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 1866

제6부 제7장

어머니와 두냐를 찾아간 라스콜니코프가 고통스러운 작별을 준비한다.
어머니와 두냐를 찾아간 라스콜니코프가 고통스러운 작별을 준비한다.

같은 날 저녁 여섯 시가 지나, 라스콜니코프는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집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라주미힌이 마련해 준 바칼레예프의 집, 바로 그 거처였다. 계단 입구는 거리 쪽에 있었다. 라스콜니코프는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는 듯 자꾸 걸음을 늦추며 다가갔다. 하지만 결코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어차피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는 생각했다. '나를 괴짜로 여기는 데도 이미 익숙해졌고……' 옷차림은 처참했다. 밤새 비를 맞아 온통 더럽고 찢어지고 해어져 있었다. 얼굴은 피로와 궂은 날씨, 육체적 탈진과 거의 하루에 걸친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밤새 혼자 있었다. 어디에 있었는지는 하느님만 아셨다. 그래도 적어도 결심은 내렸다.

문을 두드리자 어머니가 열어 주었다. 두네치카는 집에 없었다. 마침 하녀조차 없었다.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처음에는 반가운 놀라움에 말을 잃더니, 아들의 손을 잡아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왔구나, 네가 왔어!” 기쁨으로 말을 더듬으며 시작했다. “로쟈, 내가 이렇게 어리석게 눈물로 맞는다고 화내지 말아라. 우는 게 아니라 웃는 거야. 우는 것 같니? 아니야, 기뻐서 그래. 내게는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 어리석은 버릇이 있단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무슨 일이든 울게 돼. 앉아라, 얘야. 지쳤겠구나. 얼굴에 보여. 아, 어쩌다 이렇게 더러워졌니.”

“어제 비를 맞았어요, 어머니……” 라스콜니코프가 말을 꺼냈다.

“아니, 아니야!”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서둘러 말을 끊었다. “내가 예전 여자들 버릇대로 당장 이것저것 캐물을까 봐 그러는구나. 걱정하지 마라. 알아. 다 알아. 이제 나도 여기 방식을 배웠고, 사실 여기가 더 현명하다는 것도 알겠어. 단단히 마음먹었단다. 내가 어떻게 네 생각을 이해하고 설명을 요구하겠니? 네 머릿속에는 무슨 일과 계획이 들어 있는지 하느님만 아실 테고, 어떤 생각들이 새로 생겨나는 중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내가 옆구리를 찌르며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겠니? 나는…… 아, 하느님! 어쩌자고 이렇게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기만 하는 거니…… 로쟈, 나는 지금 잡지에 실린 네 글을 세 번째 읽고 있단다. 드미트리 프로코피치가 가져다주었어. 보고는 깜짝 놀랐지. 나는 참 바보였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구나, 모든 사정이 이제야 풀리는구나! 어쩌면 그때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들이 있어 골똘히 궁리하고 있는데, 내가 괴롭히고 어지럽게 했던 거야. 읽고 있단다, 얘야. 물론 모르는 것이 많아. 하지만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다 알겠니?”

“보여 주세요, 어머니.”

라스콜니코프가 인쇄물을 받아 자기 글을 훑어보았다. 지금의 처지와 마음 상태에 아무리 어긋나는 일이라 해도, 그는 자기 글이 처음 활자로 찍힌 것을 보는 작가의 이상하고 따끔거리도록 달콤한 감정을 느꼈다. 스물세 살이라는 나이도 작용했다. 그 느낌은 한순간이었다. 몇 줄 읽자 얼굴을 찌푸렸고, 무서운 비애가 가슴을 조였다. 지난 몇 달 동안 마음속에서 벌어진 싸움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는 혐오와 짜증으로 글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

“하지만 로쟈, 내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네가 머지않아 우리 학계에서 첫째가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 어쩌면 맨 첫째가 되리라는 것은 알아볼 수 있어. 그런데 감히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다니. 하하하! 너는 몰랐지.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단다! 아, 하찮은 벌레들 같으니, 머리가 좋다는 게 무엇인지 알 턱이 있나! 두네치카도 거의 믿을 뻔했어. 어떠니! 돌아가신 네 아버지도 두 번 잡지에 보낸 적이 있단다. 처음에는 시였지. 공책도 내가 간직하고 있어. 언제 보여 주마. 나중에는 소설 한 편을 통째로 보냈어. 내가 졸라서 정서하게 해 달라고 했지. 실어 달라고 우리 둘이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 하지만 받아 주지 않았어! 로쟈, 엿새나 이레 전에는 네 옷차림과 사는 모습,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는지 보고 마음이 무너졌단다. 그런데 이제 보니 또 내가 어리석었던 거야. 네가 원하면 이제 머리와 재능으로 모든 것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아직 원하지 않고, 훨씬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겠지……”

“두냐는 집에 없나요, 어머니?”

“없다, 로쟈. 집에서 못 볼 때가 아주 많아. 나를 혼자 두고 나가지. 드미트리 프로코피치가 고맙게도 찾아와 함께 앉아 주고, 늘 네 이야기를 한단다. 그 사람은 너를 사랑하고 존경해, 얘야. 그렇다고 누이동생이 내게 몹시 무례하다는 말은 아니야. 불평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 애에게는 그 애 성격이 있고, 내게는 내 성격이 있지. 그 애에게 무슨 비밀들이 생겼는데, 나는 너희에게 아무 비밀도 없어. 물론 두냐가 아주 똑똑하고, 나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굳게 믿어…… 그래도 이 모든 일이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구나. 로쟈, 네가 와 주어서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그런데 그 애는 돌아다니느라 놓쳤네. 돌아오면 말해 주어야지. 너 없는 사이에 오빠가 왔는데, 아가씨는 어디서 시간을 보내셨느냐고. 로쟈, 나를 너무 버릇 들이지는 마라. 올 수 있으면 오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기다릴 테니까. 그래도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알 테니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네 글을 읽고, 사람들에게 네 소식을 듣고, 그러다가 이따금 네가 직접 보러 와 주면, 더 무엇을 바라겠니? 지금도 어머니를 위로해 주려고 왔잖아. 나도 안단다……”

여기서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또 이러는구나! 이 바보 같은 어미는 보지 마라! 아, 하느님, 왜 앉아만 있지!” 그녀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커피가 있는데도 대접을 안 하다니! 늙은 여자의 이기심이란 이런 거구나. 금방, 금방 가져오마!”

“어머니, 그만두세요. 곧 가야 해요. 그러려고 온 것이 아니에요. 제 말을 들어 주세요.”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어머니, 무슨 일이 생기든, 저에 대해 무슨 말을 듣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지금처럼 저를 사랑해 주실 건가요?” 그가 갑자기 마음에 차오르는 대로 물었다. 자기 말을 생각하거나 가늠하지 않는 듯했다.

“로쟈, 로쟈, 왜 그러니? 어떻게 그런 걸 물을 수 있니! 누가 네 이야기를 내게 무어라고 한단 말이야? 누가 오든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그냥 내쫓아 버릴 테다.”

“저는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했다는 것을 확실히 말씀드리러 왔어요. 지금 둘만 있어서 기뻐요. 두네치카가 없는 것도 기뻐요.” 그가 같은 격정으로 말을 이었다. “분명히 말하려고 왔어요. 어머니가 불행해지시더라도 이것만은 알아 주세요. 아들은 지금 자기 자신보다 어머니를 더 사랑해요. 제가 잔인하고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어요.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거예요…… 이만하면 되었어요.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이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았어요……”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는 말없이 아들을 껴안아 가슴에 누르고 조용히 울었다.

“로쟈, 네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마침내 말했다. “그동안에는 우리가 그저 귀찮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네게 큰 슬픔이 닥치려는 것이고, 그래서 그렇게 괴로워하는구나. 오래전부터 예감했단다, 로쟈. 이런 말을 꺼내서 용서해 다오. 늘 그 생각에 밤에도 잠을 못 잤어. 어젯밤에는 네 누이도 밤새 헛소리를 하며 누워 있었고, 자꾸 네 이야기를 했단다. 무슨 말을 듣기는 했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어. 오늘 아침 내내 나는 처형을 앞둔 사람처럼 돌아다녔지. 무엇인가 기다리고 예감했는데, 마침내 왔구나! 로쟈, 로쟈, 어디 가려는 거니? 어디로 떠나는 거니?”

“떠나요.”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필요하면 나도 함께 갈 수 있어. 두냐도. 그 애는 너를 사랑해.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소피야 세묘노브나도 필요하다면 함께 가도 좋아. 봐, 나는 기꺼이 그 아이를 딸로 삼기까지 하겠어. 드미트리 프로코피치가 함께 떠날 준비를 도와주겠지…… 그런데…… 어디로…… 떠나니?”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

“뭐라고! 바로 오늘!” 아들을 영원히 잃기라도 하는 듯 그녀가 외쳤다.

“안 돼요. 가야 해요.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나는 함께 갈 수 없니?”

“안 돼요. 무릎을 꿇고 저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어머니의 기도는 닿을지도 몰라요.”

“그럼 십자를 그어 주마. 축복해 주마! 이렇게, 이렇게. 오, 하느님,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 그는 아무도 없어서 기뻤다. 어머니와 단둘이 있어서 아주 기뻤다. 그 끔찍한 시간 동안 굳어 있던 마음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어머니 앞에 엎드려 발에 입 맞추었다. 두 사람은 서로 안고 울었다. 이번에 어머니는 놀라지도 묻지도 않았다. 아들에게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제 어떤 끔찍한 순간이 닥친 것이었다.

“로쟈, 사랑하는 내 아가, 내 맏아들.”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지금 꼭 어릴 때 같구나. 그때도 이렇게 내게 와서 이렇게 안고 입 맞추었지. 아버지와 살며 가난에 시달릴 때에도 네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위로가 되었단다. 아버지를 묻고 나서는, 지금처럼 서로 껴안고 무덤 앞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니. 내가 오래전부터 운 것은 어미 마음이 불행을 미리 알아챘기 때문이야. 여기 도착하던 날 저녁, 기억하니,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네 눈길 하나로 모든 것을 짐작했어. 그때 가슴이 철렁했단다. 오늘도 문을 열고 너를 보자, 아, 운명의 시간이 왔구나 싶었어. 로쟈, 로쟈,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은 아니지?”

“아니에요.”

“또 올 거니?”

“예…… 올게요.”

“로쟈, 화내지 마라. 감히 묻지도 못하겠어. 물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 그래도 두 마디만 해 다오. 아주 먼 곳으로 가니?”

“아주 먼 곳이요.”

“거기 무슨 일자리가, 앞길이 있는 거니?”

“하느님이 주시는 대로요…… 저를 위해 기도만 해 주세요……”

라스콜니코프가 문으로 향하자 어머니가 붙잡았다. 절망적인 눈길로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만하세요, 어머니.” 라스콜니코프는 찾아올 생각을 한 것을 깊이 후회하며 말했다.

“영영 가는 것은 아니지? 아직 영영은 아니지? 또 오지? 내일 올 거지?”

“올게요.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는 마침내 벗어났다.

저녁은 상쾌하고 따뜻하고 맑았다. 날씨는 아침부터 개어 있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서둘렀다. 해가 지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그때까지는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나스타시야가 사모바르에서 눈을 떼고 자기를 유심히 바라보며 시선으로 따라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가 와 있나?' 하고 생각했다. 포르피리가 떠올라 역겨웠다. 그러나 자기 방에 이르러 문을 열자 두네치카가 보였다.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다.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 그는 문턱에 멈춰 섰다. 두냐는 놀라 소파에서 일어나 그 앞에 똑바로 섰다. 꼼짝 않고 그에게 향한 눈길에는 공포와 달랠 길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 눈길 하나만으로도 그는 누이가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어쩔까. 네가 있는 데로 들어갈까, 아니면 나갈까?” 그가 미심쩍게 물었다.

“하루 종일 소피야 세묘노브나한테 있었어. 둘이 오빠를 기다렸어. 틀림없이 거기 올 줄 알았어.”

라스콜니코프는 방으로 들어와 기진맥진한 채 의자에 앉았다.

“어쩐지 힘이 없어, 두냐. 너무 지쳤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나 자신을 완전히 다스리고 싶었는데.”

그는 의심스럽게 누이를 올려다보았다.

“밤새 어디 있었어?”

“잘 기억나지 않아. 두냐, 마지막 결심을 내리고 싶었어. 네바강 근처를 여러 번 걸었지. 그건 기억해. 거기서 끝내려고 했는데…… 결심하지 못했어……” 다시 미심쩍게 두냐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하느님께 감사해! 나와 소피야 세묘노브나가 얼마나 바로 그 일을 걱정했는지 몰라! 그러니까 아직 삶을 믿는구나. 하느님께 감사해, 감사해!”

라스콜니코프가 쓰라리게 웃었다.

“믿지 않았는데, 방금 어머니와 서로 껴안고 울었어. 믿지 않으면서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어. 두네치카, 어떻게 이런 일이 되는지는 하느님만 아실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머니한테 갔어? 말씀드렸어?” 두냐가 놀라 외쳤다. “정말 말씀드리기로 한 거야?”

“아니, 말하지 않았어…… 말로는. 하지만 많이 알아차리셨어. 네가 밤에 헛소리하는 것을 들으셨대. 벌써 절반쯤은 아신다고 확신해. 찾아간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몰라. 왜 갔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비열한 인간이야, 두냐.”

“비열한 인간인데 고통을 받으러 갈 준비가 되었어! 갈 거지?”

“갈 거야. 지금. 그래, 그 수치를 피하려고 물에 빠지려 했어, 두냐. 하지만 물 위에 서서 생각했지. 지금껏 나를 강한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이제 수치도 두려워하지 말자고.” 그가 앞질러 말했다. “이것도 오만일까, 두냐?”

“오만이야, 로쟈.”

꺼져 가던 눈에 불이 번쩍인 듯했다. 아직도 오만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냥 물이 무서워 겁먹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니?” 그가 추하게 웃으며 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오, 로쟈, 그만해!” 두냐가 쓰라리게 외쳤다.

이 분쯤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두네치카는 탁자 반대편에 서서 괴롭게 그를 보았다. 갑자기 그가 일어났다.

“늦었어. 가야 해. 지금 자수하러 갈 거야. 하지만 왜 자수하러 가는지는 모르겠어.”

두냐의 뺨으로 굵은 눈물이 흘렀다.

“울고 있구나. 그런데 내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니?”

“그걸 의심했어?”

두냐가 힘껏 껴안았다.

“고통을 받으러 가는 것으로 벌써 죄를 절반은 씻는 것 아니야?” 두냐가 꼭 껴안고 입 맞추며 외쳤다.

“죄? 무슨 죄?” 그가 갑작스러운 격노에 사로잡혀 외쳤다. “더럽고 해로운 이 한 마리,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늙은 고리대금업자를 죽인 것? 죽여 주면 죄 마흔 가지를 용서받을, 가난한 사람들의 진을 빨아먹던 그 늙은 여자를 죽인 게 죄란 말이야? 나는 그 일을 생각하지도, 씻을 생각도 없어. 왜 사방에서 모두 「죄다, 죄다!」 하며 들이미는 거야! 이 불필요한 수치를 받으러 가기로 결심한 지금에서야 내 나약함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똑똑히 보여! 그저 비열하고 재주가 없어서 결심한 거야. 아니면 이익 때문이겠지. 그…… 포르피리가 제안한 것처럼!”

“오빠,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피를 흘리게 했잖아!” 두냐가 절망적으로 외쳤다.

“누구나 흘리는 피지!” 그가 거의 미친 듯이 받았다. “세상에서 폭포처럼 흐르고 언제나 흘러왔던 피, 샴페인처럼 쏟아붓는 피, 그 피 덕에 카피톨리움에서 관을 받고 나중에는 인류의 은인이라고 불리는 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 나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었어. 이 한 번의 어리석음 대신 수백, 수천 가지 선행을 했을 거야. 아니, 어리석음도 아니고 그저 서투른 일이었지. 생각 자체가 실패한 지금처럼 어리석지는 않았으니까…… 실패하면 모든 것이 어리석어 보이는 법이야! 이 어리석은 일로 독립적인 위치에 서고 싶었을 뿐이야. 첫걸음을 떼고 수단을 얻고, 그다음에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이익으로 모든 것을 만회했을 거야…… 그런데 나는, 나는 첫걸음조차 견디지 못했어. 비열한 놈이니까! 그것이 전부야! 그래도 너희의 눈으로 보지는 않을 거야. 성공했다면 관을 씌워 주었을 텐데, 지금은 덫에 가두는군!”

“그건 달라. 전혀 다른 일이야! 오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 형식이 다르지. 미적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형식은 아니지! 하지만 정식 포위전을 벌여 사람들에게 포탄을 퍼붓는 것이 왜 더 존경할 만한 형식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어. 미관을 겁내는 것은 무력함의 첫째 징표야!…… 지금보다 더 분명하게 깨달은 적은 없어. 한 번도! 내 죄가 무엇인지 어느 때보다 모르겠어!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확신에 찬 적은 한 번도, 한 번도 없어!”

창백하고 지친 얼굴에 붉은 기까지 치밀었다. 그러나 마지막 외침을 내뱉다가 우연히 두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길에 자신 때문에 겪는 너무도 큰 고통이 담겨 있어 저도 모르게 정신을 차렸다. 어쨌든 이 가엾은 두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원인은 자신이었다……

“두냐, 사랑하는 동생! 내게 죄가 있다면 용서해 줘. 죄가 있다면 용서할 수 없겠지만. 잘 있어! 다투지 말자. 가야 해. 정말 가야 해. 제발 따라오지 마. 아직 들를 곳이 있어…… 너는 지금 어머니에게 가서 곁에 앉아 있어 줘. 부탁이야! 이것이 마지막이고 가장 큰 부탁이야. 줄곧 곁을 떠나지 마. 내가 견디기 어려운 불안 속에 남겨 놓았어. 돌아가시거나 정신을 잃으실지도 몰라. 그러니 함께 있어 줘! 라주미힌이 너희 곁에 있을 거야. 말해 두었어…… 나 때문에 울지 마. 살인자이기는 하지만 평생 용감하고 정직하게 살도록 애쓸게. 언젠가 내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몰라. 너희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거야. 두고 봐. 아직 증명해 보이겠어…… 이제 우선은 안녕.” 마지막 말과 약속을 들은 두냐의 눈에 다시 이상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그는 서둘러 끝맺었다. “왜 그렇게 우니? 울지 마, 울지 마. 영영 헤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아, 참! 기다려. 잊었구나!……”

그는 탁자로 가 먼지 쌓인 두꺼운 책 한 권을 집어 펼쳤다. 책장 사이에 끼워 둔 작은 초상화를 꺼냈다. 상아 위에 수채로 그린 것이었다. 열병으로 죽은 집주인의 딸, 예전 약혼녀의 초상화였다.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어 하던 바로 그 이상한 처녀였다. 그는 표정이 풍부하고 병약한 그 작은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더니 초상화에 입 맞추고 두네치카에게 건넸다.

“이 사람과는 이것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어. 오직 이 사람과만.” 그가 깊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나중에 그렇게 추하게 이루어진 일들을 그 마음에 많이 털어놓았지. 걱정하지 마.” 두냐에게 말했다. “이 사람도 너처럼 동의하지 않았어. 이제 세상에 없다는 것이 기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모든 것이 새롭게 흘러가고 둘로 꺾여 버린다는 거야!” 갑자기 다시 자기 비애로 돌아가 외쳤다. “모든 것이, 모두! 그런데 나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나 자신이 원하는 걸까? 나를 시험하기 위해 필요하다지!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그런 무의미한 시험이 필요한 거야? 무슨 소용이 있어? 이십 년의 유형살이 뒤에 고통과 우둔함에 짓눌리고 늙어 무력해지면, 지금보다 더 잘 깨닫게 될까? 그때 살아서 무엇을 하지? 왜 나는 지금 그런 삶에 동의하는 거야? 오, 오늘 새벽 네바강 위에 서 있었을 때, 내가 비열한 놈이라는 것을 알았어!”

마침내 둘은 나왔다. 두냐에게는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오빠를 사랑했다! 걸어가다가 쉰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한 번 더 보려고 돌아섰다. 아직 오빠가 보였다. 그런데 모퉁이에 이른 오빠도 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눈길이 마주쳤다. 하지만 두냐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그는 조급하고 심지어 짜증스럽게 가라는 손짓을 하고 홱 모퉁이를 돌았다.

'나는 악해. 나도 알아.' 잠시 뒤 두냐에게 짜증스럽게 손을 저은 것이 부끄러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 가치도 없는 나를 왜 그렇게 사랑하는 거야! 아, 혼자였더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누구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모두 없었을 텐데! 그런데 궁금하군. 앞으로 십오 년이나 이십 년 사이에 내 영혼이 정말 그렇게 꺾여서, 사람들 앞에서 경건하게 흐느끼며 말끝마다 나를 강도라고 부르게 될까? 그래, 바로 그거야! 그 때문에 나를 지금 유배 보내는 거야.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야…… 저 사람들은 거리를 이리저리 오가고 있지. 그런데 하나하나가 본래부터 비열한 놈이고 강도야. 더 나쁘게는 바보지! 그러면서 나를 유배에서 빼 주려고 해 봐. 모두 고결한 분노로 날뛸 거야! 아, 저들이 모두 얼마나 미운지!'

그는 깊이 생각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그들 모두 앞에 따져 보지도 않고 굴복하게 되는 걸까? 확신해서 굴복하게 되는 걸까! 하지만 왜 안 되겠어? 물론 그렇게 되겠지. 이십 년 동안 끊임없이 억누르면 완전히 무너지지 않겠나? 물도 돌을 뚫는 법이야. 그런데 그 뒤에 왜,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지? 이 모든 것이 책에 쓰인 것처럼 정확히 그렇게 되고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왜 지금 가고 있지!'

어젯밤부터 벌써 백 번째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