 있어요. 내가 ‘아버지는 주무시고 싶어 하셔!’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아니에요, 웃고 계시잖아요’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 아이가 옳았어요.” 마리야 백작부인은 행복한 미소로 말했다.

“그래, 그래.” 니콜라이는 힘센 손으로 어린 딸을 잡아 높이 들어 올리고 어깨에 앉힌 뒤 두 다리를 붙잡고 방 안을 걸었다. 아버지와 딸의 얼굴에는 근심 없는 행복의 표정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 아이를 너무 좋아하잖아요.” 아내가 프랑스어로 속삭였다.

“그래, 하지만 어떻게 하겠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그 순간 문을 여는 도르래 소리와 현관과 대기실의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도착한 듯했다.

“누가 왔군.”

“피에르가 틀림없어요. 가서 볼게요.” 마리야 백작부인은 말하고 방을 나갔다.

아내가 없는 동안 니콜라이는 어린 딸을 데리고 방 안을 달리는 놀이를 했다. 숨이 찬 그는 웃는 아이를 어깨에서 재빨리 내려 가슴에 꼭 안았다. 뛰어다니는 동작은 춤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아이의 둥글고 행복한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자기가 늙었을 때 이 아이를 사교계에 데리고 나가, 늙은 아버지가 딸과 ‘대니얼 쿠퍼’를 추었듯, 함께 마주르카를 추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분이에요, 그분이에요, 니콜라이!” 마리야 백작부인은 몇 분 뒤 방으로 다시 들어오며 말했다. “우리 나타샤가 이제 살아났어요. 얼마나 황홀해하는지 보셨어야 해요. 그분은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고 호되게 꾸중을 들었어요. 자, 이제 갑시다. 빨리, 빨리! 두 사람은 이제 떨어질 때가 됐어요.” 그는 아버지에게 매달린 어린 소녀를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덧붙였다.

니콜라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갔다.

마리야 백작부인은 응접실에 남았다.

“사람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는 결코, 결코 믿지 못했을 거야.” 그는 혼잣말을 속삭였다. 미소가 얼굴을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한숨을 쉬었고 깊은 눈에는 고요한 슬픔이 나타났다. 행복 너머로 이 삶에서는 이룰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행복이 있음을 느끼고 바로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생각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