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 1866

제6부 제2장

포르피리가 라스콜니코프를 찾아와 고백의 길을 권한다.
포르피리가 라스콜니코프를 찾아와 고백의 길을 권한다.

“정말 이 담배라는 게!”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숨을 돌린 뒤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해롭지요. 해롭기만 한데 끊을 수가 없습니다! 기침도 나고, 목도 따갑기 시작했고, 숨까지 차요. 제가 겁이 좀 많아서 며칠 전에 B―를 찾아갔습니다. 환자 한 명을 적어도 삼십 분씩은 살펴보는 의사지요. 그런데 나를 보더니 웃기까지 하더군요. 두드려도 보고 들어도 보더니, 무엇보다 담배가 몸에 맞지 않는다고, 폐가 늘어나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떻게 끊습니까? 무엇으로 대신하겠어요? 나는 술을 안 마시거든요. 그게 탈입니다. 헤헤헤, 술을 안 마시는 게 탈이에요!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요, 로디온 로마니치. 모든 것이 상대적입니다!”

'또 예전처럼 관청식 수작을 시작하려는 건가!' 라스콜니코프는 역겨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얼마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장면이 갑자기 통째로 떠올랐고, 그때의 감정이 물결처럼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그저께 저녁에도 들렀습니다. 모르셨습니까?”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방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이 방에, 바로 여기 들어왔지요. 오늘처럼 지나가다가 잠깐 찾아뵈면 어떨까 했습니다. 들어와 보니 문이 활짝 열려 있더군요. 둘러보고 좀 기다리다가 하녀에게 왔다 갔다는 말도 하지 않고 나왔어요. 문은 안 잠그십니까?”

라스콜니코프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포르피리는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했다.

“사정을 설명하러 왔습니다, 친애하는 로디온 로마니치. 설명을 드리러요! 설명을 드려야 하고,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라스콜니코프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거의 바로 그 순간 얼굴이 진지하고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슬픔까지 어린 듯해서 라스콜니코프는 놀랐다. 포르피리에게 이런 얼굴이 있으리라고는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지난번 우리 사이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요, 로디온 로마니치. 처음 만났을 때도 이상한 장면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제는 모두 하나로 이어졌군요! 이런 말씀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큰 잘못을 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걸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기억하십니까? 당신도 신경이 곤두서고 오금이 떨렸고, 나도 신경이 곤두서고 오금이 떨렸지요. 사실 그때 우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점잖지 못했습니다. 신사답지 못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신사 아닙니까. 적어도 무엇보다 신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갔는지 기억하시지요……. 체면에 어긋날 정도였어요.”

'이 사람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지?' 라스콜니코프는 놀라 자문하며 고개를 들고 포르피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제는 서로 솔직하게 나오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고개를 조금 뒤로 젖히고 시선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전의 희생자를 더는 눈길로 당황하게 하지 않으려는 듯했고, 예전의 수법과 잔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했다. “그래요. 그런 의심과 그런 장면은 오래 이어질 수 없습니다. 그때는 미콜카가 우리를 풀어 주었지요. 아니었으면 어디까지 갔을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 빌어먹을 장사꾼이 그때 칸막이 뒤에 앉아 있었습니다. 상상되십니까? 물론 벌써 아시겠지요. 그자가 나중에 당신을 찾아간 것도 나는 압니다. 하지만 그때 당신이 짐작했던 일은 없었습니다. 누구를 잡으러 사람을 보낸 것도 아니고, 아직 아무 지시도 내리지 않았어요. 왜 지시하지 않았느냐고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그때는 나도 그 모든 일에 얻어맞은 듯했거든요. 관리인들을 불러오라는 지시도 겨우 했습니다. 지나가면서 관리인들은 보셨겠지요. 그때 생각 하나가 번개처럼 빠르게 스쳐 갔습니다. 아시겠지만 그때는 아주 굳게 확신하고 있었어요, 로디온 로마니치. 그래서 생각했지요. 한쪽을 잠시 놓치더라도 다른 쪽은 꼬리라도 붙잡자. 적어도 내 몫만은, 내 몫만은 놓치지 말자고요. 당신은 타고나기를 몹시 예민합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지나칠 정도예요. 당신 성격과 마음의 다른 기본적인 성질들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것들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스스로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나도 그때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있었습니다. 사람이 벌떡 일어나 속속들이 다 털어놓는 일이 언제나 일어나는 건 아니지요. 그런 일이 있기는 합니다. 특히 인내의 끝까지 몰아붙이면요. 그래도 드문 일입니다. 나도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었어요. 아니야, 나는 단서 하나만 있으면 돼, 하고 생각했지요. 아주 작은 단서라도, 단 하나라도 좋으니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 심리 같은 것 말고 실제의 무엇이면 좋겠다고요. 그 사람이 범인이라면 어쨌든 무언가 실질적인 것이 나오리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아주 뜻밖의 결과까지 바라볼 수도 있지요. 그때 나는 당신의 성격에 걸었습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무엇보다 성격에요! 당신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겁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은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라스콜니코프가 마침내 중얼거렸다. 자신이 무엇을 묻는지조차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속으로 갈피를 잃었다. '정말 나를 결백하다고 생각하나?'

“왜 이렇게 말하느냐고요? 설명하러 왔으니까요. 말하자면 신성한 의무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밑바닥까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의 그 흐려진 판단이 어떤 경위로 생겼는지 말입니다. 당신을 많이 괴롭게 했습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나는 괴물이 아닙니다. 짓눌려 있으면서도 자존심이 강하고, 남을 지배하려 들고, 성급한 사람에게, 특히 성급한 사람에게 그 모든 것을 견디는 일이 어떨지는 나도 알아요! 나는 어쨌든 당신을 아주 고결한 사람으로 봅니다. 너그러움의 싹도 있는 분으로요. 당신의 모든 신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이 점은 미리, 곧바로, 아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속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당신을 알게 되면서 애정을 느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웃으시겠지요? 그럴 권리가 있어요. 처음 보자마자 나를 좋아하지 않으셨다는 것도 압니다. 사실 좋아할 까닭도 없지요.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시든, 이제 내 쪽에서는 모든 수단을 다해 그때 남긴 인상을 지우고 싶습니다. 나도 마음과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진심입니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점잖게 말을 멈추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새로운 종류의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포르피리가 자신을 결백하다고 여긴다는 생각이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순서대로 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말을 이었다. “오히려 불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요. 어떻게 그걸 자세히 설명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어떤 소문이었고, 누구에게서 언제 들었는지……. 또 무슨 까닭에 일이 당신에게까지 이르렀는지, 그런 것도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우연한 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완전히 우연한 우연, 얼마든지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이었어요. 어떤 일이냐고요? 흠, 그것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 소문과 우연들이 그때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생각으로 모였습니다. 솔직히 인정하겠어요. 인정하려면 전부 해야지요. 그때 당신을 처음 의심한 것은 나였습니다. 노파가 물건에 붙여 둔 표식 같은 것, 그 밖의 이런저런 것들은 모두 별것 아닙니다. 그런 것은 백 가지도 셀 수 있지요. 그때 경찰서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아볼 기회도 생겼습니다. 그것도 우연이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은 게 아니라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의 이야기였지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장면을 놀랍도록 잘 전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모였어요. 하나로 모였다고요, 친애하는 로디온 로마니치! 그러니 어찌 어느 한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토끼 백 마리를 모아도 말 한 마리가 되지 않고, 의심 백 개를 모아도 증거 하나가 되지 않는다는 영국 속담이 있지요. 하지만 그건 분별력의 말입니다. 감정은, 감정을 한번 다스려 보십시오. 수사관도 사람입니다. 그때 잡지에 실린 당신의 글이 생각났어요. 기억하시지요? 처음 찾아오셨을 때 그 글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했잖습니까. 그때 비웃었던 것은 당신이 더 나아가도록 자극하려던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아주 성급하고 많이 아픈 사람입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대담하고, 오만하고, 진지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는 것, 너무 많은 것을 느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나는 그런 감정들을 모두 압니다. 그래서 당신의 글을 익숙한 것처럼 읽었지요. 잠 못 이루는 밤, 격정 속에서 구상한 글이었습니다. 가슴이 치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열정은 억눌린 채로요. 젊은 사람의 억눌린 오만한 열정은 위험합니다! 그때는 비웃었지만 이제 말씀드리지요. 나는 그런 젊고 뜨거운 첫 글을 아주 좋아합니다. 애호가로서 말입니다. 연기, 안개, 안개 속에서 울리는 현 하나. 당신의 글은 어처구니없고 공상적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진심이 번뜩입니다. 젊고 매수할 수 없는 자존심, 절망의 대담함이 있어요. 어두운 글입니다. 하지만 그 점이 좋습니다. 글을 읽고 내려놓으면서…… 그때 이렇게 생각했지요. 「이 사람은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군!」 자, 그런 일들이 먼저 있었는데 그 뒤에 일어난 일에 어떻게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아, 하느님! 내가 무슨 주장을 하고 있나요? 지금 무엇을 단정하고 있습니까? 그때 그저 눈여겨보았다는 말입니다. 이게 뭐지, 하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 수사관인 내가 이렇게 마음이 쏠리는 건 아주 부적절한 일이기도 하지. 내 손에는 미콜카가 있고, 그쪽은 이미 사실이 있어. 뭐라고 하든 사실이 있다고! 그쪽에도 심리적인 설명이 있어. 그 사람을 조사해야 해. 생사가 달린 문제니까. 지금 이 모든 것을 왜 설명하느냐고요? 당신이 알고, 당신의 지성과 마음으로 그때 내 행동을 악의에서 나온 것이라 비난하지 않기를 바라서입니다. 악의는 아니었어요. 진심입니다. 헤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그때 내가 당신 방을 수색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까? 했어요. 했습니다. 헤헤, 했지요. 당신이 바로 여기 침대에 아파 누워 있을 때요. 공식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도 아니지만, 수색했습니다. 처음 단서가 나왔을 때 벌써 이 집을 머리카락 한 올까지 살폈지요. 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Umsonst! 그때 생각했어요. 이제 이 사람은 올 거야. 스스로 올 거야. 그것도 아주 곧. 범인이라면 반드시 올 거야. 다른 사람은 안 와도 이 사람은 온다고. 라주미힌 씨가 당신에게 이야기를 흘리기 시작했던 것 기억하십니까? 당신을 동요시키려고 우리가 꾸민 일입니다. 일부러 소문을 흘려서 당신에게 전하게 했지요. 라주미힌 씨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자메토프 씨의 눈에 맨 먼저 들어온 것은 당신의 분노와 거리낌 없는 대담함이었습니다. 술집에서 불쑥 「내가 죽였습니다!」라고 말하다니요! 너무 대담하고 너무 뻔뻔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지요. 만일 범인이라면 무서운 싸움꾼이군! 그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기다렸지요! 온 힘을 다해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은 자메토프를 완전히 눌러 버렸고……. 문제는 이 빌어먹을 심리라는 것이 양쪽으로 다 통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기다리며 지켜보는데,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듯 당신이 오는 겁니다! 심장이 덜컥했지요. 아! 그때 왜 오셨습니까? 들어올 때의 웃음, 그 웃음 기억하십니까? 유리 너머를 보듯 그 순간 모든 것을 알아차렸어요.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았다면 그 웃음에서도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을 겁니다.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느냐가 그렇게 중요해요. 그때 라주미힌 씨도……. 아, 그 돌, 그 돌 말입니다. 기억하십니까? 물건을 숨겨 놓았다는 그 돌이요. 어디 텃밭에 있는 것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어요. 자메토프에게 텃밭이라고 하셨지요? 나한테도 그 뒤 두 번째로 그렇게 말씀하셨고요? 그러다 당신의 글을 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당신이 설명을 하자, 말 한마디마다 두 겹으로 들리는 겁니다. 밑에 다른 말이 들어 있는 것처럼요! 그래요, 로디온 로마니치. 그렇게 끝까지 가서 이마를 부딪치고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니, 내가 뭘 하는 거지! 마음만 먹으면 이 모든 것을 마지막 구석까지 반대쪽으로 설명할 수 있어. 오히려 그편이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고. 괴로운 일이지요! 「아니야, 차라리 단서 하나만 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초인종 이야기를 듣자 온몸이 얼어붙고 떨리기까지 했어요. 「그래, 이것이 바로 그 단서야! 이것이야!」 더는 따져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 순간 내 돈 천 루블이라도 내놓았을 겁니다. 당신이 그 장사꾼과 나란히 백 걸음을 걷던 모습을 내 눈으로 볼 수만 있었다면요. 그자가 눈앞에서 「살인자」라고 했는데도 백 걸음을 걷는 동안 감히 아무것도 묻지 못한 그 모습을요! 그런데 그 등골의 오싹함은요? 그 초인종은? 병든 상태에서, 반쯤 헛것을 보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로디온 로마니치, 그 뒤에 내가 당신에게 그런 장난을 쳤다고 놀랄 일이겠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왜 하필 그 순간에 찾아왔나요? 맹세코 누가 등을 떠미는 것 같았습니다. 미콜카가 우리를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그때 미콜카는 기억하지요? 똑똑히 기억하십니까? 그건 천둥이었습니다! 구름에서 천둥이 터지고 벼락이 내려친 거예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맞았습니까? 그 벼락을 이만큼도 믿지 않았어요. 직접 보셨잖습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당신이 간 뒤 몇 가지 질문에 그가 아주, 아주 그럴듯하게 대답해서 나 자신도 놀랐지만, 그래도 한 푼어치도 믿지 않았습니다! 금강석처럼 굳어 버렸다는 게 그런 겁니다. 아니야, 어림없는 소리야! 미콜카일 리가 있나, 하고 생각했지요!”

“방금 라주미힌은 당신이 지금도 니콜라이를 범인으로 보고 있으며, 자기에게도 직접 그렇게 확신시켰다고 하던데요…….”

숨이 막혀 말을 끝내지 못했다. 자신을 속속들이 알아본 사람이 자신의 확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소리를 이루 말할 수 없는 동요 속에서 듣고 있었다. 믿기가 두려웠고 믿지도 않았다. 아직도 모호한 말들 속에서 좀 더 정확하고 결정적인 무엇을 찾아내어 붙잡으려 애썼다.

“라주미힌 씨 말입니까!”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내내 침묵하던 라스콜니코프의 질문이 반가운 듯 외쳤다. “헤헤헤! 그분은 그렇게 딴 데로 돌려놓아야 했습니다. 둘이 좋은데 셋째가 끼어들 일은 없지요. 라주미힌 씨는 사정이 다르고, 게다가 관계없는 사람 아닙니까.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나한테 달려왔더군요……. 하지만 그 사람은 됐습니다. 여기 끌어들일 필요가 있나요! 미콜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으십니까? 우선 아직 성년도 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겁쟁이라기보다는 무슨 예술가 같은 사람이지요. 정말입니다. 이렇게 설명한다고 웃지는 마세요. 순진하고 모든 것에 민감해요. 마음이 있고, 공상가이지요. 노래도 하고 춤도 춥니다. 옛이야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다른 곳에서까지 들으러 모여든답니다. 학교에도 다니고, 손가락 하나만 내보여도 배를 잡고 웃고, 정신을 잃을 만큼 술도 마십니다. 타락해서가 아니라, 아직 어린애처럼 누가 술을 먹이면 가끔씩 그러는 거예요. 그때 물건을 훔쳤으면서 자기는 훔친 줄도 모릅니다. 「땅에서 주웠는데 그게 왜 도둑질인가?」 하는 것이지요. 그 사람이 구교도 출신이라는 건 아십니까? 정확히 구교도라기보다 어느 종파에 속합니다. 집안에 도피파 사람들이 있었고, 본인도 얼마 전까지 시골에서 어떤 장로의 영적 지도를 꼬박 이 년 동안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미콜카와 자라이스크의 그쪽 사람들에게 들었어요. 그뿐이겠습니까! 아예 황야로 달아나 은둔하고 싶어 했대요! 신앙에 열심이어서 밤이면 하느님께 기도하고, 오래된 「참된」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답니다. 페테르부르크가 그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었지요. 특히 여자, 그리고 술이요. 쉽게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라 장로도, 모든 것도 잊었습니다. 여기서 어떤 화가가 그를 좋아해서 그 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다 이 사건이 생긴 겁니다! 겁이 나니 목을 매려 하고, 달아나려 하고! 사람들이 우리 사법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어쩌면 좋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재판에 넘겨진다」는 말만으로도 무섭거든요. 누구의 잘못이겠습니까! 새 재판 제도가 어떻게 해 줄지 봐야겠지요. 아, 하느님이 도와주시기를! 아무튼 감옥에서는 그 경건한 장로가 다시 생각난 모양입니다. 성경도 다시 손에 들어왔고요. 로디온 로마니치, 그들 중 어떤 사람들에게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겁니다.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관헌에게서 받는 고통이면 더욱 좋고요. 내가 맡았던 때에 아주 온순한 죄수 하나가 감옥에서 일 년 내내 밤마다 난로 위에서 성경을 읽었습니다. 읽고 또 읽다가, 아시겠습니까,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어요. 그러더니 아무 까닭도 없이 벽돌을 집어 간수장에게 던졌습니다. 그쪽에서 무슨 해를 끼친 것도 없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던졌는지 아십니까? 다치지 않게 일부러 한 아르신쯤 빗나가게 던졌지요! 무기를 들고 윗사람에게 덤벼든 죄수가 어떻게 되는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고통을 받아들인」 겁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미콜카도 「고통을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합니다. 아니면 그와 비슷한 것이겠지요. 이건 사실에 근거해서 확실히 압니다. 다만 내가 안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어요. 왜, 그런 사람들 가운데 공상적인 인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주 흔합니다! 지금 그 장로의 영향이 다시 작용하기 시작한 거예요. 특히 목을 매려 한 뒤부터 생각났겠지요. 하지만 직접 와서 다 이야기할 겁니다. 끝까지 버틸 것 같습니까? 기다려 보세요. 부인할 겁니다! 진술을 취소하러 언제 올까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이 미콜카가 좋아졌습니다. 철저히 살펴보고 있지요. 그런데 어떻겠습니까! 헤헤! 어떤 질문에는 아주 그럴듯하게 대답했어요. 필요한 것을 알아내고 영리하게 준비한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른 질문에는 웅덩이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대요.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가 모른다는 것조차 몰라요! 아니에요, 로디온 로마니치. 여기서는 미콜카가 아닙니다! 이건 공상적이고 어두운 사건, 현대의 사건, 우리 시대의 일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흐려지고, 피가 「새롭게 해 준다」는 말을 인용하고, 안락함 속의 삶만을 설교하는 시대의 일이지요. 여기에는 책에서 얻은 공상이 있습니다. 이론에 자극받은 마음이 있어요. 첫걸음을 내디딜 결심이 보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종류의 결심이에요. 결심하고는 산에서 떨어지듯, 종탑에서 추락하듯 한 것이지요. 범행 현장에도 제 발로 걸어간 것 같지 않습니다. 뒤로 문 닫는 것도 잊어버렸어요. 하지만 죽였습니다. 이론에 따라 두 사람을 죽였어요. 죽이고도 돈은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손에 넣은 것은 돌 밑에 갖다 놓았습니다.

문 뒤에 웅크리고 있을 때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울려서 겪은 고통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나중에 반쯤 정신이 나간 채 빈집을 찾아가 그 초인종 소리를 되살립니다.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다시 겪고 싶어진 거예요……. 그래요, 그건 아파서 그랬다고 합시다. 하지만 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죽이고도 자기를 정직한 사람으로 여기고, 남들을 경멸하며, 창백한 천사처럼 돌아다니지요. 아니에요. 무슨 미콜카입니까, 친애하는 로디온 로마니치. 미콜카가 아닙니다!”

앞서 한 모든 말이 자기 생각을 철회하는 것처럼 들렸던 터라, 이 마지막 말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찔린 듯 온몸을 떨었다.

“그럼…… 누가…… 죽였습니까?” 더는 견디지 못하고 숨 막히는 목소리로 물었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도 질문이 너무 뜻밖이라 놀랐다는 듯 의자 등받이 쪽으로 몸을 젖혔다.

“누가 죽였느냐니요?” 제 귀를 믿지 못하는 듯 되물었다. “당신이 죽였지요, 로디온 로마니치! 당신이 죽였습니다…….” 거의 속삭이듯, 완전히 확신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라스콜니코프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몇 초 서 있다가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앉았다. 잔경련이 갑자기 얼굴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입술이 그때처럼 또 떨리는군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연민마저 담긴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 뒤 덧붙였다. “로디온 로마니치, 내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놀라신 거예요. 나는 모든 것을 말하고 이제 일을 터놓고 진행하려고 온 겁니다.”

“내가 죽인 게 아닙니다.” 라스콜니코프가 나쁜 짓을 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속삭였다.

“아닙니다. 당신이에요, 로디온 로마니치. 당신이고, 다른 누구도 아닙니다.” 포르피리가 엄격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침묵은 이상할 만큼 길게, 십 분쯤 이어졌다. 라스콜니코프는 탁자에 팔꿈치를 짚고 말없이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헝클었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조용히 앉아서 기다렸다. 라스콜니코프가 갑자기 경멸하는 눈으로 포르피리를 바라보았다.

“또 예전 수법이군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언제나 똑같은 수작입니다. 정말 지겹지도 않습니까?”

“그만두세요. 지금 무슨 수법이 필요하겠습니까! 증인이라도 있다면 모를까요. 우리는 단둘이 속삭이고 있잖아요. 보시다시피 당신을 토끼처럼 몰고 쫓아 잡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자백하든 하지 않든 내게는 마찬가지예요. 나는 당신 말이 없어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셨습니까?” 라스콜니코프가 짜증스럽게 물었다.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하겠습니다.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감옥에 가두지 않습니까?”

“좋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질문이군요! 항목별로 대답하겠습니다. 첫째, 곧바로 당신을 체포하는 것은 내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유리하지 않다니요! 확신한다면 당연히…….”

“내가 확신하면 뭐 어떻습니까? 아직은 모두 내 생각일 뿐이지요. 그리고 왜 당신을 거기에 넣어 편히 쉬게 하겠어요? 직접 들어가겠다고 하시는 걸 보면 당신도 아시잖습니까. 예를 들어 그 장사꾼을 데려와 당신을 추궁하게 하면, 당신은 이렇게 말하겠지요. 「당신 취했소, 안 취했소? 내가 당신과 있는 걸 누가 보았소? 나는 그저 당신을 취한 사람으로 여겼고, 실제로 당신은 취해 있었소.」 그러면 내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더구나 당신 말이 그 사람 말보다 그럴듯할 텐데요. 그자의 진술에는 심리밖에 없습니다. 그런 낯짝에 심리까지 들먹이는 것도 어울리지 않지요. 반면 당신은 급소를 찌르게 됩니다. 그 못된 자는 독한 술을 마시고, 술꾼으로 아주 유명하니까요. 나 자신도 여러 번 솔직히 인정했잖습니까. 심리라는 것은 양쪽으로 통하고, 반대쪽이 더 크고 훨씬 그럴듯할 수도 있다고요. 또 그 밖에는 아직 당신에게 불리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고요. 그래도 당신을 가두기는 할 겁니다. 이렇게 직접 찾아와, 보통 사람답지 않게 모든 것을 미리 알려 드리고도 있지요. 하지만 역시 보통 사람답지 않게, 그 일이 내게 유리하지는 않다고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자, 둘째로 내가 찾아온 까닭은…….”

“그래요, 둘째는요?” 라스콜니코프는 아직도 숨이 가빴다.

“아까 말씀드렸듯 당신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나를 괴물로 생각하시기를 원하지 않아요. 믿든 안 믿든, 진심으로 당신에게 호감이 있으니까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셋째로, 터놓고 곧바로 제안하려고 왔습니다. 자수하시라는 겁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헤아릴 수 없이 유리하고 나한테도 유리해요. 짐을 벗는 거니까요. 어떻습니까? 내가 솔직합니까, 아닙니까?”

라스콜니코프는 잠시 생각했다.

“보세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스스로 심리뿐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수학처럼 단정하시는군요. 만일 지금 당신 자신이 틀렸다면 어떻습니까?”

“아닙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틀리지 않았어요. 그런 단서를 갖고 있습니다. 그 단서는 그때 이미 찾았지요. 하느님이 보내 주셨습니다!”

“무슨 단서요?”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어쨌든 이제 더 미룰 권리도 없습니다. 가둘 겁니다. 그러니 생각해 보세요. 내게는 이제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오직 당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정말로 그편이 낫습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라스콜니코프가 사납게 비웃었다.

“우스울 뿐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하군요. 설령 내가 범인이라 해도, 물론 그렇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만, 내가 왜 자수를 해야 합니까? 당신 말대로라면 거기 들어가 편히 쉬게 될 텐데요?”

“아, 로디온 로마니치. 말을 그대로 다 믿지는 마세요. 꼭 편히 쉬게 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요! 그건 이론일 뿐이고, 게다가 내 이론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무슨 권위가 있습니까? 어쩌면 지금도 당신에게 무언가 숨기는 게 있을지 모르지요. 모든 것을 다 내놓을 수야 없잖습니까. 헤헤! 또 하나, 무슨 이득이냐고요? 그 일로 얼마나 형이 줄어들지 아십니까? 어느 때, 어떤 순간에 자수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다른 사람이 이미 죄를 뒤집어쓰고 사건을 온통 엉켜 놓은 때 아닙니까? 나는 하느님께 맹세코 「그쪽」에 손을 쓰고 잘 정리해서 당신의 자수가 전혀 뜻밖에 나온 것으로 보이게 하겠습니다. 이런 심리 이야기는 모두 없애 버리고, 당신에게 향한 의심도 모조리 지워 버리겠어요. 그래서 범행이 일종의 정신 혼미 상태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게 하지요. 양심적으로 말하자면 실제로 그런 상태였으니까요. 나는 정직한 사람입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슬프게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마침내 다시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순하고 슬픈 미소였다.

“아, 필요 없습니다!” 이제 포르피리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럴 가치가 없어요! 당신이 말하는 감형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바로 그게 두려웠습니다!” 포르피리가 열을 띠며,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듯 외쳤다. “감형이 필요 없다고 하실까 봐, 바로 그게 두려웠어요.”

라스콜니코프가 슬프고 의미 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삶을 업신여기지 마세요!” 포르피리가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감형이 필요 없다니, 왜 필요가 없습니까! 참을성이 없는 분이군요!”

“앞으로 무엇이 많이 남았다는 겁니까?”

“삶이지요! 무슨 예언자라도 되십니까? 얼마나 많이 아신다고요? 구하십시오. 그러면 얻을 것입니다. 어쩌면 하느님은 바로 이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셨을지도 모릅니다. 사슬도 영원한 것은 아니고요…….”

“감형도 있을 테니까요…….” 라스콜니코프가 웃었다.

“왜, 부르주아의 체면이라도 두려워졌습니까? 두려우면서 스스로 모를 수도 있지요. 젊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당신은 자수를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할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아, 알 게 뭡니까!” 라스콜니코프가 경멸과 혐오를 담아 속삭였다. 말하기조차 싫은 듯했다. 어디론가 나가려는 것처럼 몸을 조금 일으켰다가, 뚜렷한 절망의 기색으로 다시 앉았다.

“바로 그 「알 게 뭐냐」가 문제입니다! 믿음을 잃고 내가 뻔한 아첨을 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하지만 아직 얼마나 살아 보셨습니까? 얼마나 이해하셨나요? 이론을 하나 만들어 놓고 실패하니까 부끄러워진 겁니다. 너무도 독창적이지 못한 결과가 나와 버렸으니까요! 결과가 비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가망 없는 비열한 인간은 아닙니다. 전혀 그런 인간이 아니에요! 적어도 오랫동안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았어요. 단번에 끝까지 갔으니까요. 내가 당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아십니까? 믿음이나 하느님을 찾기만 한다면, 창자를 도려내더라도 꼿꼿이 서서 고문하는 자들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찾으세요. 그러면 살아갈 겁니다. 무엇보다 공기를 바꿔야 할 때가 오래전에 지났어요. 고통도 좋은 일입니다. 고통을 겪으세요. 고통을 바라는 미콜카가 옳을지도 모릅니다. 믿기 어렵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약삭빠르게 궁리하지 마세요. 따지지 말고 그대로 삶에 자신을 맡기세요. 걱정 마십시오. 삶이 곧장 기슭으로 떠밀어다 두 발로 세워 줄 겁니다. 어느 기슭이냐고요?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당신에게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 있다고 믿습니다. 내 말을 외워 둔 훈계쯤으로 듣는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나중에 떠올리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 모르지요. 그래서 말하는 겁니다. 늙은 여자만 죽인 것이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어요. 다른 이론을 생각해 냈다면 일억 배 더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르잖습니까! 어쩌면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누가 압니까? 하느님이 무슨 일을 위해 당신을 지키고 계실지. 마음을 크게 먹고 두려움을 좀 덜어 내세요. 앞으로 치러야 할 큰 일을 보고 겁이 났습니까? 아니요, 여기서 겁을 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 걸음을 내디뎠다면 이제 굳게 버티세요. 그것이 정의입니다. 정의가 요구하는 일을 하십시오. 믿지 않는다는 것 압니다. 하지만 정말로 삶이 당신을 건져 줄 겁니다. 나중에는 스스로 삶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공기뿐입니다. 공기, 공기!”

라스콜니코프는 몸을 움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기에!” 그가 외쳤다. “당신은 무슨 예언자입니까? 어떤 장엄한 평온의 높은 자리에서 내게 그 지혜로운 예언들을 늘어놓는 겁니까?”

“나 말입니까? 이미 끝난 사람이지요. 그뿐입니다. 감정을 느끼고 남에게 연민을 품기도 하고, 어쩌면 무언가 조금 알기도 하겠지만, 완전히 끝난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지요. 하느님이 당신을 위해 삶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물론 누가 알겠습니까. 당신에게도 그저 연기처럼 지나가고 아무 일도 없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다른 부류의 사람들 속으로 옮겨 간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입니까? 당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안락함을 아쉬워할 것은 아니잖습니까? 오랫동안 아무도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요? 그게 어떻습니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당신 자신입니다. 태양이 되세요. 그러면 모두 당신을 볼 겁니다. 태양은 무엇보다 태양이어야 하지요. 왜 또 웃으십니까? 내가 실러 같은 낭만주의자여서요? 지금 당신에게 아첨한다고 생각하시는 데 한 표 걸겠습니다! 뭐, 어쩌면 정말 아첨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헤헤헤! 로디온 로마니치, 내 말을 그대로 믿지는 마세요. 어쩌면 끝까지 완전히 믿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요. 내 성미가 그렇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이것만 덧붙이겠어요. 내가 얼마나 비천한 인간인지, 또 얼마나 정직한 인간인지는 당신도 판단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언제 나를 체포할 생각입니까?”

“하루 반이나 이틀쯤은 더 돌아다니시게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하느님께 기도도 해 보시고요. 그편이 유리합니다. 정말로 유리해요.”

“내가 달아나면요?” 라스콜니코프가 묘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니요, 달아나지 않을 겁니다. 농민은 달아나겠지요. 유행하는 종파의 신도도 달아날 겁니다. 남의 사상에 매인 하인이니까요. 그런 사람은 디르카 해군 소위처럼 손가락 끝만 보여 줘도 평생 무엇이든 믿을 테지요. 하지만 당신은 이제 자기 이론을 믿지 않잖습니까. 무엇을 가지고 달아나겠어요? 달아나서 얻을 게 무엇입니까? 도망자의 삶은 불쾌하고 힘듭니다. 당신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삶, 분명한 처지, 몸에 맞는 공기예요. 그런데 그곳이 당신의 공기겠습니까? 달아나도 스스로 돌아올 겁니다. 우리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감옥에 가두면, 한 달, 두 달, 석 달쯤 있다가, 내 말을 기억해 두세요, 문득 스스로 나서실 겁니다. 본인도 뜻밖일 만큼 갑자기요. 자수하러 나오기 한 시간 전까지도 자기가 그럴 줄 모를 겁니다. 결국 「고통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실 것이라고 나는 확신해요. 지금 내 말을 믿지 않아도 스스로 그 결론에 이를 겁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고통은 위대한 것입니다. 내가 살쪘다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그건 상관없어요. 나도 압니다. 웃지 마세요. 고통에는 사상이 있습니다. 미콜카가 옳아요. 아니요, 당신은 달아나지 않을 겁니다, 로디온 로마니치.”

라스콜니코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집었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도 일어났다.

“산책하러 가시려는 겁니까? 저녁 날씨가 좋겠군요. 뇌우만 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하긴 공기가 시원해진다면 그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요…….”

그도 모자를 집었다.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제발 이렇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라스콜니코프가 엄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내가 당신에게 자백했다고 말입니다.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고, 나는 그저 호기심 때문에 들었을 뿐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자백하지 않았어요……. 그걸 기억하십시오.”

“알고 있습니다. 기억하지요. 이런, 떨기까지 하시는군요. 걱정 마세요. 당신 뜻대로 하겠습니다. 잠깐 산책하세요. 다만 너무 오래 돌아다니시면 안 됩니다. 만일을 위해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목소리를 낮추며 덧붙였다. “좀 민감하지만 중요한 부탁입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물론 그럴 거라고 믿지는 않고 당신은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일에 말입니다. 순전히 만일을 위해서요. 이 사십에서 오십 시간 사이에 일을 다른 식으로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무슨 기괴한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식으로 말이지요. 터무니없는 가정입니다만 용서하십시오. 그럴 경우에는 짤막하되 구체적인 쪽지를 남겨 주세요. 두 줄이면 됩니다. 딱 두 줄. 그리고 그 돌을 언급해 주세요. 그편이 더 고결하겠지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좋은 생각과 좋은 출발이 있기를 바랍니다!”

포르피리는 몸을 조금 구부리고 라스콜니코프를 바라보지 않으려는 듯 나갔다. 라스콜니코프는 창가로 가서 초조하고 신경질적인 마음으로 기다렸다. 포르피리가 거리에 나가 충분히 멀어졌으리라 짐작될 때까지였다. 그러고는 자신도 서둘러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