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 제2장
두 문호 · 근대소설의 정점, 현대문학의 기원

두 문호의 글

보이는 세계와 말하는 영혼

제2장 삽화 1 — 보이는 세계를 기록하는 톨스토이
이미지 설명 — 자연광이 들어오는 서재에서 톨스토이가 여러 차례 고쳐 쓴 원고를 세심하게 다듬는다. 몸짓과 표정, 가족의 일상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여 세계의 넓은 연결을 문장으로 옮긴 그의 사실주의적 글쓰기를 보여 준다.

톨스토이의 문장은 먼저 본다. 그는 인물을 설명하기보다 기침하는 방식, 손가락을 움직이는 습관, 걷는 자세, 웃을 때 드러나는 입술의 모양을 보여 준다. 버지니아 울프는 톨스토이가 사소한 몸짓을 포착하는 눈과 그 몸짓에서 숨은 인격을 읽어 내는 지성을 함께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의 소설에서 인간의 사상은 몸과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나폴레옹의 작은 손과 통통한 다리, 쿠투조프의 피로한 눈, 나타샤의 숨소리와 춤, 피에르의 크고 서투른 몸은 그들의 사상만큼이나 중요하다.

톨스토이는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전쟁은 장군이 지휘하는 질서 있는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명령과 오해가 뒤엉킨 혼란으로 보이고, 오페라는 교양 있는 예술이 아니라 화장한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의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사물의 이름과 사회적 관습을 벗겨 내고, 인간이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으로 독자를 돌려보낸다. 톨스토이의 서술자는 인물의 내면에 자유롭게 들어가지만, 동시에 그 인물이 믿는 영웅주의와 자기기만을 바깥에서 해체한다. 이 때문에 그의 소설은 전지적 서술처럼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기존의 ‘전지’를 의심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장은 먼저 말한다. 그의 인물들은 완성된 성격으로 등장하지 않고, 말하는 동안 자신을 만들고 뒤집고 부정한다. 미하일 바흐친은 이를 ‘다성적 소설’이라고 규정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물은 작가가 미리 내려놓은 결론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와 나란히 서서 자기 진실을 주장하는 독립된 의식이다. 이반의 무신론, 조시마의 신앙, 드미트리의 격정, 스메르자코프의 냉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단순한 허수아비가 아니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목소리들이 끝까지 살아 있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는 최종 판결보다 끝나지 않는 대화가 남는다.

제2장 삽화 2 — 말하는 영혼을 받아 적는 도스토예프스키
이미지 설명 — 석유등 불빛 아래 도스토예프스키가 펜을 들고 다른 손으로 격렬하게 논박하듯 몸짓한다. 고백과 반박, 신앙과 회의가 한 문장 안에서 충돌하는 다성적 서사와 마감 직전의 압축된 집필 리듬을 시각화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체가 급박하고 반복적이며 때로는 거칠게 느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문장은 정돈된 관찰의 결과라기보다 지금 막 생겨나는 생각과 감정의 현장처럼 움직인다. 인물은 고백하다가 거짓말하고, 논증하다가 모욕하며, 사랑을 말하다가 파괴를 선택한다. 현실 자체가 안정된 질서가 아니라 충돌하는 관념과 욕망의 장이 되었기 때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불균형하고 과열된 형식은 근대 도시와 근대적 자아의 혼란을 표현하는 새로운 사실주의가 되었다.

두 작가의 차이는 공간과 시간의 사용에서도 나타난다. 톨스토이는 넓은 공간과 긴 시간을 사용한다. 가족의 세대, 계절의 변화, 임신과 출산, 전쟁과 귀환을 따라가며 한 인물이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시간을 압축한다. 며칠 동안 벌어지는 만남과 논쟁, 범죄와 심문 속에서 한 인간이 평생 숨겨 온 욕망이 폭발한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시간 속에서 익어 가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인간은 문턱과 위기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두 작가는 함께 근대적 사실주의를 넘어섰다. 톨스토이는 현실을 너무 넓게 그린 나머지 개인 중심의 전통적 플롯을 해체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현실을 너무 깊게 파고든 나머지 하나의 일관된 자아라는 믿음을 해체했다. 한 사람은 세계의 무한한 연결을 보여 주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아 내부의 무한한 분열을 보여 주었다.