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1부 1권 — 한 집안의 내력 / 제4장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1부 1권 — 한 집안의 내력

제4장 — 셋째 아들, 알료샤

4장 삽화

그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었다. 형 이반은 그때 스물넷째 해를 살고 있었고, 맏형 드미트리는 스물일곱이었다.

먼저 밝혀두어야 할 것은, 이 청년 알료샤가 광신자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신비주의자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내 생각을 다 말해두는 편이 낫겠다. 그는 그저 인류를 일찍부터 사랑한 사람이었을 뿐이고, 그가 수도 생활을 택한 것은 그저 그 무렵 그에게—말하자면—세속의 악에서 벗어나 사랑의 빛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영혼에게 이상적인 도피처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삶이 그에게 그렇게 여겨진 이유는, 그가 그 안에서,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에, 당시 비범한 존재—우리 고장에서 이름난 장로 조시마—를 발견했고, 그의 뜨거운 가슴이 품은 첫사랑의 온기 그대로 그에게 이끌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 무렵에도 이미 몹시 기이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아니 사실 요람에 있을 때부터 그러했다는 것은 나도 부인하지 않겠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그는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음에도 평생토록 그녀를 기억했다—그 얼굴, 그 손길을, "마치 지금도 눈앞에 살아 서 계신 것처럼." 이런 기억은, 누구나 알다시피, 그보다 더 어린 나이, 심지어 두 살 때부터도 남을 수 있지만, 어둠 속의 빛점들처럼, 거대한 그림에서 뜯겨나온 한 조각처럼—그림 전체는 이미 빛바래 사라졌는데 그 조각만은 남아 있는 것처럼—평생을 두고 또렷이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그에게는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는 어느 고요한 여름 저녁을 기억했다. 열린 창문, 기울어가는 저녁 해의 비스듬한 빛살(이것이 그가 가장 생생히 기억하는 부분이었다), 방 한구석의 성상과 그 앞에 켜진 등불, 그리고 그 성상 앞에 무릎을 꿇은 어머니가 흐느끼며 발작적으로 울부짖던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를 두 팔로 와락 끌어안아 아플 만큼 꼭 껴안고는, 성모께 그를 위해 기도하며, 마치 성모의 가호 아래 그를 들여보내려는 듯 두 팔로 그를 성상 쪽으로 내밀었다... 그러다 갑자기 유모가 겁에 질려 뛰어들어와 그를 어머니 품에서 낚아채 갔다. 그것이 그 장면이었다. 그리고 알료샤는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는 훗날 그 얼굴이 광란에 찬 듯했지만 그가 기억하기로는 아름다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기억을 좀처럼 남에게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내내 그는 결코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사실 말수가 무척 적었지만, 그것은 수줍음이나 침울한 비사교성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뭔가 다른 것—순전히 개인적이고 남과는 무관한, 그러나 그에게는 몹시 중요한 어떤 내면의 몰두—때문이었으며, 그 몰두로 인해 그는 이를테면 남들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평생토록 그는 사람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그를 어수룩하거나 순진한 사람으로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는 어딘가—첫눈에 느껴지는, 그리고 그 뒤로도 평생 그러했던—남을 심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결코 남을 비판하는 일을 스스로 떠맡지 않으며 어떤 이유로도 누구를 단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실제로 무엇이든 조금도 단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종종 쓰라리게 슬퍼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어찌나 철저했던지, 아무리 어린 시절에도 그를 놀라게 하거나 겁먹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스무 살에 아버지의 집—실로 더러운 방탕의 소굴이었던 그 집—에 들어섰을 때도, 순결하고 깨끗한 그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 앞에서 그저 말없이 물러날 뿐, 경멸이나 비난의 기색은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였던 만큼 예민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는데, 처음에는 아들을 의심과 무뚝뚝함으로 맞았다. "말이 없는 녀석이군."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럴수록 생각은 더 많이 하는 법이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채 두 주도 못 되어, 그는 아들을 끌어안고 입 맞추기를 몹시 좋아하게 되었다. 취기 어린 눈물과 술주정 섞인 감상에 젖어서였지만, 그럼에도 그가 여태 그 누구에게도 느껴본 적 없던 진실하고 깊은 애정을 알료샤에게 품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실로 이 청년은 어디를 가나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았고, 그것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러했다. 그가 후견인이자 은인인 예핌 페트로비치 폴레노프의 집에 들어갔을 때도, 그는 온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은 그를 마치 친자식처럼 여겼다. 그런데 그가 그 집에 들어간 것은 아주 어린 나이였으므로, 사람 마음을 얻기 위해 무슨 계략이나 술수를 부렸을 리는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곧바로,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사랑받는 재능은 말하자면 그의 타고난 본성 자체에 있었던 셈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뜻 보면 그는 학우들에게 불신받고 때로는 놀림감이 되거나 심지어 미움을 사는 그런 부류의 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그는 몽상적이었고 다소 고독한 편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는 구석에 틀어박혀 책 읽기를 좋아했다. 그런데도 그는 학교에 다니는 내내 다들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는 좀처럼 장난치거나 유쾌하게 굴지 않았지만, 그것이 침울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오히려 그는 밝고 온화한 성격이었다.

그는 학우들 앞에서 결코 우쭐대는 법이 없었다. 아마 그래서였겠지만, 그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곧 그가 자신의 대담함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으며, 자신이 대담하고 용감하다는 것조차 모르는 듯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결코 모욕에 앙심을 품지 않았다. 모욕을 당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신뢰에 찬 솔직한 표정으로 그 상대에게 말을 걸거나 질문에 답하곤 했다. 그것은 그가 그 모욕을 잊어버렸거나 일부러 용서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것을 모욕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굴복시켰다.

그에게는 밑반부터 윗반까지 모든 학우가 놀려대고 싶어 하게 만드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악의에서가 아니라 그저 재미있어서였다. 그것은 광신에 가까울 만큼 격렬한 수줍음과 순결함이었다. 그는 여자에 관한 어떤 말이나 대화를 도무지 견디지 못했다. 학교에는 불행히도 근절할 수 없는 '그런' 말과 대화가 있게 마련이었다. 마음과 정신이 순수한, 거의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소년들이 자기들끼리, 심지어 큰 소리로, 병사들조차 입에 담기를 망설일 만한 이야기나 그림, 이미지를 즐겨 이야기하곤 했다. 그뿐 아니라 병사들조차 알지도 상상하지도 못할 많은 것들이, 우리 지식층과 상류층의 아주 어린 아이들 사이에는 익히 알려져 있었다. 거기에 도덕적 타락이나 진짜 부패한 내적 냉소는 없었지만, 그런 겉모습은 있었으며, 그것은 흔히 그들 사이에서 세련되고 미묘하며 대담한, 본받을 만한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알료샤 카라마조프가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이따금 그를 에워싸고 손을 잡아떼어 양쪽 귀에 대고 상스러운 말을 고래고래 외쳐대곤 했다. 그는 몸부림치고, 바닥에 미끄러지고, 몸을 숨기려 애썼지만, 욕설 한마디 내뱉지 않고 묵묵히 그 모욕을 견뎌냈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그를 내버려 두었고, 그를 '영락없는 계집애'라고 놀리는 짓도 그만두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약점으로 여겨 오히려 안쓰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늘 반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이었지만 결코 수석은 아니었다.

예핌 페트로비치가 세상을 떠날 무렵, 알료샤는 지방 김나지움 과정을 아직 이 년 더 마쳐야 했다. 상심에 젖은 미망인은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들과 소녀들뿐인 온 가족을 데리고 이탈리아로 오랜 여행을 떠났다. 알료샤는 예핌 페트로비치의 먼 친척뻘 되는 두 부인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는데, 그로서는 전혀 낯선 이들이었다. 그가 어떤 조건으로 그들과 함께 살았는지는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실로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특징이 바로 이것이었다—그는 자기가 누구의 돈으로 살아가는지 결코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점에서 그는 맏형 이반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반은 대학 첫 두 해 동안 가난과 씨름하며 제 힘으로 생계를 꾸렸고, 어린 시절부터 은인의 돈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의식해 왔다.

하지만 알료샤의 이런 기이한 성격을 너무 가혹하게 나무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료샤가 만약 갑자기 큰 재산을 손에 넣는다면 누가 달라기만 해도 서슴없이 내어줄, 선행을 위해서든 혹은 교활한 사기꾼에게든 개의치 않을, 종교적 열정가에 가까운 그런 부류의 젊은이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대체로 그는 돈의 가치를 거의 모르는 듯했다—물론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었다. 용돈을 받으면—그는 한 번도 먼저 달라고 청한 적이 없었다—그는 몹시 부주의하게 그것을 순식간에 써버리거나, 아니면 몇 주씩이나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지니고만 있었다.

훗날 돈 문제와 시민적 정직함에 대단히 민감한 인물이었던 표트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는, 알료샤를 겪어본 뒤 이런 평을 내렸다.

"아마 이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백만 인구가 사는 낯선 도시 한복판에 땡전 한 푼 없이 홀로 남겨두어도 아무 탈이 없을 사람일 겁니다.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 누군가 당장 그를 먹이고 재워줄 테니까요.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그는 스스로 잠잘 곳을 찾아낼 것이고, 거기에는 아무런 수고도 굴욕도 따르지 않을 겁니다. 그를 재워주는 일이 부담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하나의 즐거움으로 여겨질 게 틀림없습니다."

그는 김나지움 과정을 다 마치지 못했다. 졸업을 한 해 앞두고 그는 문득 부인들에게, 마음속에 떠오른 어떤 계획 때문에 아버지를 뵈러 가겠다고 알렸다. 부인들은 서운해하며 그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여행 경비는 그리 많이 들지 않았지만, 부인들은 그가 은인의 가족이 작별 선물로 준 시계를 전당 잡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에게 넉넉히 돈을 마련해 주었고, 심지어 새 옷과 속옷까지 장만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3등칸으로 갈 생각이라며 받은 돈의 절반을 되돌려주었다.

그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가 왜 학업을 마치기도 전에 왔느냐고 처음 물었을 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전해지는 말로는 유난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가 어머니의 무덤을 찾고 있다는 것이 곧 드러났다. 그는 당시 그것이 이번 방문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거의 시인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 자신의 영혼 속에 문득 무엇이 일어났는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고 설명할 수도 없었으며, 다만 그것에 이끌려 저항할 수 없이 새롭고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둘째 아내가 어디에 묻혔는지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 없었다. 그녀의 관에 흙을 뿌린 뒤로 그는 단 한 번도 무덤을 찾은 적이 없었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위치를 아예 잊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그 얼마 전부터 우리 고장에 살고 있지 않았다. 아내가 죽고 삼사 년 뒤 그는 러시아 남부로 떠났고, 마침내 오데사에 정착해 몇 해를 그곳에서 보냈다. 그 자신의 말을 빌리면 처음에는 "천한 유대인 사내와 유대인 여자, 그리고 어린 유대인 무리"와 어울렸지만, 나중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한 유대인들" 사이에서 환대받는 처지가 되었다. 아마 이 시기에 그는 돈을 벌고 긁어모으는 남다른 재주를 키웠을 것이다.

그가 마침내 우리 고장으로 돌아온 것은 알료샤가 도착하기 불과 삼 년 전의 일이었다. 옛 지인들은 그가 몹시 늙어버린 것을 보고 놀랐다. 나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의 태도는 더 위엄 있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뻔뻔해졌다. 예전의 어릿광대는 이제 남을 어릿광대로 만드는 데 파렴치한 재간을 부렸다. 여자를 대하는 그의 방탕함도 예전과 같은 정도가 아니라 한층 더 역겨워져 있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 새 술집을 여럿 열었다. 그가 십만 루블에 가까운, 혹은 그리 못지않은 돈을 지니고 있으리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했다. 마을과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이내 그에게 빚을 지게 되었는데, 물론 담보는 확실히 잡혀 있었다.

근래 들어 그는 어딘가 부어오른 듯한 모습이었고, 더 무책임하고 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일종의 조리 없는 상태에 빠져든 것 같았다. 한 가지 일을 시작해 놓고는 전혀 다른 일로 넘어가곤 했는데, 마치 스스로를 완전히 놓아버린 사람 같았다. 그는 점점 더 자주 술에 취해 있었다. 그 무렵에는 이미 상당히 나이 든 하인 그리고리가 거의 가정교사처럼 그를 돌보아주지 않았더라면, 표도르 파블로비치는 필시 끔찍한 곤경에 빠졌을 것이다. 알료샤의 도착은 이 조로한 노인의 도덕적인 면에까지 영향을 미친 듯했다. 마치 그의 영혼 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무언가가 다시 깨어난 것 같았다.

"알고 있느냐," 그는 알료샤를 바라보며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네가 그녀를—'그 미친 여자'를—닮았다는 것을." 그것은 그가 죽은 아내, 즉 알료샤의 어머니를 부르던 이름이었다.

알료샤에게 '그 미친 여자'의 무덤을 알려준 것은 그리고리였다. 그는 알료샤를 마을 공동묘지로 데려가 외진 구석에 있는 무쇠 묘비를 보여주었다. 값싸지만 정갈하게 손질된 그 묘비에는 고인의 이름과 나이, 사망 날짜가 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흔한 구식 중산층 무덤에서 볼 법한 사행시가 적혀 있었다.

알료샤가 놀랍게도 이 묘비는 그리고리가 손수 마련한 것이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가—그리고리가 무덤 일로 여러 차례 성화를 부린 끝에도—오데사로 떠나면서 그 무덤도, 그에 얽힌 모든 기억도 내버리고 말자, 그리고리가 제 돈을 들여 가엾은 '미친 여자'의 무덤 위에 그것을 세워둔 것이었다. 알료샤는 어머니의 무덤을 보고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그리고리가 묘비를 세운 경위를 세세하고 엄숙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가 말 한마디 없이 자리를 떠났을 뿐이었다. 그가 다시 그 묘지를 찾은 것은 아마 일 년쯤 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사건은 표도르 파블로비치에게도 나름의, 매우 특이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문득 우리 수도원에 천 루블을 가져가 아내의 영혼을 위한 진혼 미사를 부탁했다. 그런데 그것은 둘째 아내, 즉 알료샤의 어머니인 '미친 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때리곤 했던 첫째 아내 아델라이다 이바노브나를 위해서였다. 바로 그날 저녁 그는 술에 취해 알료샤에게 수도사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 자신은 전혀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어서, 아마 성상 앞에 초 한 자루 밝힌 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에게는 갑작스러운 감정과 갑작스러운 생각의 기이한 충동이 흔한 법이다.

이미 말했듯이 그는 부어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이 무렵 그의 얼굴에는 그가 살아온 삶을 여지없이 증언하는 흔적들이 새겨져 있었다. 늘 뻔뻔스럽고 의심 많고 냉소적인 작은 두 눈 아래 늘어진 길쭉하고 두툼한 눈두덩 외에도, 작고 살진 얼굴에 파인 무수한 깊은 주름 외에도, 뾰족한 턱 아래로 마치 커다랗고 살진 갑상샘종처럼 목젖이 늘어져 있어 그에게 묘하게 역겹고 육욕적인 인상을 더해주었다. 게다가 두툼한 입술을 가진, 길고 탐욕스러운 입에는 검게 썩은 이 그루터기들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그는 말을 시작할 때마다 침을 흘렸다.

그는 자기 얼굴을 놀림감 삼기를 즐겼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그 얼굴에 꽤 흡족해하는 듯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코를 즐겨 가리켰는데,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무척 섬세하고 눈에 띄게 매부리코였다. "영락없는 로마인 코지,"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 갑상샘종까지 곁들이면 퇴폐기 고대 로마 귀족의 풍모가 완연하다니까." 그는 그것을 꽤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어머니의 무덤을 찾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료샤는 불쑥, 자신이 수도원에 들어가고 싶다고, 수도사들도 그를 견습 수사로 받아들일 뜻이 있다고 알려왔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간절한 바람이라 설명하며, 아버지로서 엄숙히 승낙해 달라고 청했다. 노인은 수도원 암자에 머무는 조시마 장로가 자신의 "순한 아들"에게 각별한 감명을 준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가 저들 중 가장 정직한 수도사지," 그는 알료샤의 말을 생각에 잠긴 채 잠자코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의 청에 그다지 놀란 기색도 없었다. "흠!... 그러니까 그리로 가고 싶다는 거냐, 내 순한 아들아?"

그는 반쯤 취해 있었고, 문득 어딘가 교활하고 술 취한 음흉함이 서린, 느릿느릿한 반취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흠!... 나는 네가 결국 이렇게 될 줄 예감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있겠느냐? 너는 곧장 그리로 향하고 있었어. 뭐, 아무렴 어떠냐, 네게는 네 몫의 이천 루블이 있으니. 그거면 지참금은 되겠구나. 그리고 나는 결코 너를 저버리지 않으마, 내 천사야. 저쪽에서 뭐가 필요하다면 내가 다 치러주마, 요구가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물론 저들이 요구하지 않는다면야 굳이 우리가 나서서 귀찮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알다시피, 돈을 카나리아처럼 쓰는 애 아니냐, 일주일에 낟알 두 톨꼴로 말이다.

흠!... 너 그거 아느냐, 어느 수도원 근처에는 마을 밖에 갓난아기조차 다 아는 곳이 있다는 걸—사람들이 이른바 '수도사의 아내들'이라 부르는 여자들만 사는 곳 말이다. 서른 명쯤 된다더구나. 나도 가본 적이 있다. 그게 나름대로 흥미롭더구나, 뭐, 색다른 맛으로는 말이다. 문제는 그게 지독하게 러시아적이라는 거지. 거기엔 프랑스 여자가 하나도 없거든. 물론 돈만 있으면 데려오는 거야 일도 아니지, 저들에겐 돈이 넘쳐나니까. 소문만 나면 몰려올 게다. 뭐, 여기는 그런 게 없다, '수도사의 아내들' 같은 건 없어, 수도사가 이백 명인데도 말이다. 다들 정직하지. 재계도 잘 지키고. 그건 인정해 주마....

흠.... 그래서 수도사가 되고 싶다는 거냐? 그런데 너 아느냐, 너를 잃는다는 게 나로서는 아쉽다, 알료샤. 믿어지느냐, 나는 정말로 너를 아끼게 됐단다. 자, 좋은 기회다. 우리 죄인들을 위해 기도해다오, 우리는 여기서 죄를 너무 많이 지었으니까. 나는 늘 생각해 왔다, 대체 누가 나를 위해 기도해 줄까, 이 세상에 그럴 사람이 있기나 할까 하고 말이다. 얘야, 나는 그 문제에 관해서는 지독하게 아둔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지 지독하게 말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아둔한 주제에, 나는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한단다—물론 이따금씩이지, 늘 그러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내가 죽을 때, 악마들이 갈고리로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 걸 잊어버릴 리는 없을 것 같단 말이다. 그러다가도 나는 또 생각한다—갈고리라니? 그걸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무엇으로 만든단 말인가? 쇠갈고리인가? 그걸 대체 어디서 벼려내는가? 거기에 무슨 대장간이라도 있단 말인가?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아마 지옥에 천장이 있다고 믿을 게다. 그런데 나는 지옥은 믿을 준비가 되어 있어도, 천장은 못 믿겠구나. 그편이 더 세련되고, 더 계몽되고, 말하자면 더 루터파답거든.

그런데 사실 천장이 있든 없든 그게 뭐 그리 대수겠느냐? 하지만 너 아느냐, 여기에 지독한 문제가 하나 걸려 있단다? 천장이 없으면 갈고리도 없을 테고, 갈고리가 없으면 모든 게 허물어지고 말지, 그것도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지만—그렇게 되면 아무도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갈 사람이 없을 테고, 아무도 나를 끌고 가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무슨 정의가 있단 말이냐? 그런 갈고리들은 만들어서라도 있어야 한다,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얘야, 네가 안다면, 내가 얼마나 못된 놈인지 말이다."

"하지만 거기엔 갈고리 같은 건 없어요," 알료샤는 아버지를 부드럽고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 그저 갈고리의 그림자만 있을 뿐이지, 나도 안다, 안다. 어느 프랑스인이 지옥을 그렇게 묘사했다더구나—그림자 빗자루로 그림자 마차를 문지르는 마부의 그림자를 보았노라고. 갈고리가 없다는 걸 네가 어찌 아느냐, 얘야? 수도사들과 함께 살아보면 다른 노래를 부르게 될 게다. 아무튼 가서 거기서 진실을 캐내 보고, 그다음에 와서 내게 말해다오. 아무튼 저세상에 뭐가 있는지 알고 가는 편이 더 마음 편하지 않겠느냐.

게다가 여기서 이 술 취한 늙은이와 젊은 계집들 틈에 있는 것보다는 수도사들과 함께 지내는 편이 네게 더 어울릴 게다... 물론 너야 천사 같은 애라서 뭐에도 물들지 않겠지만. 그리고 저기서도 아무것도 너를 물들이지 않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너를 보내주는 거다, 그렇게 되길 바라니까. 너는 아직 정신이 멀쩡한 애다. 너는 불타오를 게다, 그리고 다 타버릴 게다. 그러고는 낫고 다시 돌아올 게다. 나는 너를 기다리마. 나는 느낀다, 네가 이 세상에서 나를 단죄하지 않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얘야, 나는 그것을 느낀다, 정말이다. 느끼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러고는 그는 훌쩍이기까지 했다. 그는 감상적인 사람이었다. 사악하면서도 감상적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