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믿음이 약한 부인

장로가 농부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축복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한 방문객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아 냈다. 그녀는 여러 면에서 참으로 선량한 성품을 지닌, 감상적인 사교계 부인이었다. 장로가 마침내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열렬하게 그를 맞았다.
"아, 이 감동적인 광경을 지켜보면서 제가 얼마나 벅찼는지 모릅니다!..." 그녀는 벅찬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오,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저도 민중을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싶어요. 위대하면서도 이토록 소박한 우리 훌륭한 러시아 민중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따님 건강은 어떻습니까?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지요?"
"오, 얼마나 간절히 청해 왔는지, 얼마나 기도해 왔는지 모릅니다! 당신 창가에서 사흘 밤낮을 무릎 꿇고서라도 들여보내 달라고 빌 각오였어요. 저희가 이렇게 온 것은, 위대한 치유자시여, 뜨거운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은 제 딸 리즈를 낫게 해 주셨어요, 완전히 낫게 해 주셨어요. 그저 지난 목요일에 아이를 위해 기도하시고 손을 얹어 주셨을 뿐인데 말입니다. 저희는 그 손에 입 맞추고, 저희의 심정과 경의를 쏟아 내려고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낫다니, 무슨 뜻입니까? 아직 의자에 누워 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목요일 이후로 밤마다 나던 열이 완전히 멎었답니다." 부인이 초조하게 서둘러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다리에도 힘이 붙었어요. 오늘 아침엔 멀쩡히 일어났답니다. 밤새 잘 잤고요. 저 발그레한 뺨을, 저 빛나는 눈을 보세요! 예전엔 늘 울기만 했는데, 이젠 웃고 명랑하고 즐거워해요. 오늘 아침엔 굳이 서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아무 도움 없이 꼬박 일 분을 서 있었답니다. 보름이면 카드리유를 출 수 있다고 내기를 걸었어요. 헤르첸슈투베 박사를 불렀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놀랍군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더군요. 그런데도 저희가 이곳에 와서 당신을 번거롭게 하지 말아야겠습니까, 감사드리러 달려오지 말아야겠습니까? 리즈, 감사드려라, 감사드려!"
리즈의 예쁘장하고 웃음기 어린 얼굴이 문득 진지해졌다. 그녀는 할 수 있는 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장로를 바라보며 그의 앞에 두 손을 모았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 사람 때문이에요." 그녀가 알료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기 웃음을 참지 못한 스스로가 어린애처럼 분한 듯한 기색이었다.
누군가 장로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알료샤를 보았다면, 순식간에 그의 뺨이 확 붉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눈이 빛났고, 그는 시선을 떨구었다.
"저 애가 당신께 전할 말이 있대요,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어머니가 말을 이으며, 정교하게 장갑을 낀 손을 알료샤에게 내밀었다.
장로가 몸을 돌려 문득 알료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알료샤는 리즈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상하리만치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리즈는 사뭇 근엄한 태도를 지었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께서 저를 통해 이걸 보내셨어요." 그녀가 그에게 작은 쪽지를 건넸다. "되도록 빨리 와 주십사, 자기를 실망시키지 말고 꼭 와 달라고 특별히 부탁하셨어요."
"나를 보러 오라니? 나를요? 무엇 때문에?" 알료샤가 몹시 놀라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 대뜸 근심의 빛이 어렸다.
"아, 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와 관련된 일이랍니다. 요즘 벌어진 일 때문이지요." 어머니가 황급히 설명했다. "카테리나 이바노브나는 마음을 정했는데, 그 일로 당신을 꼭 만나야 한다는군요.... 무슨 일인지야 물론 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당장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해요. 물론 가실 거지요?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도리랍니다."
"저는 그분을 딱 한 번 뵈었을 뿐인데요." 알료샤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항변했다.
"오, 그분은 정말 고결하고 비할 데 없는 분이랍니다! 그분이 겪은 고통만 생각해도.... 그분이 무엇을 견뎌 왔는지, 지금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앞으로 그분을 기다리는 일을 생각해 보세요! 모두가 끔찍해요, 끔찍한 일이에요!"
"알겠습니다, 가겠습니다." 알료샤는 그 짧고 알쏭달쏭한 쪽지—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와 달라는 절박한 간청만 담긴—를 재빨리 훑어본 뒤 그렇게 결정했다.
"오, 그렇게 해 주시면 얼마나 다정하고 너그러운 일인지 몰라요!" 리즈가 불쑥 활기를 띠며 외쳤다. "제가 엄마한테 그랬어요, 당신은 절대 안 가실 거라고. 영혼을 구원하느라 바쁘시다고 했죠. 정말 훌륭하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리즈!" 어머니가 근엄하게 말했지만, 말을 마치고서는 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저희를 완전히 잊으셨군요,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그녀가 말했다. "저희를 찾아오시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리즈는 당신과 있을 때가 아니면 행복하지 않다고 저한테 두 번이나 말했답니다."
알료샤는 떨구었던 눈을 들었다가 다시 얼굴을 붉혔고, 왜인지 모르게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장로는 더 이상 그를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앞서 말했듯 리즈의 의자 곁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한 수도승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는 누가 보아도 가장 미천한, 즉 농민 출신의 수도승으로, 견문은 좁았지만 참된 신앙을 지녔고, 그 나름으로 고집스러운 데가 있었다. 그는 저 먼 북방, 옵도르스크에서, 성 실베스테르 수도원에서 왔다고, 겨우 수사 열 명뿐인 가난한 수도원 소속이라고 밝혔다. 장로는 그를 축복하고 언제든 편할 때 자기 암자로 찾아오라고 청했다.
"당신은 어찌 그런 일을 감히 행하십니까?" 수도승이 리즈를 근엄하고 의미심장하게 가리키며 불쑥 물었다. 그녀의 "치유"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병세가 가벼워졌다고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고, 여러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어떤 치유가 있었다 해도, 그것은 다른 어떤 힘도 아닌 오직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옵니다. 신부님, 저를 찾아와 주십시오." 그가 수도승에게 덧붙여 말했다.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병들었고, 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압니다."
"오, 아니요, 아니요! 하느님께서 당신을 저희에게서 데려가지 않으실 거예요. 당신은 아직 오래오래 사실 거예요." 부인이 외쳤다. "대체 어디가 편찮으신 거예요? 이토록 건강해 보이시고, 이토록 명랑하고 행복해 보이시는데요."
"오늘은 유난히 몸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저 잠깐뿐임을 저는 압니다. 이제 제 병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그토록 행복해 보인다면, 그보다 더 저를 기쁘게 할 말씀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완전히 행복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스스로에게 '나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뜻을 행하고 있다'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모든 의인들, 모든 성인들, 모든 거룩한 순교자들은 다 행복한 이들이었습니다."
"오, 말씀이 정말! 대담하고도 고매하신 말씀이에요!" 부인이 외쳤다. "말씀 하나하나가 저를 꿰뚫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행복이라니, 행복이라니— 그게 대체 어디 있나요? 누가 자기 자신을 두고 행복하다 말할 수 있을까요? 오, 오늘 이렇게 다시 뵐 수 있게 허락해 주셨으니, 지난번엔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을,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을 말씀드리게 해 주세요.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는지를! 저는 괴롭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저는 괴로워요!"
그러면서 그녀는 벅찬 감정에 휩싸여 그의 앞에 두 손을 모았다.
"특별히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저는... 믿음이 없어서 괴롭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오, 아니요, 아니요! 그런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내세— 그것은 정말이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예요! 아무도, 그 누구도 그것을 풀 수 없어요. 들어 보세요! 당신은 치유자이시고, 인간의 영혼을 깊이 통달하신 분이니, 물론 저를 온전히 믿어 달라고 감히 바랄 수는 없지만, 명예를 걸고 맹세컨대 지금 제가 하는 말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무덤 너머의 삶에 대한 생각이 저를 번민으로,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그런데 저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고, 평생 감히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이토록 대담하게 당신께 여쭙습니다. 오, 하느님! 이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그녀는 두 손을 모아 쥐었다.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근심하지 마십시오." 장로가 말했다. "당신의 고통이 진실함을 저는 충분히 믿습니다."
"오,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보세요, 저는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묻곤 해요. 만일 모든 사람에게 믿음이 있다면, 그것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하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이 자연의 위협적인 현상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중 실체가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들 하지요. 그러면 저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만일 내가 평생을 믿어 왔는데, 막상 죽고 나면 내 무덤 위에 우엉만 무성히 자라난다면 어쩌지?' 어느 작가의 글에서 읽은 대로 말이에요. 그건 끔찍한 일이에요! 어떻게— 어떻게 해야 다시 믿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저는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믿었을 뿐이에요. 대체 어떻게, 어떻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이제 저는 제 영혼을 당신 앞에 펼쳐 놓고 그것을 여쭈러 왔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아무도 제게 답해 주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어떻게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나요? 오, 저는 얼마나 불행한지 몰라요!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누구도 그런 것엔 거의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아무도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는데, 저 혼자만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있어요. 죽을 것만— 죽을 것만 같아요!"
"그럴 만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확신할 수는 있지요."
"어떻게요?"
"실천하는 사랑의 경험을 통해서입니다. 이웃을 적극적으로, 지치지 않고 사랑하려 애쓰십시오. 사랑에서 나아가는 만큼, 당신은 하느님의 실재와 당신 영혼의 불멸을 더욱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이웃을 향한 사랑 속에서 완전한 자기 망각에 이른다면, 그때는 아무런 의심 없이 믿게 될 것이며, 어떤 의심도 당신의 영혼에 들어올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이미 시험된 일입니다. 이것은 확실합니다."
"실천하는 사랑이라고요? 그것 말고도 또 하나— 정말 큰 문제가 있어요! 아시겠어요, 저는 인류를 너무나 사랑해서— 믿으시겠어요?— 종종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리즈마저 떠나서, 자비의 수녀가 되는 꿈을 꾸곤 해요. 눈을 감고 생각하고 상상하노라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장애를 이겨 낼 힘으로 가득 차는 것 같아요. 어떤 상처도, 어떤 곪은 종기도 그 순간의 저를 겁먹게 하지 못할 거예요. 제 두 손으로 그것을 싸매고 씻어 주겠지요. 아픈 이들을 돌보겠지요. 기꺼이 그런 상처에 입 맞추기라도 하겠지요."
"당신의 마음이 다른 무엇도 아닌 그런 꿈들로 가득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며 대단한 일입니다.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로 선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네. 하지만 그런 삶을 오래 견딜 수 있을까요?" 부인이 열띤, 거의 광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예요— 저를 가장 괴롭히는 문제요. 저는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물어요. '너는 그 길을 오래 견뎌 낼 수 있겠느냐? 만일 네가 상처를 씻어 주는 그 환자가 감사는커녕, 오히려 변덕으로 너를 못살게 굴고, 네 자비로운 봉사를 알아주지도 소중히 여기지도 않으며, 급기야 너를 욕하고 무례하게 명령하고, 상급자에게 네 흉을 보러 간다면(사람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 있을 때 흔히 그러하듯이)— 그때는 어쩌겠느냐? 그래도 네 사랑을 지켜 나가겠느냐, 아니겠느냐?' 그런데 저는 무서운 결론에 이르렀어요. 만일 무언가가 인류를 향한 제 사랑을 흩어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배은망덕일 거라는 결론이었어요. 결국 저는 고용된 하인과 같아서, 당장 보수를 바라는 셈이지요— 즉 칭찬을, 사랑에는 사랑으로 갚아 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랍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격정의 절정에 이르러 있었고, 말을 맺으며 도전적인 결의를 담아 장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침 언젠가 어느 의사가 제게 들려준 이야기와 똑같군요." 장로가 말했다. "나이 지긋한, 분명 영리한 사람이었지요. 그는 농담조로, 그러나 씁쓸한 농담으로 당신처럼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인류를 사랑합니다.' 그가 말했지요. '하지만 나 자신에게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인류 전체를 사랑하면 할수록, 개개인은 그만큼 덜 사랑하게 되니까요. 꿈속에서는,' 그가 말했습니다. '나는 종종 인류를 위한 봉사를 향한 열렬한 계획을 세우곤 하고, 만일 갑자기 필요하다면 십자가형이라도 실제로 감당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나는 경험상 알듯이, 이틀 연속으로 누군가와 같은 방에 머무는 것조차 견디지 못합니다. 누군가 내 곁에 있는 순간,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내 자족감을 흔들고 내 자유를 옥죕니다. 스물네 시간이면 나는 가장 훌륭한 사람조차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이는 식사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어떤 이는 감기에 걸려 자꾸 코를 훌쩍인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사람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부터 나는 그들에게 적대적이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개개인을 향한 혐오가 짙어질수록 인류 전체를 향한 내 사랑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런 경우에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절망해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그것으로 괴로워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십시오. 그러면 그것이 당신에게 셈해질 것입니다. 스스로를 이토록 깊고 진실하게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 안에서 많은 것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만일 당신이 지금 제게 이토록 솔직하게 말한 것이, 방금 그랬듯이 오직 자신의 솔직함에 대한 인정을 얻기 위해서였다면, 물론 당신은 참된 사랑의 성취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고, 모든 것이 한낱 꿈에 그쳐 당신의 온 삶은 환영처럼 스러져 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자연스레 내세에 대한 생각도 그만두게 될 것이고, 결국은 스스로 얼마간 마음의 평정을 찾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저를 무너뜨리셨어요! 이제야, 당신 말씀을 들으며 비로소 깨닫습니다. 제가 배은망덕을 견디지 못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저는 실은 그저 제 솔직함에 대한 당신의 인정을 구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요. 당신은 저를 저 자신에게 드러내 보이셨어요. 당신은 저를 꿰뚫어 보시고, 저를 저 자신에게 설명해 주셨어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이런 고백을 들은 이상, 저는 당신이 진실하고 마음이 선한 분이라 믿습니다. 설령 행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당신이 옳은 길 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애쓰십시오. 무엇보다도 거짓을, 온갖 종류의 거짓을,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을 멀리하십시오. 자신의 기만을 늘 지켜보고 매시간, 매순간 그것을 들여다보십시오.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냉소를 피하십시오. 당신 안에서 나쁘게 보이는 것도, 스스로 그것을 지켜보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점점 더 순수해질 것입니다. 두려움도 피하십시오, 비록 두려움이란 온갖 거짓의 결과에 지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사랑에 이르는 길에서 자신의 나약함에 결코 겁먹지 마십시오. 자신의 악한 행실에도 지나치게 겁먹지 마십시오. 더 위로가 될 말씀을 드리지 못해 유감입니다만, 실천하는 사랑이란 꿈속의 사랑에 비하면 가혹하고 두려운 것이니까요. 꿈속의 사랑은 즉각적인 행동을, 빠르게 이루어지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행동을 갈망합니다. 시련이 오래가지만 않는다면, 마치 무대 위에서처럼 모두가 지켜보고 갈채를 보내는 가운데 곧 끝나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목숨마저 내던지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랑은 노고요 인내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어쩌면 하나의 온전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예언하건대, 바로 그 순간, 당신이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에 가까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멀어지고 있음을 두려움 속에 깨닫는 바로 그 순간— 바로 그때 당신은 그것에 도달하여, 줄곧 당신을 사랑하며 신비롭게 인도해 오신 주님의 기적 같은 능력을 뚜렷이 보게 되리라고 저는 예언합니다.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군요. 안녕히 계십시오."
부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리즈, 리즈! 저 애를 축복해 주세요— 축복해 주세요!" 그녀가 문득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저 애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저는 내내 저 애의 짓궂음을 지켜보았답니다." 장로가 농담조로 말했다. "왜 알렉세이를 그렇게 놀렸느냐?"
사실 리즈는 내내 그를 놀리는 데 열중해 있었다. 그녀는 전부터 알료샤가 수줍어하며 자기를 쳐다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을 눈여겨보았고, 그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녀는 그의 눈길을 붙잡으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알료샤는 그녀의 끈질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불쑥 그녀를 쳐다보게 되었고, 그러면 그녀는 그의 얼굴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알료샤는 더욱더 당황하고 언짢아했다. 마침내 그는 그녀에게서 아예 등을 돌리고 장로 뒤에 몸을 숨겼다. 몇 분 뒤, 같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는 자신이 눈길을 받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려 돌아섰고, 리즈가 그를 곁눈질하려고 의자에서 거의 몸을 내밀다시피 한 채 그가 쳐다보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길이 마주치자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고, 장로는 결국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저 아이를 그렇게 놀리는 게냐, 이 짓궂은 아이야?"
리즈는 불쑥, 전혀 뜻밖에 얼굴을 붉혔다. 그녀의 눈이 번뜩였고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그녀는 따뜻하면서도 분한 목소리로 빠르고 초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 사람은 왜 모든 걸 잊어버린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 저를 안고 다녔던 사람이에요. 우리는 함께 놀곤 했어요. 그는 제게 글을 가르쳐 주러 오곤 했어요, 아시죠. 이 년 전, 그가 떠날 때, 절대 저를 잊지 않겠다고, 우리는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친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저를 갑자기 무서워하고 있어요. 제가 저 사람을 잡아먹기라도 하나요? 왜 저한테 가까이 오려 하지 않죠? 왜 말을 안 하죠? 왜 저희를 찾아오지 않는 거예요? 당신이 못 오게 막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저 사람이 어디든 다닌다는 걸 알아요. 제가 먼저 초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고요. 저를 잊지 않았다면 저 사람이 먼저 생각했어야죠. 아니, 이제는 영혼을 구원하고 계시다니까요! 왜 저 사람한테 그런 긴 수도복을 입히신 거예요? 뛰다가는 넘어지고 말 텐데."
그러고는 문득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길게, 신경질적으로, 소리 없이 웃어 대기 시작했다. 장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을 들었고, 다정하게 그녀를 축복했다. 그의 손에 입 맞추던 그녀는 문득 그 손을 자기 눈에 꼭 대더니 울기 시작했다.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 저는 어리석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애예요.... 그리고 어쩌면 알료샤 말이 맞아요, 정말 맞아요, 저같이 우스꽝스러운 애를 만나러 오고 싶지 않은 게요."
"내가 반드시 그를 보내마." 장로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